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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껍데기뿐이었던 박하선과 고영욱의 억지 러브라인은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나고 말았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집중을 위해 절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고영욱은 박하선과의 짧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멋진 데이트를 선물하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자금을 준비했으나, 막상 시작된 데이트는 모든 면에서 꽝이었지요. 고시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느라 최신 유행에는 깜깜할 수밖에 없었던 고영욱은 친구의 어설픈 조언에 따라 '현빈 츄리닝'을 커플옷으로 준비하여 박하선에게 선물하지만, 한참 유행이 지난 그 빤짝이 옷차림은 '진상 트리오' 때와 마찬가지로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뿐입니다. 늘 다니던 분식집이나 포장마차가 아니라 경양식집으로 박하선을 데려간 고영욱은 스테이크를 주문하시라고 호기..
현재까지 가장 뚜렷한 실체를 드러낸 러브라인은 '박하선-윤지석(서지석)' 커플입니다. 이제 와서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박하선의 공식 연인은 엄연히 고영욱인데도 요즘 그의 분량은 거의 쩌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오히려 짝사랑남 윤지석과 함께 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45, 47, 48회에서 연달아 등장한 '지석-하선' 라인의 첫눈 맞기, 화장실 찾기, 폭풍 후진 에피소드는 짜릿한 낭만과 배꼽 잡는 웃음을 겸비한 시트콤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것처럼 이 둘이 진짜 인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드러났습니다. 어차피 고영욱의 존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
지난 주 '남자의 자격'은 '내 인생 최고의 밥상' 이라는 주제로 꾸며졌습니다. 멤버들은 저마다의 추억이 서려 있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음식을 가져다가 밥상을 꾸몄습니다. 모든 음식이 참으로 맛갈스럽고 정겨워 보이더군요. 그런데 중간에 약간 충격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양준혁은 그의 인생 최고의 음식으로 '전복죽'을 선택했는데, 그 음식에는 가슴 아픈 사랑의 추억이 담겨져 있었던 겁니다. "운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인데요... 제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때 양준혁의 나이는 28세였다고 함) 1년 정도 사귀었고, 제가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결혼까지 발전시키고 싶어서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좀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1년 정도 사귀었다는 말에..
평소 시청자게시판 등에는 별로 가까이 안 하는 편인지라 직접 체감한 것은 아니지만, 윤계상의 메인 러브라인 및 여주인공쯤으로 간주되며, 출범 이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던 여고생 김지원의 캐릭터가 별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가끔씩 제 블로그에 찾아와 남겨주시는 분들의 댓글에서도, 또 다른 블로거님의 글에서도 그와 비슷한 의견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김지원은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시트콤의 여주인공이라면 무릇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하며 게다가 좀 푼수기가 있어서 웃음까지 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요. 요즘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박하선의 캐릭터가 바로 그렇습니다. 어른이고 지성인이면서도 매사에 허술하고 연약해 보이는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연민과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런..
수차례 언급했듯이 박하선을 향한 윤지석(서지석)의 사랑은 매우 이타적이고 배려심으로 가득한 사랑입니다. 너무도 배려하는 나머지 혹시라도 그녀의 마음에 부담을 줄까봐, 자신의 솔직한 마음은 한 번도 내색하질 못합니다. 그런데 38회의 일화를 보면서, 그 배려심이 꼭 옳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배려하는 사랑만을 최고의 사랑이라 여겨 왔던 제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언제나 휴대폰이 닳을 정도로 문자를 해대던 박하선의 애인 고영욱이 정작 그녀의 생일을 앞두고는 며칠째 연락조차 없습니다. 생일날 저녁에 약속이 없다는 그녀의 말에 윤지석은 의아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생각으로 설레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피아니스트 데이빗 란츠의 내한공연이..
저만의 독특한 느낌인지도 모르지만 '하이킥3'의 박지선을 보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홍렬(이홍렬)이 떠오릅니다. '웬만해선...'이 방송되던 2001년 무렵, 이홍렬은 최고의 개그맨이자 MC로서 한창 잘 나가고 있었지요. 그런 그가 시트콤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그가 가장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서 큰 웃음을 줄 거라고 누구나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홍렬이 맡은 캐릭터는 가장 웃음기가 없고 진지한 역할이었습니다. 노구(신구)의 둘째아들 노홍렬은 어린 딸 민정(김민정)을 남기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십여년 동안이나 재혼하지 않고 혼자서 딸을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배종옥을 보고 한 눈에 반해서 길고도 간절한 짝사랑을 시작하게 되지요. 자그마한 체격에..
고영욱이 박하선에게 선물한 것은 클립을 이용해서 직접 만든 빨강 하트 목걸이였습니다. 그 하트 모양의 펜던트가 걸려 있는 목걸이 줄 역시 길거리에서 파는 대략 천원짜리 쇠줄이었죠. 박하선은 그것을 꼬박꼬박 목에 걸고 다니는데,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목덜미가 빨갛게 부풀어오르고 극심한 가려움에 계속 긁적거립니다. 그 모습을 본 윤지석(서지석)은 안타까운 마음에 목걸이를 빼라고 하지만, 박하선은 정성이 깃든 선물이라며 절대 빼지 않으려 합니다. 긁다 못해 피부가 벗겨질 지경이 되어서도 목걸이를 빼지 않으려는 박하선을 보면서 그녀를 짝사랑하는 윤지석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가고, 급기야 수업 시간에 교사가 수시로 목을 긁어대면 안되니까 잠깐 빼놓고 박하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윤지석은 문제의 목걸이를 풀밭으로 던져..
저는 '하이킥3'를 오래 전부터 학수고대해 왔고, 출발하면서부터는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시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 이하의 시청률이나 세간의 이런저런 혹평들도 상관없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줄곧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설명되지 않을 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저의 기대와 신뢰도는 그만큼 높았습니다. 화장실이며 엉덩이, 속옷, 노출 등의 소재가 허구헌날 등장하는 것은 충분한 비판의 대상이 될만했고, 저 역시 다른 작품이었다면 어김없이 볼멘소리를 늘어놓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장면들 속에 김병욱 PD가 말하고자 하는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다고 믿었으며, 눈에 불을 켜고 찾아서라도, 머리에 쥐나도록 생각해서라도 그 숨겨진 주제를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싶..
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의 태도가 무척이나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기 주관을 뚜렷이 세우도록 교육받는 남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순종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교육받아 온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은근히 적지 않아요.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입니다. '하이킥3'의 박하선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의 전형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일을 떠넘겨도, 박하선은 ..
박하선과 고영욱의 커플 만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시청자 게시판과 해당 기사의 댓글들은 온통 비난 일색입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호감형 캐릭터 박하선과 비호감 캐릭터 고영욱이 연결된다는 사실이 몹시 짜증난다는 반응이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제부터 '하이킥3' 시청을 미련없이 접겠다고까지 하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6회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군요. 지금껏 김병욱 시트콤의 역사상, 이렇게까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커플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100%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이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날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25회의 내용을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윤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