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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1박2일' 하차, 아름다운 퇴장이 아닌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호동 '1박2일' 하차, 아름다운 퇴장이 아닌 이유

빛무리~ 2011. 8. 1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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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이 '1박2일' 제작진 측에 하차 의사를 전하고, 이달 말까지만 녹화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그런 비슷한 소문조차 들어본 적 없었기에, 이토록 갑작스런 하차 소식은 거의 날벼락 수준이었습니다. KBS 측에서는 예능국장까지 나서서 만류하고 있는 중이라지만, 일단 강호동 측의 의사는 확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으로 강호동의 하차는 '1박2일'의 폐지와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이며 맏형으로서 강호동을 대신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며, 설령 누군가 그 자리에 온다고 해도 나머지 멤버들이 강호동 없는 '1박2일'을 꿋꿋이 지킬 거라는 예상은 들지 않습니다. 비록 아직까지 시청률은 높지만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이미 5년차에 접어들어 식상함을 비롯한 각종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강호동은 누가 뭐래도 대체 불가능한 '1박2일'의 중추이며 핵심이며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시청자 절대 다수의 의견은 강호동의 하차를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음 아고라에서는 십만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는군요. 그러나 본인의 결심이 확고하다면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저도 '1박2일'의 애청자로서 무척 아쉽긴 하지만, 일단 강호동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에게도 자신의 삶을 결정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매체에서 강호동의 하차를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았습니다. 내용을 보니 강호동 측에서 내세운 하차 이유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듯이, 프로그램이 아직 정상에 있을 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난하지 않고 보내줄 수는 있지만, '아름다운 퇴장'은 절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강호동이 프로그램 하차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도 합니다. 지난 1월 이승기의 하차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인 작년 연말부터 제작진에 지속적으로 하차 의사를 전했다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그런 내용이 여지껏 매스컴에 조금도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상합니다. 아무리 극비리에 제작진에게만 전달했다 해도, 이처럼 덩어리가 큰 중대 사안이 완벽하게 숨겨질 수가 있었을까요?

실제로 강호동이 그렇게 오래 전부터 하차 의사를 전해 왔다면, 당연히 제작진과 KBS 측에서도 조금씩 그에 관한 대비책을 마련해 왔어야 마땅합니다. 떠나겠다는 사람을 언제까지 억지로 붙잡아 둘 수야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KBS 예능국 관계자들은 강호동 하차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8월 10일 오후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갔고, 강호동측 관계자는 휴대폰을 아예 꺼 둔 상황이며, 나영석 PD와 김영식 CP 등은 모두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 합니다. 다들 충격받은 기색이 역력한데, 이 부자연스런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강호동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쉬고 싶다는 얘기를 이번에 처음 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올해 초 이승기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전에 강호동이 먼저 하차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이승기 하차설로 여론이 시끄러워지면서 유야무야 되어버렸다. 강호동은 이같은 사실을 '1박2일' 멤버들에게도 알렸으며, 멤버들 역시 강호동이 앞으로 녹화에 1~2번만 참여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강호동의 하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군요.

하지만 현실은 좀 달라 보입니다. 강호동의 하차는 이승기의 하차보다 훨씬 더 중대한 사안인데, 이승기 하차설로 여론이 시끄러워지면서 더 중요한 사안이 유야무야되었다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나요? 그리고 멤버들이 강호동의 하차를 기정 사실로 알고 있었다는 부분에서는 더욱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들에 따르면 이수근, 김종민, 엄태웅 세 명은 모두 금시초문이라며 깜짝 놀랐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강호동이 빠지면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데,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우선 엄태웅은 결코 합류조차 안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아주 어렵게 잔류를 결정했던 이승기의 입장도 이젠 몹시 난처하게 된 것 아닙니까?

기사에 따르면 강호동은 수년째 '1박2일' 측과 계약서도 없이 출연을 연장해 왔다는데, 그 의미는 언제든 발을 뺄 준비를 수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걸까요? 여론이야 어떻든 간에 일단 계약서가 없다면. 언제 발을 빼도 법적으로 발목 잡힐 일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영리한 행보라 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아까도 말했듯이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권리가 있고, 저는 그런 의미에서 강호동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어차피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일이죠. 아무에게도 상처나 피해를 주지 않고 완벽하게 퇴장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호동을 크게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극심한 체력 소모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만 4년간이나 책임지고 진행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합니다. MC몽의 군역기피 논란과 김종민의 병풍 논란 등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피로했을지도 짐작합니다. 또한 '1박2일'의 틀을 닦았던 기존의 제작진 대다수가 종합편성채널로 이적하면서, 강호동 역시 자신의 거취 문제에 고민이 많았을 것 또한 이해합니다. 일각의 견해처럼 강호동의 '1박2일' 하차 이유가, 종편행을 결정한 PD들의 제안을 받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이해합니다. 종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으나, 그 결정 또한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니까요.

하지만 여러가지 상황들로 보았을 때, 강호동의 '1박2일' 하차를 결코 '아름다운 퇴장'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정상에 있을 때 떠나고 싶다는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닙니다. 프로그램의 위상이 추락해서 모양 빠지는 입장이 되기 전에 그만두겠다는 건데, 어찌 보면 오히려 이기적인 결단이죠.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인지상정일 뿐...)

강호동 자신은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지만, 다른 멤버들과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아직 그 때가 아니라고 여기는 듯한 것이 현재의 분위기입니다. 기사에 나온 대로 강호동이 이달 말까지만 촬영하고 하차를 강행한다면, 그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런 퇴장이 아니라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는 행동이며, 따라서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아름답다는 말로 포장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KBS 측의 한 관계자는 "강호동이 하차 의사를 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달 말까지 촬영하고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와의 약속인 시청자 투어가 이달 말에 시작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 후속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서라도 강호동이 일단 내년 봄까지는 가야 해서 제작진과 조율중이다."라고 말했다는군요.

만약 강호동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 내년 봄까지 '1박2일'을 꿋꿋이 지켜 준다면, 그 이후에는 '아름다운 퇴장'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시청자의 충격도 완화시켜 줄 수 있고, 제작진과도 모양 좋게 헤어질 수 있고, 군입대 전까지는 '1박2일'을 지키겠다면서 어렵게 남아 준 이승기에게도 형으로서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강호동이 몇 개월 더 참을성을 갖고 버텨 주기를 바라지만, 하차 의사를 과감히 공표한 것으로 보아 강호동의 뜻은 이미 명확하게 정해진 듯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들었던 '1박2일'과도 이제 이별의 순간이 멀지 않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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