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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심장' 붐느님? 신격화된 싼티의 상징, 그 황당한 컴백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강심장' 붐느님? 신격화된 싼티의 상징, 그 황당한 컴백

빛무리~ 2011. 9. 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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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도 유재석은 자신에게 붙여진 수많은 별명 중에 '메뚜기'를 가장 편안해하고 '유느님'을 가장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뚜기'는 무명의 그를 국민 개그맨으로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만큼 가장 애착이 가고 정겨운 이름일 거예요. 하지만 그를 한껏 추켜세우다 못해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하느님'과 동격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별명 '유느님'은, 언제나 겸손과 깊은 배려심으로 자신을 낮추는 유재석에게 있어서는 적잖이 불편한 이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호동의 걷잡을 수 없는 추락과 동시에,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MC로서 대체 불가능한 1인자 자리를 확고히 차지한 유재석이지만, 그의 성격상 '유느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결코 달가워하지는 않을 듯해요.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한 번 유행을 타기 시작하니까 아무한테나 '~느님'을 갖다 붙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생겨난다는 사실입니다. 1인자 유재석에게도 조금은 과하다 싶은 별명인데, 너도 나도 '~느님' 투성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 중에서도 최강의 민망한 '~느님'이 등장했군요. 바로 싼티와 허접스러움의 상징이었던 쉐끼루 붐, 이민호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붐과의 재회는 역시 반가운 일이긴 했습니다. 그 어떤 장소에서도 격의 없는 편안함과 아낌없는 망가짐으로 지극히 서민적인 즐거움을 주던 그를 누가 좋아하지 않았을까요? 그 당시 붐은 '강심장', '스친소', '스타킹' 등 여러 프로그램에 동시 출연했기 때문에 거의 TV만 틀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매번 자신을 던져서 열정적으로 망가지고 오버할 수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저쪽에서 그만큼 구르고 왔으면 이쪽에서는 좀 기운없이 늘어져 있을 법도 하건만, 여기서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망가지며 새로운 웃음을 주는 사람이 붐이었습니다.

한편 '스친소'(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광범위한 인맥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스타들은 모두 일회성 출연으로 자기의 절친 한 두 명만을 소개하고는 그쳤지만, 오직 붐만은 한켠에 굳건한 고정석을 맡아 무려 2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친구를 소개하곤 했지요. 아무리 친구가 많아도 그만큼 불러들였으면 이제 고갈될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붐은 그와 같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붐 친구는 뉴규?' 라는 노래(일명 '뉴규송')까지 직접 만들어 녹음까지 해갖고 와서는 더욱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뛰놀기 시작했습니다. "뉴규? 뉴규?~" 만 수없이 반복되며 싼티 작렬하는 그 노래가 어찌나 오버스럽고 웃기던지 "그래,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너 정말 대단하다!"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맥보다 더욱 감탄스러운 것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끝없이 솟아나는 열정이었습니다.

갑작스런 붐의 입대 후, 그의 자리는 공백으로 남았습니다. 아무도 그 자리를 완벽히 채우지는 못했어요. 허전한 마음이 서서히 잊혀져간 후에도 가끔씩은 도통 지칠 줄 모르던 그의 활력과 망가짐이 그리워지곤 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번 아낌없이 먹물을 뒤집어쓰고 진흙탕에 구르던 붐은, 연예인으로서의 특권의식 따위는 가볍게 비웃어 주는 듯했고, 스스로 언제나 '싼티의 상징'을 자처하며 가장 낮은 곳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던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을까요? 2년만에 제대하고 돌아온 그는 컴백과 동시에 '붐느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 주 '강심장'은 전체 80분 방송 중 무려 50분 가량을 오직 붐만을 위해 할애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무대로 쏟아져 나와 화려한 군무로 초반을 장식했던 붐 환영 댄스에서부터, 끝을 모르고 주야장천 이어지는 군대 토크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의 중심은 오직 붐, 붐이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모두들 붐만을 학수고대 해 온 것처럼, 그에게 주어진 특혜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높이 떠받들어지는 '싼티의 상징'을 보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마치 바라던 선물이 도착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 보니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 있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기다린 사람은 그저 촐랑대는 옆집 동생 같던 '싼티아나'였을 뿐 결코 '붐느님'이 아니었으니까요. 심지어 군대 안에서조차 김재원, 이동욱, 재희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모두 합심하여 붐 한 사람을 속이기 위한 몰래카메라를 무려 한 달 동안 준비했다는 이야기는, 붐이라는 인물의 위상을 더욱 한껏 높여 주었습니다. 군대에 갔다 오더니 갑자기 목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버린 그 사람은 이민호라는 이름의 낯선 연예인이었을 뿐, 더 이상 친근한 쉐끼루 붐은 아니었습니다.

맵지 않은 고춧가루를 굳이 뿌려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이제 나이도 들어 가는데 언제까지 촐랑대며 진흙탕에 구르기만 할 수야 없겠지요. 하지만 이토록 급작스런 변화는 황당함과 거부감만 키울 뿐입니다. 컴백 초반부터 너무 한꺼번에 이미지를 과소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들이 왜 그를 좋아했는지, 무엇때문에 기다려 왔는지를 정확하게 깨닫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본분을 잊지 말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소리겠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섣부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예전의 낯익은 모습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설상가상 그는 얼굴조차 너무 잘생겨져서 돌아왔군요. (살이 쪽 빠져서 그런가?) 말끔한 양복 차림에 왠지 모를 품위마저 느껴지는 이 미남스타가 예전의 그 쉐끼루 붐이라니,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맛있게 먹고 있던 불량식품(?)을 엄마에게 빼앗겨 버린 아이처럼, 어딘가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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