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불후의 명곡2' 헤아리기 힘든 박진영의 마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2' 헤아리기 힘든 박진영의 마력

빛무리~ 2012. 5. 13. 06:30
반응형

 

 

1972년생의 박진영이 전설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꽤나 흥미로운 방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싫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썩 유쾌하지 않았습니다.'불명2'의 경연에 참가하는 가수들 중 30대에 해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만으로 40세에 불과한 박진영을 전설로 모시는 것은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단지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1969년생인 김완선의 경우는 90년대 초반까지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군림했다가 오랜 공백기를 거쳐서 돌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전설'이라는 이름에 어느 정도는 걸맞는다고도 볼 수 있었지요. 왕년에 찬란하게 빛나던 이름... 어느 새 전설로 남아 잊혀져가던 이름... 김완선의 이름을 듣고 누구나 떠올리는 노래는 모두 90년대 초반의 노래들이니까요.

 

하지만 데뷔 후 거의 공백기 없이 가수 및 프로듀서로 활발하게 횔동해 왔으며, 그 활동이 현재진행형인 박진영의 경우를 과연 '전설'이라고 불러도 좋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사실 요즘 박진영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노래들은 그가 현업 가수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의 노래들이 아니라, 거의 다 미쓰에이나 2AM 등등 JYP 소속 아이돌의 최신곡이 대부분 아닌가요? 하긴 뭐 현재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더라도 '이미 전설이 된 사나이' 등의 명칭을 갖다 붙이려면 못할 것도 없고, 그의 음악이 아이돌 위주로 만들어진다 해서 폄하할 이유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시기상조라는 느낌만은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었어요.

 

 

'불후의 명곡2 - 박진영 편'은 송창식, 김건모, 패티김 이후 또 한 차례 2부에 걸친 특집방송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맨 처음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은 송창식을 전설로 모시던 회였는데, 그 때 MC 신동엽은 "송창식 선배님을 존경하는 후배 가수들의 출연 요청이 쇄도하여 부득이하게 방송을 2주 분량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제작진에서 의도한 바가 아니라 후배 가수들의 자발적 요청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였죠. 송창식과 패티김의 경우는 누구나 수긍할만한 연륜과 공력의 소유자이고, 김건모 역시 활동기간 대비 엄청난 히트곡 숫자와 더불어 쟁쟁한 보컬리스트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니 크게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설이라 부르기도 다소 민망한 '박진영' 편에 무려 12팀이나 되는 후배가수들이 참여한 것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후배 가수들이 송창식이나 패티김 때처럼 대선배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그분 앞에서 그분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은 염원으로 출연했다기보다는, 역시 현재 방송가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JYP의 이름을 무시할 수 없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최근 박진영은 오랜만에 자기 자신의 노래를 발표하고 컴백하면서, 온갖 예능과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 바쁘게 출연하며 홍보에 여념이 없는 상황인데, 후배로서 미다스의 손 박진영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을 테니까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뮤지컬 '울지마 톤즈'에 주연으로 캐스팅된 임태경이 당분간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불명2'에서 잠정하차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973년생의 임태경이 그대로 출연중이었다면, 박진영과 나이도 엇비슷할 뿐 아니라 서로의 분야가 달라서 그 민망함이 10배는 더했을 듯 싶거든요. 댄스 위주의 대중음악에서 박진영이 차지하는 위치가 뮤지컬 업계에서 임태경이 확보한 위치보다 우위라고 판단할 수도 없으니까요.

 

어쨌든 방송은 재미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울랄라세션의 공중파 첫 무대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다음 주로 순서가 밀려났군요. 개인적으로 이번 주의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틴탑의 허니(Honey)였습니다. 틴탑 역시 '불명2' 출연은 이번이 처음인데다, 저는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서 잘 모르는 팀이었거든요. 게다가 이 친구들이 무대에 나와서 인사랍시고 하는데 어찌나 어리숙해 보이는지 그냥 귀엽다는 생각에 씨익 웃었지요.

