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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3' 손예림의 노래에 가슴 아팠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슈퍼스타K3' 손예림의 노래에 가슴 아팠던 이유

빛무리~ 2011. 8.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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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슈퍼스타K'의 시즌3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이승철, 윤종신과 더불어 윤미래가 고정 심사위원으로 자리했군요. 하지만 아직은 예선인지라 특별 심사위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 덕분에 정엽, 싸이, 이하늘 등 다양한 가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 등을 통해서 매주 끊임없이 오디션 예능을 시청하고 멋진 노래들을 감상해 왔으니 이제 질릴 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노래 듣는 것이 이렇게 좋으니 참 신기한 일입니다. 더구나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 생각지도 못한 가창력을 발견하는 놀라움과 기쁨은 여전히 새로울 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슈퍼스타K3'의 첫방송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초등학생 손예림 양이었습니다. 예림이가 선택한 노래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였는데, 도저히 11세 소녀의 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 절절한 감성은 한 마디로 소름끼쳤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 노래의 가사 자체가 어린아이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운 것인데, 예림이는 완전히 그 내용에 몰입하고 있음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눈에 익은 이 자리 편히 쉴 수 있는 곳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난 어디서 있었는지
 하늘 높이 날아서 별을 안고 싶어...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예림이는 8살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었다고 합니다. "제가 살면서 조금 힘들었던 순간은,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예요. 아빠 엄마 두 분 중에서요... 엄마 밖에 없으니까 조금 외로웠어요. 아빠가 비행기 태워 주시고 그랬을 때가 많이 생각나요" 차분하게 말하던 예림이도 천국에 계신 아빠에게 영상편지를 보낼 때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아빠, 내가 슈퍼스타K3에 나왔어. 아빠도 보고 있지? 나 많이 응원해 줘!"

사진 속에서 예림이와 함께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은 저절로 가슴이 아파올 만큼 젊었습니다. 아빠는 푸른 잎 가득한 젊은 나무 같고, 그 곁의 예림이는 갓 피어난 꽃봉오리 같았는데...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예림이로서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감히 짐작한다고도 못하겠습니다. "나는 떠날 때부터 다시 돌아올 걸 알았지...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그러고 보니 왠지 저 노래 가사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예림이의 마음 같았습니다. 혹시라도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이젠 그랬으면 좋겠다고... 아빠가 먼 길을 떠나가려 할 때,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말해줄 걸 그랬다고... 예림이는 그렇게 노래하는 것 같았습니다.

심사위원들 중에 유독 마음이 여려 보이는 정엽은 어느 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은근히 내유외강형으로 보이는 싸이의 눈에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살짝 비쳤습니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이승철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린 듯 멈춘 자세로 조용히 듣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마음속의 흔들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고운 목소리에 빼어난 가창력에 풍부한 감성까지 갖춘 예림이는 당연히 합격을 했고, 좋아서 폴짝폴짝 뛰는 해맑은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애더군요. 노래할 때의 서글픈 듯한 표정과는 완전히 달라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릿하게 저려오는 가슴의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위탄'의 마스코트로서 한국의 코니탤벗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김정인 양이나, '코갓탤'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Tomorrow'를 불러 모두를 감탄케 했던 김태현 양 등, 최근 들어 노래 잘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가슴이 아픈 적은 없었습니다. 정인이나 태현이의 노래에는 어린아이다운 맑은 감성만이 가득했었죠. 예림이의 노래처럼 가슴 저린 슬픔은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인이가 '나 가거든'을 부를 때 저는 귀여워서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물론 노래는 잘 하지만, 가사의 처절함과는 완전히 따로 놀고 있었거든요. "나 슬퍼도 살아야 하네... 이 삶이 다 가고 나야 알텐데,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간 그 이유..."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치열한 삶의 외로움과 허망함을 토해내는 저 가사를 11살짜리가 무슨 수로 이해하겠습니까? 교과서 창법대로 똑똑 끊어서 부르는 김정인 버젼의 '나 가거든'은 마치 동요같은 느낌이어서, 가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바람에 솔직히 좀 우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애라면 그게 당연하고, 그래야 맞는 겁니다.

그런데 예림이는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라는 노래의 감성을 너무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저는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묻어나던 깊은 슬픔과 외로움... 어른으로서도 감당하기 벅찰 듯한 그 무거운 감정들을, 겨우 11살의 예림이가 의연히 견뎌내고 있던 모습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습니다.

물론 예림이에게도 훨씬 아이답고 밝은 모습이 존재하겠지요. 또래 친구들처럼 촐랑대며 까불기도 하고, 가수가 꿈인 만큼 걸그룹 댄스도 흉내내며 신나게 잘 놀면서 지내겠지요. 멀쩡한 아이를 너무 안스럽게 여기는 것도 미안한 일인 듯해서 그만 떨쳐버리려 하는데 잘 안되는군요. 그 아이의 노래가 제 가슴 속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나 봅니다. 이런 제가 참 바보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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