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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순재와 자옥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순재와 자옥의 앞날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빛무리~ 2010.01.15 13:16


'지붕뚫고 하이킥'의 김자옥 여사는 나이가 많아도 엄연한 미혼여성입니다. 결혼한 적이 없음은 물론이고 어쩌다보니 연애조차도 이순재 옹과의 연애가 처음이라네요.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기념일을 순재옹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 서운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었지요. "하긴 선생님은 저와는 다르시겠지요. 저는 뭐든지 선생님하고 해보는 게 처음이라, 매번 설레고 기대되는데..."


그녀의 상심한 표정을 본 순재옹은 "깜짝 놀라실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며 허풍을 치게 되고, 결국 잠실 종합운동장을 통째로 빌려 공연하며 '네버엔딩 스토리'를 열창하다가 무리하여 쓰러지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에는 그 이벤트로 인하여 회사 재정에 구멍이 나게 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지요.


이제 드디어 순재옹은 레스토랑을 빌려 다시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고 그녀에게 반지를 내밀며 청혼하는데, 의외로 자옥은 놀라지도 않고 감동하지도 않고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거절의 멘트를 날려 버리네요. 우스웠던 건 "죄송해요, 선생님. 저한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라고 청혼받은 여자가 거절의 말을 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이벤트 도우미들은 계속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순재옹에게서 "아, 시끄러워! 뭐라고 하시는지 안 들리잖어!" 하는 호통을 듣고서야 연주를 멈춘 그들을 보며, 저는 방송 초반부터 빵 터졌습니다. 설마 거절할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하여튼 그런 일을 하려면 눈치도 빨라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자옥이 순재옹의 청혼을 거절한 이유는 아마도 여러가지가 복합된 감정이었겠지요. 원래 여자들은 결혼 전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고 하니까요. 정말 옳은 선택일까, 나에게 열려 있는 더 좋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건 아닐까 등등... 순재옹보다 무려 12세나 젊은 데다가, 생애 첫 결혼을 앞둔 그녀로서는 충분히 고민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어요.


그런데다가 결정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뒤흔드는 사건이 최근에 일어났으니, 어려서 한동네에 살며 누나 동생으로 지내던 박영규가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나 적극적으로 대쉬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더군요. 그렇게 호들갑스럽고 일방적인 스타일을 안 좋아하기도 하는데다가, 오랜만에 처음 만나자마자 "술 한잔만 사달라"며 떼쓰는 행동이, 척하면 삼천리라고 돈 뜯어내려고 온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더라구요. 그러나 자옥은 그걸 눈치채지 못한 듯 합니다. 일생에 단 한 번의 연애가 70대의 점잖은(자옥 앞에서만) 노인 순재옹뿐이었으니, 박영규가 보여주는 호들갑에 굉장한 신선함을 느낀 것 같더군요.

이른 아침에 집을 방문해 마당쇠처럼 장작을 패며 체력을 과시하는 젊은(?) 영규 때문에 한껏 들뜬 자옥은, 순재옹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영규와 데이트를 나갑니다. 그런데 웬일로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와서 자옥을 픽업한 영규는 웬 허허벌판으로 그녀를 데려갑니다. 그곳이 자기의 꿈이라면서, 그녀에게 집을 팔고 은행 대출을 받아서라도 자기한테 주유소를 차려달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뻔뻔하게 요구합니다. 차라리 본색을 일찍 드러내서 다행이군요.


당연히 자옥이 거절하자 염치도 없이 "그럼 왜 따라왔느냐?" 면서 화를 내고는, 스포츠카 렌트비라도 반으로 나누자며 다짜고짜 그녀의 지갑을 열어 있는 돈을 다 꺼내가 버립니다. 자옥은 어이없이 돈까지 털린 채, 영규의 차를 타기 싫어서 그를 혼자 보내고 자기는 허허벌판에 남습니다. 그녀가 구원을 요청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순재옹은 즉시 달려와 꽁꽁 얼어버린 그녀를 차에 태우고는 "자옥씨가 부르면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오겠다."고 진심으로 말합니다.

이렇게 박영규라는 존재로 인해 오히려 순재옹의 진심과 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자옥은, 청혼할 당시 순재옹이 "어떤 대답을 하시든 간에 이 반지는 자옥씨 것이니까 가지고 가세요." 하며 건네주었던 반지를 가방에서 꺼내어 내밀며 "직접 끼워 주시겠어요?" 라는 말로 청혼을 승낙합니다. "저도 남은 시간을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순재옹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비록 심한 나이차 때문에 좀 걱정되기는 하지만, 순재옹이 지금처럼 행복한 마음으로 건강 관리만 열심히 한다면 생각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도 있겠지요.

순재옹과 자옥여사의 사랑을 보면서, 사람은 몸이 늙는 것일 뿐 마음이 늙는 게 아님을 언제나 느껴 왔습니다. 황혼의 나이에도 청춘 못지 않은 열정과 설레임으로 순수하게 사랑하는 두 사람의 미래가 아무쪼록 밝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


지난 회에서 적잖은 충격과 상처를 받았던 준혁과 세경은 조금 안정을 찾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세경은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그녀의 일에 간섭하며 충고하던 지훈(최다니엘)의 말을 따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더군요. 지난 회에서는 사골을 끓이며 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이제는 부엌에서까지 책을 펴놓고 있는 모습이 그녀의 내면에 심상찮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짐작케 했습니다.

준혁의 경우는 세경이 삼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어쩌면 그녀보다 더욱 큰 충격을 받았기에 한동안 더 긴 후유증에 시달리며 그녀를 냉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결국 추위에 새파랗게 질린 그녀의 손과 허전한 목을 보며 참지 못하고 자기의 목도리와 장갑을 둘러 주고 끼워 줍니다. 네 사람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준혁의 사랑으로 보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그의 반응입니다. 세경은 화가 풀린 듯한 준혁의 모습을 보며 역시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짓습니다.


세경의 마음은 어느 길로 향할지 모르겠네요. 다만 동료들을 단념시키기 위해서 했던 지훈의 말을 그의 속마음이라고 오해해 버렸으니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텐데, 그로 인해 지훈에 대한 외사랑을 애써 접고 공부에만 전념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훈을 단념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여튼 공부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은 확실한데 말이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기 위하여 준혁에게 기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경의 성격으로 보아서도 그럴리가 없고, 만약 그런 이유로 해서 준혁과 세경 커플이 이루어진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니까요. 단지 준혁의 외사랑만은 앞으로도 한참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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