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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윤도현, 명예 졸업보다 아름다운 탈락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윤도현, 명예 졸업보다 아름다운 탈락

빛무리~ 2011. 8. 1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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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에서 5개월간의 치열한 생존경쟁 끝에 살아남은 3팀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명예로운 '명예 졸업'이 예정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뜻밖에도 YB가 최종 경연에서 탈락함으로써, 명예 졸업은 박정현과 김범수 두 사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보컬 윤도현도 적잖은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명예의 전당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탈락하고 말았으니, 왠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 같은 생각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YB의 탈락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타인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마무리한 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3팀이 함께 명예 졸업을 했다면, 누군가 또 다른 한 명이 탈락해야 했겠지요. 결국 7명의 가수 중 4명이 동시에 나가고, 새로운 가수 4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 어느 집단에서도 과반수 이상의 멤버가 한꺼번에 교체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큰 일입니다.

게다가 현재 남아 있는 가수들 중 원년 멤버 3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들어온지 얼마 안되는 '나가수 신인'들입니다. 김연우나 BMK 등의 제2기 멤버가 모두 탈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는 조관우와 장혜진이 최고참이군요. 김조한과 자우림은 더구나 파릇파릇한 새싹(?)들이죠. 하지만 저는 아직도 조관우와 장혜진을 보면 '나가수'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신인의 느낌을 받는데, 이 사람들이 최고참이라니 정말 실감나지 않습니다.

특히 저는 최근 들어 계속 자신감을 잃은 듯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던 조관우가 혹시라도 탈락할까봐 염려가 컸습니다. 순위와 관계 없이 그의 음악세계는 충분히 가치있는 것인데, 자칫 '나가수' 출연으로 인해 너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채 물러가게 된다면 제 마음도 몹시 안좋을 것 같았거든요. 모처럼 공중파에 야심차게 얼굴을 드러냈으니, 물러갈 때 가더라도 좀 더 많은 기쁨을 누리고 나서 그 때가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의 무대가 초반에 굉장히 불안하게 느껴져서 이거 큰일이다 싶었는데, 다행히도 후반부의 폭발적인 고음처리가 청중의 공감을 얻으면서 3위라는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었군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조관우의 소탈한 웃음을 보니 저도 흐뭇했습니다.

투입될 때부터 7위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던 예민한 장혜진도, 벌써 탈락하게 된다면 참 많이 슬퍼했을 듯합니다. 게다가 이제 겨우 2번째와 3번째의 경연을 마쳤을 뿐인 자우림과 김조한은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만약 YB가 탈락하지 않았다면, 이들 4팀 중 누군가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건만 커다란 아쉬움을 품은 채 떠나가야 했겠지요. 그에 반해 박정현, 김범수, 윤도현은 지난 5개월 동안 끝없는 변신을 통해 이제 보여줄 것을 거의 다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예 졸업이라는 명제를 떠나서 생각한다면, 이제 물러나도 좋을 때가 되었고 크게 아쉬울 것은 없는 입장입니다.

YB의 마지막 무대는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김범수의 '홀로 된다는 것'보다도, 박정현의 '그것만이 내 세상'보다도 YB의 '내 사람이여'가 더 좋았습니다. 고요한 선율과 시적인 가사가 윤도현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와 만나니, 의외로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인 서정성을 풍기더군요. 소름끼치는 고음을 내지르거나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지도 않았건만, 저절로 눈물이 맺히게 하는 명품 중의 명품 무대였습니다. 그 누가 YB의 마지막 무대를 꼴찌로 기억하겠습니까?

YB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나가수'는 절반 이상의 멤버를 한꺼번에 잃는 위기(?)를 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명 중 3명이 교체되는 것도 결코 작은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절반 이상이 남아있게 되어서 든든하군요. 이소라가 '행복을 주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부르고 탈락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녀가 일부러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경연의 순위가 낮아서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가장 힘을 뺀 무대를 선보였기 때문이지요. 탈락자가 발표되는 순간 이소라의 얼굴에 떠올랐던 초연한 미소 역시, 그녀의 마음속에 아무런 집착이나 욕심이 남아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YB의 마지막 무대도 그렇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는 평소 윤도현이 보여주었던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성품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네요. 이렇게 해서 YB는 지난 5개월에 걸쳐 쉬임없이 달려온 '나가수'의 치열했던 여정을, 명예 졸업보다 아름다운 탈락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쉬워하기보다 오히려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군요. 윤도현을 비롯한 YB의 모든 멤버들, 그리고 매니저 김제동, 그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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