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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의 소탈한 모습, 이제는 사랑스럽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성시경의 소탈한 모습, 이제는 사랑스럽다!

빛무리~ 2011. 9. 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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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오직 여성 팬들을 위해 최적화된 남자 가수처럼 보였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럽다 못해 느끼하기까지 한 목소리는 노래할 때만이 아니라 말할 때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 성시경입니다'를 진행할 무렵 "잘 자요~" 라는 특유의 마무리 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요.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를 향해 마치 연인에게 하는 듯한 속삭임으로 건네는 그 인삿말을 가끔씩 듣게 되면, 저는 소름 돋는 민망함에 진저리를 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극도의 오글거림을 즐기며 웃을 수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더라는 말이죠..^^ 그런데 같은 남자들이 듣기에는 정말 재수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ㅎㅎ

하여튼 꽤나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던 성시경을 저는 썩 좋아하지 않았더랬습니다. 노래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그저 평범한 느낌이랄까, 제 가슴에 깊이 꽂혀들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노래는 없었어요. 제가 여자이긴 하지만, 달콤한 목소리로 버터를 발라대는 스타일에는 익숙하지 않은 터라 좀처럼 적응이 잘 안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듯한 느낌이 약간의 거부감을 주었습니다. 대놓고 화끈하게 잘난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조근조근 할 말을 다 하는데 논리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고, 그런데 어딘가 좀 얄밉고... 뭐 이런 거였지요..ㅎㅎ 특유의 목소리나 이미지가 그런 태도와 어우러져 기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남성들에게는 대표적인 비호감 연예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뭔가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려운데 충분히 이해는 가는 부분이에요.

2007년 군입대를 앞두고 '무릎팍 도사'에 출연함으로써 비호감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습니다. 당시 논란이 되었던 발언을 두 가지로 압축해 본다면 '음원의 저작권 문제'와 '유승준 관련 문제' 였지요. 역시 논리적으로만 따져 봤을 때, 성시경의 발언에는 딱히 틀렸다고 할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특히 저작권 문제는 그의 말이 거의 100% 맞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내 껀데? 내가 노래 부르고,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힘들게 만든 건데... 내 껀데 그걸 왜 남들이 공짜로 가져요?" 이런 식으로 말을 하니까, 다 맞는 말인데도 참 얄미워 보이긴 하더군요..;;

더구나 황당한 것은 MC가 질문하지도 않았는데, 가장 민감한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유승준' 문제를 자기 입으로 먼저 꺼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였던 듯 싶습니다. 부정부패와 비리를 저질렀을 때 가장 공격받아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데, 그에 비해 힘없는 연예인들은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면 꼼짝없이 난도질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당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요.

그런데 연예인 아닌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좀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본인이 연예인이면서 굳이 시키지도 않은 말을 나서서 하고 있으니, 안타깝게도 자기 방어벽을 치려는 설레발 정도로 보였을 뿐입니다. 게다가 민감한 이슈는 건드리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좋았을 것입니다. 충분히 다른 예를 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어떻게 보면 군입대 이전까지만 해도 성시경은 헛똑똑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리는 좋은데 처세술에는 그닥 요령이 있었던 것 같지 않아요.

제대 후 '무릎팍 도사'에 다시 한 번 나온 이유는, 지난 번 출연으로 너무 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어떻게든 만회를 좀 해보고 싶었던 듯한데, 그 역시 패착에 가까웠습니다.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밋밋한 방송이었고, 이미지를 회복시킬만한 어떤 특별함도 없었습니다. 보통 남자 연예인들은 아무리 입대 전에 비호감 작렬이었다 해도 현역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호감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유독 성시경만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듯해서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지 회복의 계기는 전혀 다른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최근 성시경은 절친한 선배 윤종신의 초청을 받아 '슈퍼스타K3'의 특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서로사'라는 26세의 싱글맘이 참가자로 등장했군요. 23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남편의 거듭된 외도로 결국 이혼하고 말았던 경험은 그녀의 아픔 중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임신 중에도 계속된 남편과의 부부싸움은 (때로는 폭력까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그녀는 매일 밤 울면서 뱃속의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었다는군요. 하지만 엄마의 고통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었는지, 태어난 아이는 뇌성마비 3급 판정을 받고 말았습니다.

서로사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자작곡을 들고 참가했습니다. 노래를 듣고 난 심사위원 박정현은 "작곡가 대회였으면 합격이었을텐데, 노래 쪽으로는 약하다" 면서 불합격 판정을 내렸군요. 윤종신이 판정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는데, 그 역시 박정현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불합격을 준 듯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시경 또한 "오늘 보여준 퍼포밍은 탈락입니다" 라는 말로 심사평을 시작하면서 그녀의 꿈은 일단 좌절되는 듯 싶었는데... 뜻밖에도 성시경이 오직 한 번뿐인 '슈퍼패스' 권한을 서로사를 위해 사용하면서 그녀는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슈퍼패스란, 다른 두 명의 심사위원이 불합격시킨 참가자를 자신의 권한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기회로서, 심사위원 한 명당 한 번씩만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싱어송라이터로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서로사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으니까 그랬겠지요.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동정심으로 그랬다고는 결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합격 티셔츠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하며 퇴장하는 서로사의 뒷모습에 대고 "본선 무대에 가서 떨기만 해봐요!" 하고 부드럽게 엄포를 놓는 성시경의 눈빛은 얼마나 따스해 보였던지 모릅니다.

