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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준혁과 세경,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준혁과 세경,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빛무리~ 2010. 1. 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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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허참 아저씨의 특별 출연으로 이벤트처럼 꾸며진 가족오락관을 통해 전체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는 화해와 화합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보사마 정보석의 활약으로 '이구동성' 퀴즈에서 승기를 잡은 이순재 옹은 모처럼 사위를 끌어안고 뽀뽀까지 하면서 예뻐해 주었고,
늘 개와 고양이처럼 앙숙이던 현경(오현경)과 김자옥 여사도 같이 게임을 하다보니 저절로 웃으며 장난을 치게 되어 조금은 가까워진 듯 했고, 이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 역시 게임을 통해 그 동안 쌓여 왔던 둘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미묘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부드럽게 흘러가는 분위기 속에, 한쪽에서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군요. '입으로 종이 옮기기' 게임을 하다가 준혁(윤시윤)의 입술이 세경(신세경)의 뺨에 닿고 만 것입니다. 짝사랑하는 상대와의 가벼운 신체 접촉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극심하게 흔들어놓는지,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요? 그런데 얼굴에 입술이 닿는다는 것은 가벼운 접촉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지요. 준혁이 마음 속엔 그야말로 우르르 콰콰쾅~ 천둥번개가 치면서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일단 그렇게 격발된 감정은 걷잡을 수 없는 행동의 변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한데, 아무래도 준혁과 세경의 사랑이 평탄할 것 같지 않으니, 이것은 평온함 속에 잠재되어 있는 태풍이라고 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준혁과 세경이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식으로 진행될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커플이 아니라 짝사랑의 관계라면 지금까지처럼 짐을 들어 주고, 스쿠터를 태워주는 등 스쳐지나가는 작은 호의만으로도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겠으나 그들의 관계가 본격화된다면 어떻게든 둘이 좀 만나서 둘만의 추억을 쌓아야 할 게 아니겠습니까? 집에서 눈빛만 마주치는 것으로 커플이라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단 집안 식구들에게 들키게 된다면 연애고 뭐고... 세경 자매가 쫓겨나게 될테니 그들의 연애 제1수칙은 '절대 비밀'이 되어야 하겠군요.


상대가 지훈이라면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습니다. 언젠가 뮤지컬을 보러 갔다가 우연처럼 4명의 남녀가 얽히게 되었던 그날도 시작은 지훈과 함께였습니다. 현경의 심부름으로 지훈의 병원에 찾아왔던 세경이 뮤지컬 포스터에 시선을 멈추자, 갑자기 그녀에게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었던 지훈은 현경에게 전화를 걸어 말합니다. "누나, 세경이 말야. 내가 심부름 시킬 게 있거든. 저녁시간 지나서, 좀 늦게 들여보내도 되지?" 현경은 두말없이 OK입니다. 아무런 의심도 없습니다. 너무 자주 그러면 위험하겠지만, 가끔씩이라면 충분히 여유있는 데이트를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준혁이가 "엄마, 세경이 누나 말야. 내가 좀 늦게 들여보내도 되지?" 라고 전화한다면 현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뻔한 일입니다... 이렇게 준혁과 세경이 연애를 시작한다면 그들은 데이트 한 번 마음놓고 할 수 없을 것이고, 한집에 살면서 몰래 애틋한 눈빛이나 교환해야 할테니, 연애하는 그들이나 지켜보는 우리들이나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집을 나가면 온통 돈 쓸 일뿐인데, 준혁과 세경은 우선 둘 다 돈이 없습니다. 게다가 준혁은 미성년자라서 갈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더우기 세경은 집안 일에 묶인 몸으로서 항상 저녁때가 되면 식구들의 끼니를 챙기기 위해 집에서 저녁상을 차려야 합니다. 일에 묶인 사람이 그 시간에 자리를 비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쩌다 간신히 빠져나왔다 해도, 준혁이랑 세경이는 둘이 별로 갈 곳도 없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서 나란히 선 채로 컵라면이나 먹는 장면이 연상되는군요.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과 윤호(정일우)가 비공식 커플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연상녀와 연하남의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여자쪽이 더 나이 많다고 해서 그 조건이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성들은 연상의 애인을 만나면서 마치 어머니에게 보살핌을 받는 듯, 포근하면서도 의지할 수 있는 감미로움을 맛보게 됩니다. 남자라는 이유로 어디서나 혹독하게 홀로서기를 강요받는 사회이건만, 연상의 애인은 그런 마음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아직은 나이 어리기 때문에 돈도 없고 능력도 부족하지만, 그녀는 모두 따뜻하게 이해해 줍니다. 그녀를 만날 때에는 가끔씩 좀 약한 모습을 보이며 기대도 될 것 같습니다.

