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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옥주현, 변명보다는 사과가 먼저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힐링캠프' 옥주현, 변명보다는 사과가 먼저다

빛무리~ 2011. 9.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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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시작한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하자면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맞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무릎팍 도사'는 초창기에 참으로 속시원한 토크를 벌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런 진솔한 대화가 많은 순기능을 지녔음을 증명했었지요. 논란이 많았던 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해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음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풀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혜택을 누린 대표적 인물로는 국내 최다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던 문희준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그런데 '힐링캠프'의 출연자들에게서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초대 게스트인 김영철 편에서는 거의 아는 사람조차 없었던 그의 이혼소송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히려 논란이 만들어지고 일각에서는 김영철을 향한 비난까지 쏟아졌을 정도입니다.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딸과 함께 춤을 추는 아버지'라는 컨셉으로 어린 파트너와 더불어 멋진 자세로 왈츠를 추던 그 은발의 노신사는 굉장히 가정적이고 따스한 아버지의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평생을 함께 해 온 아내의 마음을 얼마나 한이 맺히도록 했기에, 황혼에 이르른 나이에 험하게 소송까지 걸면서 이혼을 하자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니 약간은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아내에게 영상편지까지 보내면서 (무슨 잘못인지 몰라도) 절절하게 사죄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긴 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방송 중에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 자기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했다고 부인이 더욱 분노하지나 않았을지요. '힐링캠프'가 아니었다면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몰랐을 이야기인데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경향이 있으니, 치유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처음부터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 이후의 게스트들도 뭐 그저 평범한 신상 이야기나 늘어놓았을 뿐, 특별히 오해를 풀었다거나 속시원한 토크를 선보인 사람은 없었던 듯 싶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옥주현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기에, 사실은 '놀러와'를 더 보고 싶었는데도 일부러 그 쪽으로 먼저 채널을 고정했습니다. 특히 궁금했던 것은 '그 이야기'를 꺼내는지 안 꺼내는지, 과연 꺼낸다면 어떤 식으로 말할 것인지였습니다. 솔직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옥주현은 가장 중요한 그 이야기를 살짝 비켜갔습니다. 피했다는 것은, 변명할 거리조차 없을 만큼 명백한 사실이라는 얘기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마땅히 사과를 했어야 합니다. 온 국민에게, 정식으로, 진지하게, 제대로 사과를 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옥주현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모른척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까지도 옥주현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핑클 데뷔 시절에 뚱뚱했든지 말든지, 손가락을 올리고 윙크를 하든지 말든지, 누구랑 싸웠든지 말든지,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들 자체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슈퍼스타K2' 때 심사위원을 하면서 대선배 현미의 말을 톡톡 잘라먹었다는 기사를 보면서도, 성격이 좀 드센가보다 했을 뿐 특별히 나쁘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습니다. '뭐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라고 생각했으며, 현미가 직접 나서서 옥주현을 감싸주었다기에 실제로는 그리 불편한 상황이 아니었나보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녀의 '나가수' 출연을 반대하는 물결이 대대적으로 일었을 때에도, 저는 별로 탐탁치는 않지만 뭐 그럴 것까지 있나 싶어서 잠자코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로 하여금 옥주현을 다시 보게 만들었던 일이 바로 '유관순 코스프레' 사건입니다. 물론 유관순으로 분장한 사람은 옥주현이 아니라 최소라라는 다른 인물이었지만, 트위터에 자세한 사진과 설명까지 올리며 그 치떨리는 할로윈 파티를 온 세상에 자랑스레 떠들어댄 것은 옥주현이었지요. 처참하게 고문받아 피 흘리는 순국 선열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꾸며서 분장하고 놀았다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인데, 옥주현은 한 술 더 떠서 유준근 열사를 '맞아죽은 유병장'이라고 조롱하는 어투로 지칭하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을 보고서야 저는 "아, 옥주현이 괜히 욕을 먹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생전 처음으로 했습니다.

방송에서 자기 입으로 언급하기에는 너무 엄청나게 심각한 잘못이어서, 그래서 말을 못 했던 걸까요? 하지만 온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으면, 아무리 어렵고 면목이 없어도 스스로 감당하면서 책임을 져야 하지 않았을까요? 모처럼 '힐링캠프'에 출연했으니, 앞으로도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옥주현은 그 기회를 날려 버리고, 쓸데 없는 자기 하소연으로 1시간의 절반 이상을 채워 버리더군요. 허탈했습니다.

그 역겨운 파티가 벌어진 장소는 놀랍게도 박칼린의 집이었다 하고, 사진에는 찍히지 않았으나 최재림도 동석했다더군요. '남자의 자격-하모니' 이후 그 두 사람의 팬이 되었던 저로서는 무척이나 실망스럽고 가슴아픈 일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고들 놀았던 것인지...;; 하여튼 옥주현이 온 세상에 떠들어대지만 않았으면 몰랐을 일인데, 그녀는 자신의 즐거운 시간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이유로, 남들이 뭐라든 자기에게도 그럴 권리는 있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 이후에도 신나는 트위터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방송에서 그러더군요. 자기는 겁이 많으면서도 할 것은 다 한다고 말입니다..;;

요가 사업 실패로 빚을 져서 고생했던 이야기며, 자기를 믿어 주었던 회원들에게 미안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지만, 공감되거나 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말을 안 하고 다른 소리만 하면서 울고 있으니까요. 생방송 중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악플들을 보면서 스스로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는 말을 했지만,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껏 해명하거나 사과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외면한 채, 오히려 힘들었다고 하소연만 하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뻔뻔해 보였습니다.

유일하게 '사과 비슷한 말'을 했다 하면, 이런 부분은 있었습니다. MC 이경규가 "그 동안의 논란들에 본인의 책임도 있었다고 인정하느냐?" 라고 물었을 때 "그럼요. 제 잘못이 많았지요. 생각이 짧고 모자랐던 점이 많았고, 후회도 많이 했고요. 저는 제가 연예인이라는 것을 자주 까먹어요..." 뭐 이런 정도로 대답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유관순 코스프레' 사건까지 저 말 속에 몽땅 포함시켜서 두루뭉술 사과 비슷하게 해버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 말은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절반은 변명이었습니다. 연예인임을 자주 까먹는다는 말인즉, 자기는 그저 친구들과 소통하려 했을 뿐인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상관도 없는 남들에게 욕을 먹으니 억울하다는 뜻도 들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진짜로 사과할 마음이 있었다면 저런 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모처럼 약간의 기대를 품고 방송을 시청했지만 남은 것은 허탈감 뿐이군요. 명백한 잘못이 있을 경우, 하소연이나 변명보다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왜 옥주현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인지 답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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