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송강호 발언, 설경구를 디스(diss)한 것일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송강호 발언, 설경구를 디스(diss)한 것일까?

빛무리~ 2011. 8. 23. 13:15
반응형





 ..... "살 빼고 삭발한다고 연기 투혼은 아니죠."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영화 '푸른 소금'이 9월달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쩐지 신세경이 요즘 여기저기 예능에 자주 나오더군요..ㅎㅎ 가능하다면 송강호의 모습도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한 번쯤이나마 보고 싶은데,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나 봅니다. TV 출연을 대신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수준이지만, 오늘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기사의 제목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송강호, 살 빼고 삭발한다고 연기 투혼은 아니죠" 제목을 저렇게 뽑아 놓으니 마치 누군가를 디스(diss)하기 위해서 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건 없어요. 그 영화에서 가장 적절한, 필요로 하는 인물이 되려고 애쓸 뿐입니다. 숀 펜이나 로버트 드니로가 뛰어난 이유는 그 지점을 정확히 알기 때문이겠죠. 살을 확 빼거나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본질은 아니잖아요. 저 역시 노력하는 중이에요." 이 말의 내용인즉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내면적으로 캐릭터와 일치되는 것이 중요하며, 외모의 변화는 그보다 덜 중요하다는 뜻이겠군요. 

하지만 영화에서 필요로 하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외모적 변화도 필요한 부분이며, 송강호 자신도 캐릭터 표현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거나 뺀 경험이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에서는 시골 형사 역할을 위해 10kg 이상의 살을 찌웠고, '남극일기'와 '박쥐'에서는 탐험대장과 흡혈귀 역할을 위해 그 이상의 감량을 했었지요. 그 고통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영화배우 송강호가, 그런 면에서의 노력 자체를 굳이 폄하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를 디스했다면 다른 이유가 있었겠죠.

해당 기사의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설경구와 김명민을 떠올리고 있더군요.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 환자 역을 위해 엄청난 감량을 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으니까요. 하지만 송강호가 김명민을 디스했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송강호 입장에서 볼 때 김명민을 후려치고 싶을 이유는 전혀 없을 듯 싶거든요.

그런데 설경구라면? 왠지 그 이름을 보는 순간, 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계에서 설경구의 고무줄 몸무게는 이미 정평이 나 있지요. '공공의 적'에서는 살을 찌웠다가, '오아시스'에서는 쫙 뺐다가, '역도산'에서는 다시 엄청나게 찌웠다가... 이런 식입니다. 남들은 10kg 미만의 몸무게 변화도 쉽지 않은데, 설경구는 무려 15~25kg 가량을 찌웠다 뺐다 하니 참 경이롭습니다. 그리고 설경구는 '오아시스'에서 출소한 전과자 역을 위해 거의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깎은 적도 있습니다. 

송강호는 설경구와 나이도 비슷하고 연기 경력도 비슷해서 상당히 친하게 지냈을 것 같습니다. 송강호는 1991년에, 설경구는 1993년에 연극 무대에서 데뷔했군요. 둘 다 연극에서 영화 쪽으로 옮겨 갔고, 둘 다 연기파 배우이고, 둘 다 꾸준히 스크린에서만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잘 알고 친하게 지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네요. 그에 비해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더 많이 활동했었죠. 위 두 사람과는 공통분모가 없어서 별로 친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분노와 배신감을 느낄 일이 거의 없지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는 언제나 친한 사람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사실 저는 2009년 4월까지만 해도 설경구의 팬이었고 송윤아의 팬이었습니다. 느닷없이 그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기사가 났을 때,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설경구의 전부인과 딸의 입장에 관해 소름끼치는 소문이 나도는데, 그들은 대중이 납득할 수 있게 제대로 해명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앵무새처럼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나중에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결정적으로 그들은 교회법의 헛점을 아주 교묘히 뚫고 들어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최악의 자충수를 두었습니다. 당시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서거로 인해 그분의 거룩했던 일대기가 재조명되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분의 삶을 본받고자 성당으로 발걸음을 향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희대의 불륜 커플'로 지목받고도 한 마디 해명조차 없는 그들이 공개적으로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추기경님의 희생적 삶으로 비온 뒤 하늘처럼 깨끗하게 비춰졌던 천주교의 이미지는 삽시간에 재래식 화장실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더군요. 그들을 기꺼이 성당 안에 받아주고 결혼까지 시켜주는 것을 보니, 천주교는 굉장히 비윤리적이고 무서운 종교 같다고 말입니다. 그 두 사람 때문에 선량한 천주교인들이 입은 피해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혀 놓고도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그 뻔뻔함을 보면서, 저는 도저히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건만, 극도의 실망과 배신감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완전히 돌려 놓았던 것입니다. 오랫동안 진심으로 그들의 연기를 좋아했던 만큼, 상처는 더욱 컸습니다. 인상이 좋다고 해서, 선량한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절대 그 인품마저 선량한 것이 아님을, 그야말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송강호가 올곧은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면, 친하게 지냈던 설경구의 그런 행동에 깊은 상처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설마 그 친구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하면서, 극도의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생각일 뿐입니다. 실상은 그게 아닐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큰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저는 차라리 이게 사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강남의 유명 호텔에다 아들의 돌잔치를 삐까번쩍하게 차려놓고 그것을 '조촐한 저녁식사'라고 말하는 그들의 머릿속에, 상처받은 타인들에 대한 죄책감은 1%나마 존재할까요? 죄악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그들이 실제로 결백하다 하더라도,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서 타인들의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겨놓은 상처는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죄악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까맣게 잊어버렸고, 망각으로 인해 그들에게 본의 아닌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버림받은 모녀의 가엾은 운명을 생각하며 분노하던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거짓 연기를 보기 위해 돈을 내고 영화관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답답한 현실 속에서... 막역한 지기였던 송강호가 혹시라도, 혹시라도... 친구의 양심을 일깨우기 위해 일침을 가한 거라면, 그것은 상당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어설픈 추측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살 빼고 삭발한다고 연기 투혼은 아니죠. 타인의 삶을 자기 영혼에 담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연기 투혼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뉘우치지 않은 죄악으로 가득찬 영혼에는 타인의 삶을 담을 공간이 없습니다. 그런 영혼에서 나오는 연기는 모두 가면이고 거짓일 뿐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