여성들은 연하의 애인을 만나면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챙겨주고 싶은 욕구를 해소할 수 있습니다. 여성에게 기본적으로 모성본능이 잠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리고 더불어 언제나 여성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어려지고 싶은' 욕구 또한 연하의 애인을 통해 충족시킬 수가 있습니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풋풋한 애인을 위해, 가끔은 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선물해서 멋지게 꾸며 주고도 싶습니다. 그렇게 자기 손에서 조금씩 더 멋있어지고 성숙해져가는 애인을 보는 것도 그녀로서는 큰 행복입니다.


이상 열거한 특성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중반까지의 커플을 예로 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남녀 모두 이십대 후반이 넘어가게 되면 사실 저런 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준혁과 세경은 꼭 이런 특성들이 적용되는 나이대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빼놓고 다른 조건은 전혀 맞지를 않습니다.

준혁이 세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연상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닙니다. 가엾은 그녀에게 그가 기댈 수 있는 어깨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녀를 보면 늘상 뭔가를 도와주고 챙겨주고 싶은 욕구가 일어날 뿐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너무 한정되어 있으니 그는 답답할 뿐입니다.


세경이 준혁을 바라보는 시선도 결코 연하남을 보는 시선이 아닙니다. 극소수의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당장 자기 자신이 먹을 것도 없이 힘든 상황에서 연하의 애인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연하의 애인은 자기 코가 석자인 그녀에게 부담만 될 뿐입니다. 그녀 본인이 서민정 선생처럼 어느 정도의 안정된 능력을 갖추었다면야 얼마든지 풋풋한 그에게 시선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그녀로서는 역시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세경의 캐릭터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준혁과 세경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지훈과 정음이 가까워질 때보다도 더 우려가 짙어집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좀... 숨쉴 수 있는 틈새가 보여야 하는데, 그 두 사람의 처지는 현재로 보아서는 너무 답답한 점에서 비슷합니다. 둘 다 돈 없고, 둘 다 능력 없고, 둘 다 마땅히 갈 곳도 없습니다. 집안에서 몰래 연애를 하자니 그것 또한 답답한 일이고, 게다가 위험합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처럼 반짝이는 트리 앞에 나란히 앉아 어깨를 기대고 잠드는 것도, 앞으로 한동안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물론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아픈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시트콤의 귀재인 김병욱 PD가 좀처럼 진행조차 쉬워 보이지 않는 준혁과 세경 커플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나갈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아무리 웃음이 전부 다는 아니라고 해도, 그래도 역시 시트콤은 웃자고 보는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트콤의 한쪽 러브라인이 너무 슬프고 답답하게 그려져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지훈과 정음 쪽은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시끌시끌하고 톡톡 튀는데, 이쪽은...ㅜㅜ 솔직히 세경 캐릭터를 아끼는 저로서는, 그녀가 지금 슬프고 답답한 사랑을 시작하기보다는 차라리 홀로서기를 하고... 준혁과 만날 거라면 5년쯤 후에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

* 아, 그리고... 어제 '하이킥의 연인들' 스페셜 방송을 보니까, 연기자 신세경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 동안은 세경이가 지훈을 짝사랑하느라고 마음 고생했으니까, 이제는 준혁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신세경씨만이 아니라 시청자분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방면에서도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물론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의 경우는 일단 '사귀기 시작'해서 '연인이 되고 나면'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이야 세경이가 일방적으로 짝사랑을 했으니까 힘들었던 것이지, 나중에라도 만약에 지훈이 세경을 좋아하게 된다면, 그래서 서로 사랑하게 된다면야 왜 충분한 사랑을 그녀에게 주지 않겠습니까? 공식 홈페이지에도 이지훈 캐릭터는 'IQ보다 EQ가 낮다' 고 소개되어 있지만, 그러한 사람의 감성이 일단 자극을 받아 깨어나게 되면 오히려 더욱 뜨겁게 불붙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지훈이라고 언제까지 냉정하고 까칠하기만 하라는 법은 없지요.

현재는 그의 마음이 정음을 향해 있으니 당분간 세경은 그로 인해 더 아프겠지만,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지훈이는 세경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라고 규정지어 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관련글 : 하이킥, 지훈(최다니엘)의 여자는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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