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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최악의 궁지에 몰린 강호동, 이유가 뭘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최악의 궁지에 몰린 강호동, 이유가 뭘까?

빛무리~ 2011. 8. 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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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1박2일' 하차 선언은 강호동의 방송 인생에 있어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청자투어 제3탄 대비캠프'는 의도한 것인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나, 시종일관 강호동을 사정없이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객원 MC로 초빙되어 온 성시경이 은근히 깐족거리는 말들도, 예전 같으면 각자의 캐릭터상 조금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강호동이 하차 선언을 한 지금에 와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의미심장하게 들렸었지요. 5년간 함께해 온 동료 멤버들의 태도도 어쩐지 시큰둥한 듯, 강호동의 멘트나 행동에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막연한 느낌들은 확신할 수 없는 것이었던 데 반해, 시청자투어에 함께할 시청자들과의 통화는 강호동을 후려치는 결정타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을 의도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어차피 시청자투어는 예정되어 있는 거였고, 최종 합격자들과 만나기 전에 통화로 인사하는 것도 항상 해 오던 식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 날뛰며 환호성을 지르는 목소리들이 그저 듣기만 해도 함께 신나고 즐거워질 뿐이었는데, 이제는 기쁨보다 마지막이라는 서글픔이 더욱 커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슬픔의 중심에는 강호동의 존재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한 점은 통화 연결된 시청자 대표들 중에 강호동의 극심한 열성팬이 두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70대 대표로 선택되신 할아버지는 "나는 강호동씨가 제일 좋아요!" 라고 외치시다가, 은지원이 70대 조장으로 뽑혔다니까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기까지 하시더군요. "은지원군도 실제로 보면 굉장히 귀여워요~" 하고 강호동이 달래 보았지만, 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내가 강호동씨를 젤루 좋아한다구요!" 라고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급기야 은지원은 "제가 잘 모실 테니까, 지원이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이렇게 애원하면서 통화를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1박2일' 매니아라고 밝히신 80대 대표 할머니도 강호동의 열혈팬이셨습니다.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시는 그 노인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호동은 속으로 많든 적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1박2일'의 확고부동한 시청률에 단단한 밑거름이 되셨을 분들... 아무리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겨나도 좀처럼 채널을 돌릴 줄 모르는 충성스런 애청자들... 그분들은 이렇게 강호동을 특별히 사랑해 주시는데, 그리고 아직도 한참 더 '1박2일'과 강호동을 보고 싶어하시는데, 정작 강호동은 자기가 제일 먼저 떠나겠다고 세상에 외쳐 버린 후였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과의 통화는 '1박2일'이 얼마나 대중친화적이고 국위선양에 한 몫을 담당하는 소중한 프로그램인지를 새삼 일깨워 주었습니다. 97세의 고조할아버지와 3세의 고손녀가 나란히 최종 합격한 집안에서는 무려 5대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었는데, 온 가족이 '1박2일'의 팬이라서 일요일 저녁이면 함께 둘러앉아 시청한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온 가족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드라마와 예능과 시사 모두를 합쳐봐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사실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요.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얻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어르신들의 취향에는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리고 한 20대 여성은 자기의 시청자투어 참가를 응원하면서 전세계 500여 개국에서 보내왔다는 응원 메시지와 사진들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진작부터 '1박2일'이 외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화면에 비춰지는 아름다운 풍광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모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어서 알기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도 그 범위는 훨씬 더 넓었고 외국 팬들의 사랑도 더욱 깊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1박2일'의 높은 가치를 깨닫게 될수록, 사람들의 마음속에 강호동을 향한 원망은 커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더 보고 싶은데, 아직은 절대로 충분치 않은데, 이 좋은 프로그램이 '강호동 때문에' 없어지게 되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물론 '1박2일'의 해체 이유가 오로지 강호동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의 여러 정황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최소한 80% 이상의 원인이 강호동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영석 PD마저 종편행을 거부하고 '1박2일'을 지키겠다 선언했던 상황이니, 만약 이승기나 은지원이 나서서 "사실은 저희도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는데, 호동이형이 대신 총대를 메신 거예요" 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강호동 때문에' 라는 여론은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 방송이 녹화되던 당시는 강호동의 하차 선언이 있은 직후였지만, 아직 '1박2일'의 6개월 후 종영이 확정되기는 전이었다지요. 어쩌면 강호동의 입장을 그토록 난처하게 만든 것은, 그렇게 해서라도 붙잡아 보려는 몸부림이었을까요? ... 어쨌든 이렇게 되면 '1박2일'에서 강호동의 존재감이 얼마나 막강했는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었는지가 절실하게 드러납니다. 강호동은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 게다가 자기가 빠지면 '1박2일'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잘 알면서, 그 간절한 마음들을 외면한 채 자기만 좋자고 떠나겠다 하는 바람에, 결국 '1박2일'을 산산이 공중분해시키는 주범이 되고 만 셈입니다.

