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승승장구 (2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세종(한석규)의 한글 반포를 막으려는 정기준(윤제문)과 밀본의 계략은 일단 성공한 듯 보입니다. 반촌 노비 서용이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급제를 하고 성균관 유생 박세명의 투신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한글에 대한 사대부의 저항은 극에 달했습니다. 반포되기도 전에 곳곳에 피가 뿌려지고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살벌한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이토록 심각한 문제인 줄 모르고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강채윤(장혁)의 놀라움은 컸습니다. "모두가 글자를 안다는 것이... 그렇게 사대부를 분노케 하는 거야? 자기 목숨을 내버릴 만큼?"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렇거니와 드라마의 전개 상황을 보아도 어차피 밀본은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당당하게 내세우는 대의는 사실상 근본적으로 모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의정 이신적..
영화배우 유오성이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단독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평소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오랫동안 볼 수 없어서 이따금씩 궁금했었지요. 알고 보니 수많은 사건에 휘말리고 소문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더군요. 전혀 몰랐던 일들인데...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차분히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차로 안타까움이 깊어져 갔습니다. 영화 '친구'로 대박을 치던 2001년 무렵이 그의 배우 인생에 황금기였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예상치 못한 흥행에 오히려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자기가 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오니 감당할 수 없이 벅차게 느껴져서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겸손한 척 하려고 꾸며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게 전해져 왔습니다. 왠지 어깨에 잔..
지난 주에 에어 '승승장구 - 신동엽' 제2부가 방송되었습니다. 신동엽은 여기에 출연한 이유를 개인적으로 친구관계이기도 한 '승승장구' PD의 끈질긴 섭외에 못 이겨서라고 말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아주 작정하고 제대로 준비해서 나온 것 같았습니다. 아마추어 느낌을 물씬 풍기던 평소의 '승승장구'와는 달리, 계속 빵빵 터지는 재미도 있으면서 그 와중에 어찌나 토크의 짜임새가 정교하고 완벽한지 방송을 다 보고 나니 감탄을 금할 수 없더군요. 신동엽은 이번 '승승장구' 출연을 도움닫기의 발판으로 삼아 방송인, 예능인으로서의 새출발을 다짐하려는 듯 했으며,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큰맘 먹고 시작할 때는 주변에 공언(公言)을 해 두는 것이 좋다지요. 신동엽은 "앞으로 절대 사업을 ..
예전에 개그맨 신동엽을 굉장히 좋아했더랬습니다. 바로 '쟁반노래방'을 진행하던 시절이었죠. 그 때는 누가 저에게 좋아하는 연예인을 물어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동엽이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온통 짖궂고 깐죽대는 이미지만 있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해피투게더'를 보면 볼수록 굉장히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했거든요. 그는 보조 MC 이효리와 수많은 게스트들을 언제나 편안하고 능란하게 조율함으로써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안정되게 하는 든든한 리더쉽을 보여주었고, 가볍게 스치는 장면들에서 섬세한 배려심을 드러냈습니다. 마치 요즘의 유재석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 이후로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점점 활동이 뜸해지고 위상이 예전같지 않으나 저는 아직도 신동엽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않고 ..
김완선의 외로운 인생은 '승승장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두 명의 '몰래 온 손님' 중 한 사람은 간신히 안면을 튼 정도일 뿐 친하다고도 할 수 없는 후배가수 지나였고, 또 한 사람은 20년지기 매니저인 신현하였습니다. 김완선의 보호자였고 매니저였던 이모 한백희는 조카에게 많은 것을 주었지만 또 많은 것을 빼앗기도 했는데, 빼앗은 것들 중에 가장 큰 것은 돈이 아니라 대인관계의 능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리 중간에 공백이 잦고 길었다지만 연예계에 데뷔한 후 수십년이 흐르도록,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토크쇼에 손님으로 초대할 절친 한 명이 없다는 것은 정말 시리도록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15세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집을 떠나 이모 한백희의 손에 맡겨지는 순간부터 김완선의 삶은 모든 평범한 것..
'강심장'에 출연한 유노윤호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방신기가 아무리 세계적 스타라 해도 아직은 어린 청년들일 뿐인데, 최근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너무 힘든 일을 겪었지요. 그 중에도 리더 역할을 맡고 있던 윤호로서는 가장 심한 마음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유노윤호는 평소에도 눈물을 잘 흘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하지만, 굳이 더 힘들게 눈물을 참고 있는 이유를 들어보니 조금은 기막히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연예계 데뷔를 극심하게 반대하시는 집안 어른들의 압박을 피해, 사춘기의 윤호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나왔고, 심지어 서울역에서 잠시 노숙 생활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군요. 그러다가 연습생의 길로 접어들어 한창 데뷔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
2주에 걸쳐 방송된 '승승장구 - 이경규' 편은 온통 명언의 향연이었습니다. 책을 외워서 준비해 온 명언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 속에서 깨우쳐 온 것을 그 자리에서 즉흥적인 말로 표현하는 명언들이었지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옮기기 어렵지만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널 만나서 잘 됐다는 말은 사탕발림이죠. 널 만나지 않아도 잘 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말은 하죠. '널 만나서 행복하다.'" 잘 되는 것은 본인의 능력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행복한 것은 본인의 능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를 만나서 행복하다"는 것은 상대방의 가치를 알고 진심으로 감사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기는 새벽의 성에와 같다. 아침이 지나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지는..." 경험을 해..
비틀즈의 유명한 노래 'Let it be'를 아시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노래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그 가사의 일부를 해석해 볼까요? 내가 근심의 시기에 처해 있을 때, 어머니(성모 마리아로 해석 가능)께서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내가 암흑의 시간 속에서 헤매이고 있을 때에도, 어머니는 내게 다가와 지혜의 말씀을 해주십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여기서 '내버려 두라'는 뜻은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라는 뜻이 아님을 다들 아시지요? 말이라는 것이 항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보니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저는 아주 쉽고 간단하고 명확한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상천외한 오해를 받는 일도 허다해서 말이죠. 제가 해석하는 Let it be는 집착이나..
유별나게 의좋은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가 새 수목드라마 '프레지던트'에 부부 역할로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좀 의아했습니다. 오래 전에 유동근과 전인화도 그런 적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니까요. 실제 부부나 연인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추게 되면 오히려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실제의 모습과 극 중에서의 모습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너무 가까운 사람이다 보니 역할에 몰입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지요. 결혼 18년차의 중년 부부가 드라마에서 또 다른 형태의 부부로 나온다 하니, 왠지 벌써부터 어색할 것도 같고 좀 그랬습니다. 그러나 '승승장구'에 동반 출연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프레지던트'라는 드라마에 대..
이번 주 화요일에 저는 거의 언제나 우선적으로 선택하던 '강심장'을 외면하고 '승승장구' 쪽에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MC의 신구교체가 이루어졌던 그 불안한 첫방송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본방사수를 하게 되었네요. 같은 값이면 재미있는 것부터 먼저 보고 싶은 것이 자연스런 심리인지라, 어색함 속에 성장해가는 초보 MC들의 버라이어티는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자꾸 뒤로 밀리게 되더군요. 그러나 이번 주에는 검색을 통해 미리 게스트를 알았고 저는 서슴없이 '승승장구'를 선택했습니다. 검색 결과에는 게스트가 '김태희, 양동근'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영화 '그랑프리'의 홍보차 함께 나오나보다 생각했는데, 메인 게스트는 김태희이고 양동근은 몰래 온 손님이더군요. 초반의 실망은 꽤 컸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양동근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