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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 유오성의 천금같은 친구, 박원상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승승장구' 유오성의 천금같은 친구, 박원상

빛무리~ 2011. 8.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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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유오성이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단독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평소 그의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오랫동안 볼 수 없어서 이따금씩 궁금했었지요. 알고 보니 수많은 사건에 휘말리고 소문에 시달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더군요. 전혀 몰랐던 일들인데...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차분히 털어놓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차로 안타까움이 깊어져 갔습니다.

영화 '친구'로 대박을 치던 2001년 무렵이 그의 배우 인생에 황금기였을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예상치 못한 흥행에 오히려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자기가 한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오니 감당할 수 없이 벅차게 느껴져서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겸손한 척 하려고 꾸며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게 전해져 왔습니다. 왠지 어깨에 잔뜩 힘주고 다닐 것 같은 이미지인데, 의외로 욕심이나 공명심이 없는 소탈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친구'로 인연을 맺은 곽경택 감독과 바로 다음 해인 2002년에 다시 만나서 영화 '챔피언'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개봉할 무렵,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작사에서 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챔피언'의 한 장면을 의류회사 CF에 제공했던 것입니다. 엄연히 자신의 초상권이 걸린 부분이고 스스로 원치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유오성은 해당 CF를 방송에 내보내지 말아 달라 요구했고, 제작사 측에서도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답니다.

하지만 해당 CF는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방송을 타게 되었고, 유오성은 초상권 침해를 근거로 제작사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초상권 자체보다 더 큰 이유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배신감 때문이기도 했고, 동료 영화인들이 자기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옳지 못한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작사에서는 주연배우의 소송으로 인해 영화의 흥행이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맞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영화 개봉 후 20일쯤이 경과한 후였고, 보편적으로 그 정도 시일이 지나면 흥행 여부는 대략 판가름이 나게 마련이므로, 유오성은 '챔피언'의 흥행 참패가 자신의 소송과는 직접적으로 무관하다 생각했지만, 어차피 진흙탕 싸움은 시작된 후였습니다. 결국 소송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아무 소득 없이 취하로 종결되었지만, 회사보다 훨씬 치명적 피해를 입은 쪽은 한 개인이며 연예인인 유오성이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있어 유오성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며, 원칙적으로 그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에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분명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것을 미덕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지만, 솔직히 저는 동의할 수 없거든요. 배우의 얼굴이 등장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당사자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CF에 이용한 제작사의 행동은 처음부터 매우 염치없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방송에 안 내보낸다 약속까지 해놓고서 언제 그랬냐는 듯 싹 무시하고 방송에 내보냈으니, 이는 기본적 신뢰를 저버린 행동입니다. 그냥 꾹 참고 넘어가야만 옳은 일이었을까요?

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여기는 한국 사회니까요..ㅎㅎ 옳다는 믿음에서 강행했던 소송은 유오성을 삽시간에 영화계의 배신자로 만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상대로 먼저 싸움을 건 셈이 되었으니까요. '친구' 때부터 좋은 관계로 지내 오던 곽경택 감독과의 사이도 어색해져 버렸습니다.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을 잃었다는 것이 가장 뼈아픈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런 결과만 본다면 그 때 꾹 참고 넘어가는 편이 훨씬 나았을 거라고... 그게 옳은 판단이었을 거라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 옳았던 걸까요? 저는 이러한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 이후로도 안 좋은 일들이 많았는데, 영화 제작사와의 소송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일종의 '욱하는 성품'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겠더군요. 주로 '폭행'이라는 단어와 연관된 사건들인데, 상대방 측에도 잘못이 있었지만 주먹을 자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그는 확실히 좀 더 참을성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였어요... 영화 촬영 중의 스태프 폭행 사건이나, 20년지기 친구와의 주먹다짐 사건 등을 겪으면서 유오성의 곁에는 점점 사람이 줄어들어 갔습니다. 아, 다만 세간에 떠도는 소문 중 '아내를 폭행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의 뜬소문임을 분명히 밝히더군요.

결코 스스로 말하기 쉽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반성하는 자세로 담담히 털어놓으면서, 소중했던 친구와 지인들이 이제 기억으로만 남았다는 사실이 가장 슬프다고 유오성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친구가 없다는 유오성에게도 '몰래 온 손님'이 있었습니다. 20년 전, 연극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꼭 한 명(!) 있다고 유오성은 말했고, 다음 순간 귀익은 음악이 울리며 한 남자가 걸어들어왔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 친근한 인상인데 얼핏 누구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 그 조연배우의 이름은 박원상이라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올해 초 '드림하이'에서 기획사 대표 윤사장 역으로 출연했고, 가장 최근에는 '무사 백동수'에서 검선 김광택(전광렬)과 흑사모(박준규)의 의형제 '장대포' 역으로 출연한 사람이더군요. 극 중에서 분장한 모습이 화면에 소개되니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아~!!!" 하고들 알아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평범한 얼굴이라서 분장의 효과가 더욱 큰 것인지, 자연스런 연기로 캐릭터와 일치되어서 그런지, 하여튼 분장하지 않은 모습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달라 보이더군요.

그런데 예능에서 생전 처음 보는 이 사람의 말재간이 보통 아닙니다. "오성이 형님이 나오신다는데... 친구가 없으시다는 것을 잘 아는데, 저라도 나와야지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시작된 박원상의 토크는, 한편으로 유오성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한편으로는 따끔하게 질책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밉지 않은 깐족거림으로 웃음을 터뜨리게 했습니다.

"친구가 없는 이유가 뭐인 것 같으세요?" 라는 MC 김승우의 질문에 박원상이 대답했습니다. "오성이 형은 스스로 생각하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너무나 명확하시죠. 게다가 외모적인 조건까지... 주변 사람들이 편하게 대하기 힘든 조건들을 거의 다 갖추셨습니다." 진지함으로 시작해서 농담처럼 끝났지만, 그 짧은 대답 속에는 유오성이라는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아끼는 후배이자 동료이자 친구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오성씨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하라고 MC가 요청하자, 박원상은 선배를 향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형이 갖고 있는 이미지들 중에 억울한 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모두 다 형 자신이 만든 겁니다. 나는 형이 좀 더 여유로워지고 느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공적인 자리에서 하는 말로는 너무 직선적이고 날카롭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깊은 애정과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에 오히려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친구가 많음을 자랑하는 사람도 열에 아홉은 실속없는 쭉정이가 대부분인데, 박원상과 같은 '진짜배기 친구'를 한 명이라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유오성이 결코 헛살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입니다.

박원상의 증언을 들으니 요즘 영화 촬영장에서의 유오성은 자기 분량을 마치고 나서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다가, 어떻게든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한답니다. 일부러 편집실까지 찾아가서 밥을 사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이렇듯 공중파 예능에 나와서 힘든 이야기들을 소탈하게 털어놓는 자세 또한,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하는군요.

토크가 끝나갈 무렵에 유오성은 말했습니다. "어느 분이 제게 물으시더군요. 처음부터 밑바닥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높이 비상하다가 추락하니까 더 많이 힘들지 않았느냐고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비상을 꿈꾸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추락한 적도 없습니다. 인생은 오직 하나의 산을 넘는 게 아니라 산맥을 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피할 수 없는 내리막길이 있고, 걷다 보면 또 다른 봉우리를 오르게 되는 거죠. 제가 올라섰던 것은 하나의 고갯마루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그건 나를 위한 삶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승승장구'에서 유오성이 보여준 모습에는 인간적인 헛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소탈하고 좋은 점도 많은 사람임을 저는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의 용기와 결심을 지지하며,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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