가끔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폭력적이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껏 강호동의 이미지는 기본적으로 매우 듬직하고 의리있는 친구였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맏형이요 큰오빠 같았으며, 어르신들에게는 덩치 크고 믿음직하면서도 애교까지 부릴 줄 아는, 살가운 아들 같았습니다. '1박2일'이 방송되는 시간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상당 부분은 강호동의 그런 이미지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강호동의 이마에는 생각지도 않은 배신자의 낙인이 빨간 글씨로 호되게 찍혀 버렸습니다.

인터넷 등에서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젊은이들은 사실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원래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타방송사에서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괜찮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잽싸게 채널을 돌리기도 하면서, 뭐 그렇게 지내왔을 거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1박2일'의 애청자였지만, 최근엔 '나가수'를 보느라고 '1박2일'의 앞부분은 항상 놓치곤 했어요. 그랬던 만큼, 배신감을 느껴봤자 그 정도는 크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한동안은 강호동이 못마땅해서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타방송사에서 그가 이끄는 프로그램이 재미있더라는 소문이 들려오면 다시 솔깃해서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말이면 목빠져라 '1박2일'만 기다리고, 절대 채널을 돌리지 않고 오직 '1박2일'을 삶의 낙으로 삼던 어르신들에게 있어서는, 사랑했던 만큼 뒤통수를 맞은 충격도 더욱 크겠지요. 충성도가 높았던 만큼, 그들은 일단 외면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믿었던 강호동에게 상처받은 그들은 머지않아 강호동을 대신할 누군가를 찾아낼 것이며, 강호동을 꾸준히 사랑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몇 년이고 변함없이 그 사람을 사랑해 줄 것입니다. 그 자리를 차지할 행운의 사나이가 누구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강호동의 선택을 아주 나쁘게 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 뜻대로 선택하겠다는데,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결정으로 상처받는 사람이 많겠지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살다 보면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서 본의 아닌 피해자도 발생하게 마련이니, 그 또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의 사고방식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이라, 언제나 집단의 입장보다는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런데 강호동의 결정은 뜻밖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강호동 자신도 이럴 줄은 결코 예상 못했겠죠.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자유와 구속은 공존할 수 없는 법인데,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이란 자유보다 구속을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봐야겠지요. 대중의 사랑 자체가 대단한 기쁨이고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만만찮은 무게의 구속인 것도 사실이니까요. 심지어는 사생활의 자유마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인데, 이렇게 기본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은, 곧바로 그에 따른 잔인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임을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최악의 궁지에 몰린 강호동을 보면서 저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습니다. 자기 인생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책임의 한계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은둔형 외톨이처럼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지극히 좁은 사람은 그 어떤 선택을 해도 비교적 자유롭겠지만, 수많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비록 개인적인 선택일지라도 자신만을 위해서 결정하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강호동이 지금 뭇매를 맞고 있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책임의 무게를 인식하지 못한 탓이라고 봐도 될 듯 싶습니다. 다만... '1박2일'과 함께 해 온 지난 5년 사이에 자기가 얼마나 '큰 사람'이 되어 버렸는지를... 강호동 스스로가 잘 모르고 있었던 듯해서 그것이 좀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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