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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닉 부이치치, 나에게 던진 커다란 화두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힐링캠프' 닉 부이치치, 나에게 던진 커다란 화두

빛무리~ 2013. 6. 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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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해표지증'을 갖고 태어나 '사지 없는 인생'을 살고 있는 세계적인 강연자 '닉 부이치치'가 힐링캠프에 출연했습니다. 팔다리가 붙어 있지 않은 그의 몸은 수영과 축구 및 골프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만큼 강인하고, 왼발에 달려 있는 조그만 두 개의 발가락은 타이핑과 악기 연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합니다. 신을 믿고 기적을 믿는다는 그는 지금도 팔다리가 자라나기를 매일 기도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어려움을 극복해낸 자신의 모습을 통해 전 세계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선물하고 싶어하며, 그것이 바로 신이 자기에게 주신 위대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해맑은 표정을 보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세상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유쾌하게 즐기는 마음이 느껴지더군요. 팔다리 없이도 활기찬 몸놀림은 현란할 지경이었고, 3명의 MC를 리드하며 토크쇼를 이끄는 언변은 더할 수 없이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운명처럼 다가온 여인 카나에와 결혼하여 현재 4개월된 아들 키요시를 두고 있는데, 아들이 태어나기 전 혹시라도 자신처럼 팔다리 없는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아내는 "당신처럼 좋은 롤모델이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면서 "설령 팔다리 없는 아이가 5명 태어난다 해도 모두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합니다.

 

 

닉 부이치치의 삶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반드시 팔다리가 자라나는 것만이 기적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조차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해내고 있을 뿐 아니라, 요즘처럼 이해타산적인 세상에 보기 드물게 편견 없고 용기 있는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했으니까요. 혹시나 했던 가슴아픈 우려를 떨치고 아들 키요시는 팔다리가 있는 건강한 몸으로 탄생했으니, 지금 닉은 평범한 몸을 가진 그 누구보다 더 행복할 것입니다. 자기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결코 거짓이 아니었어요. 그의 삶에는 이미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으며, 앞으로 그를 통해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나게 될 것을 믿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편안한 몸과 좋은 환경을 갖고서도, 언제나 불평불만 투성이에 우울증과 염세주의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며 좀처럼 웃지 않던 저 자신의 모습들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감동이라는 표현으로는 좀 부적절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충격과 의문의 여파가 제 마음속에 끝없이 퍼져갔습니다. 월요일 밤에 '힐링캠프' 방송을 보고 나서 수요일 오후가 된 지금까지, 제 머릿속에는 온통 닉 부이치치의 생각뿐이었어요. 그의 삶의 자세에 비추어, 나 자신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습니다.

 

 

나는 매사에 긍정적일 수 있는가?
나는 강한 의지로 꿋꿋이, 7전 8기가 아니라 100전 101기의 자세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가?
나는 타인의 잘못에 너그러울 수 있는가?
나를 어떻게 보든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가?
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할 때, 타인의 도움이 꼭 필요할 때,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가?

 

수많은 질문을 던져 보았지만,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항목이 단 하나도 없더군요. 그러니 제 머릿속에는 해결되지 않는 물음표만 가득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아침에 눈뜨는 순간마다 지옥같은 고통일텐데, 그는 어떻게 그처럼 활기차며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수백 개의 물음표에 단 한 개라도 맞는 답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생각도 할 수 없고 글도 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천천히 '힐링캠프' 동영상을 다시 재생시켜 보았고, 어렴풋이나마 한 가지의 답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을 좀 더 사랑하세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위와 같은 말들을 통해 닉 부이치치가 저에게 던진 커다란 화두는 '자신과의 화해'였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사랑해야만, 타인과 세상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었던 거죠. 세상을 사랑해야만 삶을 즐길 수 있고, 삶을 즐겨야만 긍정적인 마음이 생겨나며, 어려움을 꿋꿋이 극복해 나갈 힘과 용기도 생겨납니다. 나 자신에게는 못되게 굴면서 타인에게만 너그러울 수는 없는 일이며,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비뚤어진 자존심과 자기연민과 자기혐오가 엉망으로 뒤섞여 똘똘 뭉친 상태에서, 타인에게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죠.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낯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적 상처를 치유하는 첫 단계로서 많이 언급되어 왔던 부분이고, 한 때 종교단체에 몸 담고 일하며 어깨 너머로나마 인간 심리와 상담학 공부도 살짝 한 적이 있던 제게는 꽤나 익숙한 문장이었어요. 하지만 머리로 안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었죠. 이상과 현실은 끝없이 멀기만 했고, 여전히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저는 그 긴 여정을 감당해낼 힘도 용기도 없었어요. 저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상태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는 남아있다는 느낌이었죠.

 

그런 저에게 닉 부이치치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가 몸소 실천한 삶의 본보기는 어떤 핑계나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거든요. "내가 할 수 있으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팔다리 없는 몸으로 바닥에 풀썩 넘어졌던 그가 혼자 힘으로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말하는데, 그 앞에서 "아니오.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미 그는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충격받은 시선을 던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닉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거나 혐오하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했지요. 그러니 누가 반박하겠습니까?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듯이, 당신도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라는 닉의 메시지를 말입니다.

 

 

생각해 보니 '힐링캠프'에 정목스님이 나오셨을 때도 저는 같은 메시지를 전달받고 펑펑 울었으면서, 어느 사이엔가 까맣게 잊고 있었군요. "눈을 감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 보세요. 내가 내 이름을 부르면,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 자신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면, 참 잘 견디어 왔다고 칭찬해 주세요.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세요." 정목스님의 나직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상하게 가슴을 파고들며 애끓는 통곡(...;;)을 자아내는데, 그 격한 감정이 오히려 두려워서 저장만 해두고 열어보지 않던 그 동영상도 다시 재생시켜 보았습니다. 닉 부이치치가 몸으로 전해준 이야기와 정목스님의 담담한 목소리를 결합시키면, 보다 완성된 형태의 해답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답은 찾았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닉 부이치치의 힐링캠프 동영상만이 아니라 외국에서 강연했던 다른 동영상도 입수하여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어요. 언제 어디서건 마음이 흔들리거나 약해질 때면 수시로 그것을 틀어 닉 부이치치의 모습을 보고 또 볼 생각입니다. 한꺼번에 완벽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그 사람을 통해 저에게서 차츰 드러날 또 하나의 기적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어떻게든 닉의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또 다른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틀간의 고심 끝에 이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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