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힐링캠프 (20)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운명의 그 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던 소행성 2013QR3은 다시 경로를 바꾸어 지구의 위성이 되어 버렸고, 밤하늘에는 거짓말처럼 두 개의 달이 떠올랐다. 지구의 종말과 죽음을 예감하며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저마다 치열한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되고, 그 색다른 내면적 체험들은 더 이상 지구가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일이 없으리라 여기며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한 사람들 중 몇몇은 상대방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 그 날부터 꿈 같은 연애를 시작했는데, 그 중에는 8살난 규호와 혜림이 커플도 있었다. 사랑하고 뽀뽀하는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고 규호 엄마 노보영(최송현)은 타이르지만, 염세적 종말론자(?)인 규호는 어른이 되기 전..
팔다리 없는 몸으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닉 부이치치 이후 '힐링캠프'에 또 한 명의 진정한 힐링 게스트가 출연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얼굴을 비롯한 전신의 55%에 3도 화상을 입고, 40여 차례의 대수술과 힘겨운 재활치료를 거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이지선씨가 그 주인공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하던 2000년 당시 23세의 꽃다운 여대생이었던 그녀는 의사들이 치료를 포기할 정도의 중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지난 13년의 세월 동안 겪어야 했던 모진 고통은 차마 담담한 표정으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본인은 이미 극복해낸 후라서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생생히 묘사되는 치료 과정을 단지 전해듣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려 왔다. 운명의 교통사고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지극히 평범하던 일상..
선천적 '해표지증'을 갖고 태어나 '사지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세계적인 강연자 '닉 부이치치'가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팔다리가 붙어 있지 않은 그의 몸은 수영과 축구 및 골프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왼발에 달려 있는 조그만 두 개의 발가락은 타이핑과 악기 연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합니다. 신을 믿고 기적을 믿는다는 그는 지금도 팔다리가 자라나기를 매일 기도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어려움을 극복해낸 자신의 모습을 통해 전 세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선물하고 싶어하며, 그것이 바로 신이 자기에게 주신 위대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해맑은 표정을 보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1968년, 라디오드라마로 제작된 '저 눈밭에 사슴이'는 현재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데뷔작이었습니다. 그 무렵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며 제주여고에 재학중이던 한 명의 섬소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꼭 배우가 되고 말겠다" 는 야무진 결심을 굳히게 되지요. 그 소녀는 훗날 여배우가 되어 연기대상 트로피를 5회나 차지하며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우고, 방송 3사의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하는 한국 최초의 연기자가 됩니다. 바로 최근 2주 동안 '힐링캠프'의 주인공이었던 고두심의 이야기예요. 속속들이 따지고 보면 누구의 삶이건 특별하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마는, 고두심의 인생은 더욱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듯 느껴졌습니다. 머나먼 남단의 섬 제주도..
최근 영화로 제작된 '은교' 덕분에 그의 원작소설도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초반의 화제가 오욕칠정(五慾七情)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저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은교'의 주제는 너무도 명확하고 당연한 것이어서 가부를 논할 필요조차 없었거든요. 늙음이 죄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고, 몸이 늙는다 하여 마음이 함께 늙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너무 당연한 것인데, 기이하게도 늙음 자체를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지 오래 되었으니 한심스러울 뿐이지요. 하다못해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특정 인물을 단지 '나이 많다'는 이유로 놀려대는 모습을 보는 게 드문 일은 아니잖습니까?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이 불러온 비틀린 사회 현상이죠...
1972년생의 박진영이 전설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꽤나 흥미로운 방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싫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불명2'의 경연에 참가하는 가수들 중 30대에 해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만으로 40세에 불과한 박진영을 전설로 모시는 것은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단지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1969년생인 김완선의 경우는 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군림했다가 오랜 공백기를 거쳐서 돌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전설'이라는 이름에 어느 정도는 걸맞는다고도 볼 수 있었지요. 왕년에 찬란하게 빛나던 이름... 어느 새 전설로 남아 잊혀져가던 이름... 김완선의 이름을 듣고 누구나 떠올리는 노래는 모두 90년대 초반의 노래들이..
'힐링캠프'에서 털어놓는 신은경의 삶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혹독한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인생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가족들로부터 비롯된 경제적 고통이었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빚은 어릴 때부터 신은경의 인생을 옭아매기 시작했고, 드라마 '종합병원'의 성공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을 때도 그녀는 빈손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수입은 부모의 빚을 갚는데 들어가고 말았던 것입니다. 3~4일씩 뜬 눈으로 촬영을 강행하면서, 과로로 인한 호르몬 이상으로 갑상선의 병이 발생하고 생니가 흔들릴 만큼 열심히 일했건만, 남은 돈이 한 푼도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충격을 받고 집을 나옵니다. 하지만 1년쯤 지났을 때, 어머니가 다리를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는 외면할 수 없어 다시 부모를 찾아갔..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한 윤종신은 평생 완치되지 않는 희귀병인 '크론병'을 앓고 있음을 밝혀 가슴 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병이 있음을 알고부터 노력을 통해 오히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되고, 그 모든 고통을 기꺼이 함께 짊어져 준 아내의 사랑을 통해 예전보다 더욱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는 느낌이 확 전해져 오더군요. 함께 출연한 아내 전미라는 "내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남달리 도전정신(?)이 강한 편"이라면서, 윤종신으로부터 병이 있다는 고백을 받았을 때 "이 남자의 병을 내가 낫게 해주어야겠다"는 도전정신이 불쑥 생겼다고 말해서 주위의 웃음을 유발했지만, 깊은 사랑이 아니고서야 어찌 쉬운 결정이었겠습니까? 평소 예능에서 '깐족'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는 윤종신인지라 아내와 가족에 대한 애..
사실 저는 연말마다 각 방송사에서 개최되는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 등의 시상식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평소 TV 연예에 관심이 많고 드라마와 예능을 무척 좋아하지만, 저 같이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 시상식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기 시작했거든요. 어차피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는 일...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동료들끼리 서로 힘내라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1년에 한 번씩 여러가지 상을 만들어 골고루 나눠갖는 것... 시상식을 그런 정도로 인식하면서, 저는 그들이 만들어낸 드라마나 예능 등의 작품을 즐기면 그뿐이지, 누가 상을 받고 안 받는 문제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좀 뒤늦은 관심이 생기더군요. KBS 연예대상에서 '1박2일'..
상처를 치유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시작한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하자면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맞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무릎팍 도사'는 초창기에 참으로 속시원한 토크를 벌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런 진솔한 대화가 많은 순기능을 지녔음을 증명했었지요. 논란이 많았던 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해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음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풀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혜택을 누린 대표적 인물로는 국내 최다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던 문희준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그런데 '힐링캠프'의 출연자들에게서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초대 게스트인 김영철 편에서는 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