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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2' 규현의 노래가 더욱 감동이었던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명2' 규현의 노래가 더욱 감동이었던 이유

빛무리~ 2011. 8. 2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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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무렵, 저는 슈퍼주니어 멤버들을 잘 몰랐습니다. 'X맨'이나 '연애편지' 등에 자주 얼굴을 비추던 김희철을 제외하고 다른 멤버들은 그 당시만 해도 예능 출연을 별로 안 했었지요. 그러던 중 4월달에 슈퍼주니어의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몇 명의 멤버가 다쳤고, 그 중 '규현'은 부상 정도가 심각해서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참 안됐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더 나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저는 곧 그 일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반 년쯤의 시간이 흘러 10월이 되었습니다. 필리핀 소녀 펨핀코가 '스타킹'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더군요. 그 자리에는 슈퍼주니어의 몇몇 멤버들이 패널로 참석해 있었는데, 펨핀코는 특별히 '규현'을 이상형으로 지목했고 두 사람의 듀엣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노래는 알라딘 주제가로 유명한 'A Whole new world' 였는데, 펨핀코와 규현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감미로웠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규현의 노래 솜씨에 감탄한 저는, 어떻게 저 정도의 실력을 가진 친구가 슈퍼주니어의 13명 속에 꽁꽁 숨어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았을까 생각했지요.

노래가 끝났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이특에게로 쏠렸습니다. 노래에 감동해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과해 보였기 때문에 적잖이 의아해 하고 있는데, 쉽게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이특이 말했습니다. "몇 개월 전의 교통사고로 규현이가 너무 많이 다쳐서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노래하는 걸 보니까 저도 모르게..." 그 말을 듣고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아, 그 때 위험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던 규현이가 바로 저 친구였구나!

그리고 또 몇 년의 시간이 흘러 2010년 7월 '강심장'에 출연한 규현은 사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했습니다. 당시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생존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긴급상황이었습니다. 의사는 안정적인 인공호흡을 위해 기관절개술을 권유했는데, 시술 중에 성대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규현의 아버지가 반대하셨다고 합니다. 성대가 손상되면 가수로서는 치명적이었으니까요. 위급한 상황에서도 아들의 앞날과 꿈을 배려하신 아버지 덕분에 기관절개술을 피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규현은 생명과 목소리를 함께 지켜낼 수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원래 규현이 가수가 되는 것을 몹시 반대하셨고, 데뷔한 후에도 여전히 가수 활동을 못마땅해 하실 때가 많았는데, 정작 위기의 순간에 아들의 꿈을 지켜 주신 것은 아버지였습니다. 반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일단 목숨부터 살리는 것이 급하니 의사가 권하는 대로 수술을 응낙할 수도 있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규현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았던 그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눈물짓던 규현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최근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면서, 규현은 의외의 모습을 참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전설 김수희 앞에서 MC가 평소 노래방 애창곡이 뭐냐고 묻자, 규현이 대뜸 '멍에'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얼마나 폭소했는지 모릅니다. 얌전한 모습에서 어찌 그런 딸랑딸랑이...ㅎㅎ 하지만 그 후로도 틈틈히 드러내는 입담과 예능감은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김민종을 초대하여 '그대와 함께'를 부르며 10여년 전 '더 블루'의 향수를 자극하더니, 이번 주에는 드디어 '가장무도회'의 록 버젼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군요. 댄스와 발라드에만 익숙하던 그가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트랙스 정모의 기타 연주와 함께 만들어낸 무대는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평소에는 부드럽고 달콤하게만 느껴지던 규현의 목소리가 그처럼 거칠고 파워풀하게 변할 수도 있다니 참 신기하더군요. 폭발하는 샤우팅에서는 "성량이 저 정도였나?" 싶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김완선의 '가장무도회'보다 훨씬 좋다는 느낌이었어요. 특유의 가사와 분위기에도 록 버젼이 상당히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무대를 마치고 규현과 허각이 판정대에 섰을 때, MC 신동엽이 뜻밖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방청석 어딘가에서 규현의 부모님이 아들의 무대를 지켜보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슈퍼주니어의 동료들과 함께가 아니라 '규현'이라는 본인의 이름을 걸고 혼자서 노래하는 무대, 그리고 어른들의 귀에도 익숙한 오래 전의 노래들을 선보이는 무대니 만큼,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보고 싶으셨던 모양입니다. 


규현은 '불후의 명곡2'를 통해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그 자신도 많은 기쁨을 얻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노래하고 싶은 아들의 소망을 꿋꿋이 지켜 주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어머니와 함께 지켜보시는 앞에서 규현은 폭발적인 성량으로 최고의 무대를 장식했고, 끝내 우승이라는 영광까지 안겨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 뿌듯함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겠지요.

최신 뉴스를 보니 허각을 제외한 다른 출연자들은 모두 '불후의 명곡2'에서 하차할 계획이라더군요. 워낙 스케줄이 바쁜 아이돌들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특히 규현의 무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무쪼록 다치거나 아프지 말고, 그 좋은 목소리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노래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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