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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준혁(윤시윤)의 마음을 바꿔 놓은 놀라운 연기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준혁(윤시윤)의 마음을 바꿔 놓은 놀라운 연기

빛무리~ 2010.03.16 22:13


윤시윤이라는 연기자를 처음 본 것이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 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디에서도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지붕킥'으로 인해서 뜨고 난 후에,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듣고 일부러 찾아서 보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직 제대로 뜨기 전의 신인에게 있어 일반인으로서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린 고등학생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도 있겠지만, 하여튼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인 준혁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스친소'에서의 이미지는 여성들을 앞에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라 안 보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정일우)에 비해서 '지붕킥'의 준혁은 적잖이 손해본 캐릭터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윤호는 쌍둥이 형 민호(김혜성)과의 티격태격 관계도 있었고, 학교에서는 싸움짱이면서도 선량한 친구라는 이미지까지 있어서 나중엔 황찬성이라는 똘마니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제발로 찾아와서 충성을 맹세하는 일도 있었지요. 그런데 '지붕킥'의 준혁에게는 신세경과의 러브라인 이외에 아무런 인간관계가 없었습니다. 과외선생 황정음과의 관계가 있긴 했으나, 그 영향력이 너무 미미하여 별로 거론하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굳이 다른 작품의 인물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겠으나, 어쨌든 공평하다고 할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준혁의 캐릭터는 오직 세경과의 러브라인에만 매달려서 처음부터 끝까지 질질 끌려 온 느낌이 없지 않아요.

이렇게 불리한 상황인데도, 신인 연기자 윤시윤은 본인의 노력으로 자기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얼마 전,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을 직접 부른 OST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었죠. 데뷔 전부터 혹시 드라마 촬영 중에 노래 부르는 씬이 있을 것을 짐작하여 꾸준히 노력하며 연습했던 노래실력이라고 합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미 식상하기 그지없었던 '지붕킥'의 노래방 씬이 조금이나마 살아날 수 있었지요.

이제 그 시트콤 내에서 준혁의 모든 것이었다고 할 수 있는 세경이 바야흐로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려 하는 상황이 닥쳤습니다. 절체절명의 이 순간, 윤시윤은 오직 캐릭터 정준혁이 되기 위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던져 버렸습니다. 그녀가 떠난다는 말을, 그녀 자신의 입으로 듣고, 멍해진 채 아무런 말도 못하고 돌아오던 모습이며... 마지막에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고, 처음으로 애끓게 사랑을 고백하던 모습에서 그는 오로지 캐릭터 정준혁이었을 뿐 연기자 윤시윤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개인적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서민정을 향한 윤호의 사랑에 비해, 세경을 향한 준혁의 사랑은 애절하지 못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첫사랑의 이미지... 윤호에게 민정은 그런 존재였지만... 솔직히 세경은 그런 존재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나이는 몇 살 위이지만 자기 집의 식모라는 위치 때문에... 준혁이 적극적으로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별로 보였습니다. 물론 세경의 성격도 그렇고, 한동안 그녀가 삼촌인 지훈(최다니엘)을 사랑했던 것도 그렇고... 장애물은 많았지만, 그래도 민정을 향한 짝사랑으로 속태우던 윤호에 비하면 준혁의 짝사랑은 쉬워 보였던 게 사실이에요.

윤호의 사랑은 아무 가망성도 없는 슬픈 짝사랑에 불과했지만, 준혁의 사랑은 제법 가능성이 있었어요. 그녀가 사랑하던 지훈은 이미 과외선생 황정음과 커플이 되어 버렸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사람은 준혁밖에 없었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세경의 입장에 너무 몰입되어 버렸던 저는, 다른 아무것도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고등학생 준혁과 연결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던 것도 같습니다. 서민정 선생과는 너무도 다른 상황이었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선택한다는 것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나를 사랑해준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선택한다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죠.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준혁의 입장보다는 세경의 입장에서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무리 식모이지만 그녀에게도 선택의 여지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훈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으나, 집안에 갇혀서 다른 남자를 만나 볼 기회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가 사랑하던 삼촌에게 외면당한 그녀가, 자기를 사랑해주던 조카와 커플이 된다는 그 폐쇄적 현실이 견딜 수 없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서민정 선생이 얼마든지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고 권리 행사를 할 수도 있는, 어엿한 성인이요 전문직 여성으로서 어딜 가서나 당당한 입장이었다면, 신세경은 그런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서민정과 윤호의 관계에서는 언제나 윤호가 약자였지만, 세경과 준혁의 관계에서는 그것조차 모호했지요. 오히려 아직 미성년인 준혁이가 세경과의 관계에서는 강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나마 강자인 준혁이가 아직은 자기 힘으로 무엇 하나 시도해 볼 수 없는 미성년자라는 말이죠. 너무 답답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로서는 늘 답답하게 여기던 러브라인이 준세라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떠난다는 세경을 뒤에서 끌어안는 순간, 삽시간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전혀 이미지관리를 하지 않고, 진짜로 못나게 울음을 터뜨리며 "누나, 가지 마요... 나, 누나 좋아해요... 그러니까 가지 마요!" 하고 외치는 윤시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덩달아서 눈시울에 눈물이 맺히고 말았습니다.

저처럼 공감하지 않던 시청자들조차 공감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연기자의 능력입니다. 설정상으로는 여전히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없었으나, 윤시윤의 개인적 능력으로 제 마음은 준세라인에 열리고 말았거든요. 사실 1~2년의 시간, 그다지 긴 것도 아닙니다. 그녀가 남태평양의 머나먼 섬으로 떠난다고 해도, 준혁이가 군대까지 다녀와서 그녀를 찾아 나선다 해도 그리 늦은 것은 아닙니다.


윤시윤의 연기 덕분에 막판 준세라인 열차에 얻어 탄 저로서는 (기존에 타고 계시던 분들이 밀어내시려나요? ㅎㅎ) 이제 그들의 사랑이 곱게 여운을 남기며 종영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두 사람 다, 지금보다는 능력있고 당당한 모습일테니, 그 후에는 알아서들 잘 하겠지요. 더이상 바랄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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