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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빛무리~ 2010.01.19 10:40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친구 준혁의 짝사랑을 위로해 주기 위함이었기에, 소설 초반부에서 준혁과 세경은 일사천리로 결혼에 성공하지요. 그러나 중요한 암시는 결혼이 아니라 오히려 본격적인 키스신에 있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몇 차례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하다가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리는 안타까운 모습은 앞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그러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물론 참으로 풋풋하고 아름다운 장면이기는 했지요.

이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 커플 역시 그렇습니다. 세호가 정음을 짝사랑하고 있으니, 세호의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은 0% 였지요. 역시 그들의 결혼식장에 모처럼 정장을 빼입고 등장하여 평소와는 다른 매력을 물씬 풍기는 터프한 세호가 "이 결혼에 이의 있습니다!" 하고 당당히 외치며, 곱게 단장한 신부 정음의 손을 잡고 도망침으로써 지훈과 정음의 사랑은 파탄에 이르릅니다.


단지 일회성의 이벤트였을 뿐인데 너무 확대해석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오랫동안 김병욱 시트콤의 매니아라고 할 수 있는 제가 스스로 기억을 더듬어 볼 때, 러브라인이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지지만 해피엔딩을 맞이한 커플은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이 위와 같은 예상을 자연스레 이끌어 냅니다. 사랑의 완성을 반드시 결혼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쨌든 프로그램이 종영하기 전에 결혼에 골인한 커플은 오직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권오중과 최윤영 커플이 유일했습니다.

그에 비해 다른 커플들은 결국 헤어졌거나, 아니면 종영할 때까지 그들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채 여운만 남기고 끝났었지요. 그 여운도 어딘가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의 기운을 모락모락 풍겨내면서 말입니다. '순풍 산부인과'의 김찬우와 이태란, 이창훈과 송혜교, 권오중과 허영란 커플...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이재황과 김민정, 노영삼과 이혜미 커플... '똑바로 살아라'의 최정윤과 천정명, 서민정과 김흥수 커플... '귀엽거나 미치거나'의 박준석과 박경림, 소유진의 삼각관계... 그리고 최근 '거침없이 하이킥'의 최민용과 신지, 서민정, 정일우의 사각관계... 모두 그러했습니다.


환타지를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김병욱의 시트콤에서, 사랑은 환타지요 이별은 현실이라고도 보여집니다.

일례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티격태격하며 젊은 대학생들의 세련되고도 발랄한 사랑의 모습을 예쁘게 선사해 주었던 이재황, 김민정 커플의 결말 역시 매우 현실적이었습니다. 마지막회에 김민정의 목소리로 잔잔한 나레이션이 깔리며 그들은 공항에서 눈물로 이별을 했지요. "나는 재황오빠와 예정된 이별을 했다. 몇 년이 될지 모를 유학을 앞에 두고 우리는 서로에게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약속이나 기다림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서로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자고 약속했다."

저 마지막 말... "우리는 서로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자고 약속했다..." 김병욱의 시트콤에서 대부분의 러브라인은 바로 저 말로써 정리가 됩니다.


게다가 현재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진행중인 네 청춘남녀의 러브라인은 지금껏 등장했던 그 어떤 커플들보다도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혹시 김PD가 이번에는 오히려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놓고 막판에 쇼킹한 반전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제까지의 경험과 현재의 분위기를 보았을 때는 자연스럽게 새드엔딩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짐작하기가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서로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자고 약속했다..." 는 말로 곱게 포장된 슬픔을 말이지요. 이렇게 우리는 또 한 번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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