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한도전' 김지호 코치의 가장 행복한 눈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김지호 코치의 가장 행복한 눈물

빛무리~ 2011. 8. 7. 07:40
반응형


드디어 '무한도전' 조정 특집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방송 시청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어차피 중요한 것은 '과정'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은 막연히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사력을 다해 노를 젓고 있을 뿐인데, 그걸 보면서 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를까요?

다른 팀들은 모두 20대 초반의 대학생들로 구성되었고,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조정 훈련을 해 온 사람들이죠. 그에 비해 '무한도전'은 평균 연령이 서른을 훨씬 넘겼을 뿐 아니라 제각각 다른 본업을 갖고 있는 연예인들이 바쁜 스케줄을 쪼개서 고작 5개월의 연습을 했을 뿐인데, 사실 최하위는 너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아마 그들도 알고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대회 직전까지 혹시 모를 기적을 기대하며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습니다.

시작부터 몇 가지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출발선으로 함께 배를 들고 가던 중, 박명수가 하필 노를 밟고 미끄러져 넘어지다가 발목을 삐끗하는 사고가 발생했지요. 대회를 겨우 30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김지호 코치가 임시방편으로 테이핑을 해 주면서 긴급 의료팀을 부르겠다고 했지만, 박명수는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면서 그냥 배에 오르더군요. 그런 박명수가 안타까웠는지 김코치는 "이것만 뿌릴게요!" 하면서 다급히 붙잡아 발목에 스프레이를 뿌려 주었습니다. (아마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인 듯...)

그리고 이런 대회 자체가 너무 낯설었기 때문일까요? 집중하고 있었는데도 출발 신호를 듣지 못한 '무한도전' 팀은 스타트부터 허둥지둥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정확한 스타트만 했더라도 목표했던 7분대 완주에 성공했을지 모르는데 좀 아쉬운 부분이긴 했어요.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돌발상황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완주에 성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팀들이 멀리 앞서 가다가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뒤에도, 콕스 정형돈은 힘껏 소리쳤습니다. "잘한다! 멋지다, 무한도전!" 그의 말 앞에 (내 눈에는) 이라고 추가 자막이 뜬 것을 보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 눈에도 멋지다!" 정말 그들은 모두 더없이 멋있었습니다. 가장 힘든 맨 앞자리에서 변함없는 리더쉽으로 팀을 이끌었던 유재석... 얼마나 힘든지 잘 알면서도 함께 노젓지 못하는 미안함에 더욱 목 터지게 소리를 질렀던 정형돈... 그리고 한계에 다다른 체력을 잘 견디며 끝까지 따라 준 다른 멤버들... 이 모두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후 서로 미안해하는 이유는, 제가 그런 단체 스포츠 경기에 직접 참여해 본 적이 없어선지 잘 모르겠더겠군요. 좀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자기가 팀에 큰 도움이 못 된 것 같아서, 그런 마음 때문일까요?

특히 '무한도전' 멤버들은 모두 김지호 코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더군요. 8분대의 벽을 깨지 못해서? 출발 신호를 못 듣고 허둥거려서? 박명수는 경기 전에 넘어져서? ... 기타 등등의 이유로 그들은 김코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듯했지만, 제가 보기에 김지호 코치는 '무한도전' 조정 특집을 통해서 그가 원했던 것 모두를, 아니 그 이상을 얻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코리아 오픈 레가타'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은 2000m가 넘는 경기장 양쪽에 빽빽히 들어찬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이제껏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으며 관중 없이 치르는 경기에만 익숙했던 한국 선수들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주최측의 초청으로 참가한 해외 대학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팀의 콕스를 맡은 테레사 케보키안(20)은 "한국에서는 조정이 인기가 없다고 들었는데 오늘 관중수를 보고 정말 놀랐다"고 했다는군요.

미안하게도 몰랐던 사실인데, 우리 한국 조정대표팀은 지난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해 참가 종목 중 가장 많은 수의 메달을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전혀 얻지 못했죠. 그만큼 조정에 대한 국내 인식이 너무 저조했던 탓입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으로 인해 앞으로 조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족히 2~3배 정도는 뛰어오르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우리도 모두 함께 울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김지호 코치였습니다. 전문 스포츠인인 그가 지난 5개월 동안 나이 많은 생짜 초보들, '무한도전' 멤버들을 가르치고 이끄느라 오죽 고생도 많았을까마는, 이토록 훌륭한 결실을 거두었으니 더 이상 큰 보람과 기쁨이 어디 있겠습니까?

알고 보니 갓 서른 살의 김지호 코치는 훈남 외모와 뛰어난 능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훌륭한 인품까지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봉사 동아리에서 노숙자와 불우 아동 돕기, 교내 헌혈 등의 봉사 활동 해 왔고, 졸업 후에는 어떤 지원도 없이 아프리카에 봉사를 나가, 2008년에는 케냐 오지 학교에서 최초의 체육교사로 활동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은 그는 귀국 후에 장애인 조정 대표팀의 코치 자리도 선뜻 수락했다더군요. 이렇게 돕고 싶은 사람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나 많은 김코치는 현재 '국제 조정연맹' 심판이 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훗날에는 IOC 위원장이 되어 빈민 국가를 위한 체육 후원을 증대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자 꿈이라고 합니다.

이제껏 '무한도전'을 통해서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김지호 코치는 그 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경기 직전, 멤버들 한 사람마다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며 격려해 주던 모습... 경기 중에 절대 들리지도 않을 먼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필사적으로 따라오며 목 터져라 파이팅을 외치던 모습...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 그 동안 함께 해서 너무 즐거웠다고, 너무 감사했다고 울먹거리며 인사하던 모습들을... 저는 앞으로도 한참이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