 

노래에 대해서는 정말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니엘이 입을 열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 후로는 노래와 춤이 끝날 때까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는..;; 열정과 세련미로 가득한 틴탑의 무대를 보고 새삼스레 드는 생각은 "어이쿠~~ 아이돌 무시하면 정말 안 되겠구나" 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노래를 마치고 나서 인터뷰할 때는 언제 그렇게 카리스마를 내뿜었냐는 듯 다시 어리버리한 말투의 소년으로 돌아가니 너무 우습고 귀여웠어요..ㅎㅎ

 

 

그런데 저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사실 저는 박진영이 '불명2'에 전설로 출연하는 게 맘에 안들어서 헐뜯거나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방송을 보면서 박진영이라는 사람의 아주 독특한 매력(or 마력)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박진영은 후배 가수들이 꾸미는 무대를 바라보며, 이제껏 전설로 출연했던 선배가수들 중 그 누구보다 더 크고 역동적인 리액션을 선보였습니다. 때로는 하회탈처럼 온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며 크게 웃었고, 때로는 감동에 온 몸을 떨며 전율했고, 흥겹게 리듬을 타며 춤을 추었고, 때로는 두 눈에 글썽글썽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런 박진영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어느 사이엔가 빠져들고 있는 자신을 느꼈습니다. 만약 내가 그 사람과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후배라면, 그 멋진 리액션을 한 번 받기 위해서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지요. 물론 속마음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를 일이지만, 일단 겉으로 보기에 박진영의 리액션은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가득 채울 만큼 따뜻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있어 속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액션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내가 슬픈 노래를 하는데 아무도 울지 않고, 내가 웃긴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도 웃지 않는다면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요?

 

 

지난 몇 년간 제 눈에 비친 박진영은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브라운관에 비친 모습은 '순수하고 다정다감한 외곬수'라고나 할까 그 정도의 괜찮은 인물로 보이는데, 그 뒤편에서 오가는 복잡다단한 이야기들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수라백작도 이럴 수는 없다 싶을 지경이라, 특히 아내와의 이혼소송이라든가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저는 당혹스러움에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그가 TV에 나와서 하는 말을 듣고 행동을 보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진정성이 느껴지는데, 정작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어딘가 묘한 뒤틀림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믿기도 거북하고 안 믿기도 찜찜한...

 

최근 '힐링캠프'에 출연한 박진영을 보면서 제 마음속의 혼란은 더해졌습니다.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진실해 보였고 한 톨의 거짓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초월적 세계를 갈구하는 소년처럼, 이 세상과 인간을 만든 절대자와 소통하고 싶다는 박진영의 기상천외한 소원은 (그에 대한 선입견이 없다는 가정하에서) 저의 귀에는 순수 그 자체로 들릴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저 모습조차 가식이라면, 거짓으로 꾸며낸 모습을 통해 이만큼의 진정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박진영은 인간이 아닐거다" 라고 제멋대로 생각해 버렸습니다. 물론 인간인지 아닌지, 결론은 내리지 못했어요..;;

 

 

생각해 보니 박진영은 3~4년 전쯤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했을 때도 '리액션'을 통해, 그 중에서도 '웃음'을 통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웃지 않는 썰렁한 유머에 혼자 허리가 휘어지게 웃는 박진영을 보며 '패떴' 멤버들은 그 웃는 모습이 웃겨서 모두 따라 웃었지요. 그건 우리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썰렁한 유머를 듣고 숨이 넘어가게 웃다가 실수로 국그릇에 간장을 쏟아버렸는데, 그러고도 웃음을 멈추지 못해서 계속 웃으며 얼굴이 시뻘개지는 박진영의 모습은 이상할만큼 유쾌했습니다. 그가 리액션을 해주는 순간, 더 이상의 썰렁함은 없었어요.

 

이번에 처음 깨달은 것은 아니지만, 박진영이라는 사람이 지닌 다채로운 능력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 중에도 가장 큰 능력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 중에서도 첫번째는 바로 리액션이 아닐까요? 이건 너무 당연해서 바보같은 소리지만, 성공을 향한 첫걸음은 정말 쉽고도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게 맞는 모양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