최초 '무릎팍' 출연 당시였나, 성시경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남자가 절대로 여자를 때리면 안되죠. 그건 무조건 남자의 잘못입니다. 여자가 그 이전까지 아무리 지독하게 큰 잘못을 했다고 해도, 일단 때리는 순간부터는 남자가 잘못한 게 되는 겁니다." 그 때 다른 발언에서는 모두 비호감의 향기가 솔솔 풍겨나왔지만, 그 발언에서만은 "저 친구... 멋있는걸!" 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남편의 거듭된 외도와 폭력으로 어린 나이에 싱글맘이 되어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기의 꿈을 잃지 않고 있는 서로사의 모습을, 성시경은 차마 외면하지 못해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싶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 눈빛에서 마음이 느껴졌어요. 

'1박2일'의 시청자 투어에 객원 MC로 초빙되어서도 성시경의 활약은 계속되었습니다. 사상 최초로 안경을 벗고 순박한(?) 얼굴을 드러내면서까지 열성을 다하는 모습도 좋았고, 반듯한 이승기의 실체를 파헤쳐 보겠다고 큰소리를 탕탕 치더니만 고작 하루를 못 넘기고 "진짜 괜찮은 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면서 주저앉아 버리는 예능감도 좋았습니다. 그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강호동이나 전현무에게 가끔씩 깐족거리며 웃음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실해 보였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감추지 못하고 흘러내리던 그의 눈물이었습니다.

97세의 고조할아버지와 3세의 고손녀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다정히 바라보는 모습이 찍힌 그 사진은 시청자 투어의 참가 신청자가 보낸 것이었지요. 누가 보더라도 가슴이 찡해지는 모습이긴 했지만, 쉽게 울지 않을 듯한 이미지의 성시경이 그것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지금껏 제가 느껴 온 성시경의 이미지라 하면, 부드러운 외양과 달리 속은 차갑고 단단할 듯 싶었고, 화면에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온통 가식으로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좀 들었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일부러 꾸며낸 거라고 하기엔, 그의 눈물은 너무 느닷없고 당황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객원 MC로 왔는데, 조장 추첨 결과 90대 팀을 맡게 되었으니 부담도 무척이나 컸을 테지요. 드디어 대망의 시청자 투어가 시작되는 날, 90~100세의 어르신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대기실에 와 계신다는 소리를 듣고 "어찌해야 할지, 벌써부터 송구스럽고 몸둘 바를 모르겠다" 하던 그 모습도 더없이 진솔해 보였습니다. 연세에 비해서야 더없이 정정하시지만 아무래도 운신이 어렵고 귀도 어두우신 어른들인지라, 성시경은 한 분 한 분을 직접 맞이하고 소개하는 데만도 진땀을 뻘뻘 흘려야 했습니다. 전문 MC도 아니면서, 인터뷰할 때마다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해가며 애쓰는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더군요.

최근 시청자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나영석 PD도 이러한 성시경의 노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성시경의 힘이 컸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겠지만, 정신적으로도 어르신들을 신경쓰느라 고생이 많았다" 고 증언했더군요. 요즘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성시경의 모습은, 더 이상 폼 잡고 노래하던 그 얄미운 발라드의 신사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꼬집으려 해도 손가락이 그냥 미끄러져서 안 될 것처럼 매끄러워 보였는데, 이제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펑펑 쏟을 만큼 물렁해져서 돌아왔군요. 무엇보다 약한 자에게 더욱 약해져서 돌아온 듯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강자에게 더욱 강해졌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요..ㅎㅎ

어쩌면 성시경만이 갖고 있던 특유의 톡톡 튀는 매력은 많이 소진된 것도 같습니다. 그런 면을 좋아하던 오래된 팬들로서는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겠으나, 제가 보기엔 지금의 모습이 훨씬 더 사랑스럽군요. 군대에 다녀 오면서 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이제야 표시가 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제는 성시경을 마음껏 좋아해도 될 것 같다고, 저는 혼자서 기분 좋게 되뇌입니다.

이제 다음 주, 늦어도 다다음 주면 '쑥색지대'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겠지요. 옆집 삼촌처럼 소탈한 모습으로 돌아온 발라드 황제 성시경과, 이 시대 최고의 호감형 스타 이승기가 목소리를 합쳐 어떤 환상적 화음을 들려줄지 벌써부터 학수고대가 됩니다. 상상만 해도 감미로움에 저절로 눈이 감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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