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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국제적 결례? 김태호 PD의 뜻을 따라야 하는 이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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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국제적 결례? 김태호 PD의 뜻을 따라야 하는 이유

빛무리~ 2011. 8. 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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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도가니였던 '무한도전' 조정 특집이 뜻밖에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습니다. 대한조정경기협회 게시판에 7월 19일자로 올라왔던 한 조정계 원로의 글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이지요. 어떤 인터넷 매체는 이 글이 방송 직후에 올라왔다고 잘못 기재했으나 사실은 경기가 있기 훨씬 전에 올라왔던 것입니다. 해당 글의 내용 중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분을 빼고 '무한도전'과 연관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한도전을 통해 국내의 많은 젊은이가 조정이란 경기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인식하게끔 한 계기가 된 것에 대해선 조정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STX컵 코리아 오픈 레가타에 세계 조정 명문 사학을 초청해 메인 이벤트로 (번외 경기인) 노비스 레이스를 하게 하는 것은 국제적인 결례이며 시청자에게도 웃음거리 밖에 줄게 없다고 생각됩니다.... (중략) ... 무한도전팀이 그간 훈련과정에서 태극마크 노를 사용했는데 국내적으로야 홍보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외국팀이 참가하는 대회니만큼 태극마크 노는 국가대표 선수 외에는 사용치 못한다는 원칙이 지켜지기 바랍니다."

경기가 끝난 후 왜 갑자기 위의 글이 새삼스레 공론화 되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아마도 일부 언론의 의도적 이슈만들기가 아닐까 싶군요. 결코 '무한도전' 측에 호의적인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저 글이 이슈화되면서 대한조정협회 홈페이지는 분노한 시청자들의 접속이 폭주하여 접속 불가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물론 저도 '무한도전'의 애청자로서 위의 글을 읽고 나니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고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왔는지를 보았기 때문에 더욱 불쾌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처음부터 조정협회 측에서 '무한도전'에 먼저 참가해 줄 것을 건의해 왔다고 하던데요. 어쩌면 '무한도전' 팀을 정식 경기에 참가시키기는 부적절하다는 판단하에 번외 경기(노비스 레이스)를 일부러 마련했던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번외 경기 자체가 국제적 결례라고 할만큼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강력하게 만류했어야 마땅할 일이잖습니까?
원로라는 분이 그렇게 소식통에 어두워서, 5개월간의 모든 연습이 다 이루어지고 경기를 고작 열흘 앞둔 시점에서야 뒤늦게 태클을 걸다니 참 기막힐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의 문맥을 보았을 때 '무한도전'을 탓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조정협회 측의 결정 자체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태극마크 노의 언급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올림픽처럼 프로 선수들이 나라의 이름을 걸고 각축을 벌이는 대회도 아니고 대학 동아리들이 모여서 겨루는 대회인데, 글쎄 제가 보기에는 다분히 친선적인 의미도 커 보이던데, 그런 상황에서 굳이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면 태극마크 노를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니 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주장처럼 저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극마크가 그려진 옷도 입을 수 있고 모자도 쓸 수 있고 노도 저을 수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원칙주의를 신봉하며 살아온 체육계의 원로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정 경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높였다는 점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먼저 밝혔으니, '무한도전' 참가의 긍정적 의미를 부정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무한도전'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그들이 뭘 잘못했다고 트집잡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정협회 측에서 좀 더 원칙에 충실해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하는 글이었습니다. 너무 지나친 듯한 원칙주의가 답답하긴 하지만... 처음에 솟구치던 불쾌한 감정을 살짝 억누르고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읽어보니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논란이 거세어지자'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성난 대중을 만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수십년 조정에 몸 담근 원로께서 '경기 전'에 염려되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덕분에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민폐니 논란이니... 확대 재생산은 이제 그만하시죠."

그 동안 멤버들의 고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5개월을 보내야 했던 김태호 PD야말로 현재의 사태가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할까마는, 분노를 표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논란을 잠재우려 애쓰는 것을 보니 과연 그는 대인배요 큰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이 PD를 꼭 닮았네요.

저는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팬들이 아무쪼록 김태호 PD의 뜻을 존중해 주었으면 합니다. 조정계 원로의 글이 우리 입장에서는 좀처럼 이해되거나 공감되지도 않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지만, 그래도 분노를 터뜨리기보다는 그냥 꾹 참고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무한도전'을 위하는 길이고, 대다수 선량한 조정 스포츠인들을 위하는 길이며, 또한 우리 자신을 위하는 길이니까요.

가장 염려되는 것은 저 글 하나로 인해서 조정이라는 스포츠 자체를 폄하하고 증오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부자들끼리만 즐기던 운동인데 서민들이 함께 좀 즐기겠다니까 심통이 나서 저런다는 둥... 이제는 팔다리만 굵어지는 그런 운동은 거들떠도 안 볼테니까 당신들끼리만 신나게 즐기라는 둥... 이런 댓글들을 해당 기사에서 보고는 '아,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되면 지난 5개월간 '무한도전'이 흘린 땀방울은 뭐가 되는 것입니까? 김지호 코치의 노력은요?

아까도 말했지만 '무한도전'의 시청자게시판도 아니고 '조정협회'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더구나 경기 후도 아니고 한참 이전에 올라왔던 글이 이제와서 이렇게까지 파급력을 갖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일입니다. 게다가 자세히 보면 글의 내용은 '무한도전'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정협회'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의 개인적 건의사항일 뿐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논리가 맞건 틀리건 간에 이토록 많은 대중이 흥분하며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었는데, 누군가의 악의적 퍼뜨리기에 의해 이런 상황이 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김태호 PD의 고충을 이해하는 만큼, 우리는 그의 뜻을 따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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