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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세상엔 참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의 태도가 무척이나 이해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자기 주관을 뚜렷이 세우도록 교육받는 남성들에 비해, 타인에게 순종하고 봉사하며 살아갈 것을 교육받아 온 여성들에게서 그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납니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찾아보면 그런 사람이 은근히 적지 않아요. 이른바 '착한여자 콤플렉스'입니다. '하이킥3'의 박하선 캐릭터는 '착한여자 콤플렉스'의 전형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일을 떠넘겨도, 박하선은 ..
박하선과 고영욱의 커플 만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시청자 게시판과 해당 기사의 댓글들은 온통 비난 일색입니다. 대부분의 의견은 호감형 캐릭터 박하선과 비호감 캐릭터 고영욱이 연결된다는 사실이 몹시 짜증난다는 반응이고,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제부터 '하이킥3' 시청을 미련없이 접겠다고까지 하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26회를 보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더군요. 지금껏 김병욱 시트콤의 역사상, 이렇게까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커플 만들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100%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이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날 때는 가슴이 철렁했었습니다. 25회의 내용을 한 마디로 간추린다면 '윤지석..
윤계상이 명인대학병원 의사로서의 폼나는 삶을 버리게 된 것은 100% 그자신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선택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징계를 받아서 그만두게 된 측면이 있었음을 24회에서야 알 수 있었지요. 수년 전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었는데, 그에겐 보호자가 없었고 따라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극구 반대했지만, 윤계상은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즉시 수술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능력있는 후배 의사 윤계상을 아끼던 외과 과장은, 그를 돕고 싶다면 공식적 루트를 통해서 도우라고 권했습니다. 사회복지단체를 통하거나, 그런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윤계상은 대꾸도 없이..
'하이킥3' 제23회에서 이적은 처음으로 '미래의 아내' 될 사람의 '손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고편에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였죠. 설마 벌써 드러내려는 건가? 그건 너무 김병욱답지 않은데? 그래도 혹시나 하고 시청했지만, 역시 헛된 기대는 금물이었습니다. 윤계상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서 방문한 이적은, 무려 5명이나 되는 여자의 손맛을 골고루 보게 되었거든요. 무슨 막장드라마는 아닐 테니까 유부녀 윤유선은 제외한다 해도, 가능성 있는 후보가 무려 4명이나 되었습니다. 용돈을 뜯어내려고 어깨를 안마해 준 수정이(크리스탈)의 얄미운 손맛, 자신의 치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려고 이적의 입을 틀어막다가 손가락을 밀어넣어 버린 백진희의 짭짤한 손맛, 하이파이브를 하려다가 이적의 뺨..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백진희는 윤계상이 근무하는 보건소에 인턴을 지원하여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처음에 인턴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도 윤계상이었고, 시험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두툼한 교재까지 선물해 준 사람도 역시 윤계상이었죠. 그토록 친절한 윤계상에게 호감을 품게 된 백진희는 자신의 대학선배인 사진작가 이켠이 개최하는 '웃는 얼굴 사진전'에 윤계상을 모델로 추천하고, 그들의 설득에 못이긴 윤계상은 결국 사진 모델을 수락하고 맙니다. 시험 당일, 백진희는 감독관으로 들어온 윤계상을 보고 반가워합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윤계상도 "시험 잘 봐요!" 하고 입모양으로 격려하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어 주네요. 그런데 문제를 풀다가 막히게 되자 백진희는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
박하선을 사랑하는 두 남자, 윤지석(서지석)과 고영욱은 둘 다 연애에는 별 소질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윤지석은 너무 순진한 편이라 아직 자신의 감정조차 확실히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그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고, 그녀의 생일도 챙겨주고 싶고, 취미 활동도 함께 즐기고 싶지만,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더구나 윤지석의 다혈질적이고 급한 성격 또한 만만찮은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그녀와 단둘이 우산을 쓰고 집에까지 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주어졌건만, 쉽게 펴지지 않는 우산 때문에 순간적으로 욱한 윤지석은 박하선의 빨간 우산을 바닥에 내던지고 수차례 짓밟아서 망가뜨리고 맙니다. 그녀 앞에서 힘자랑..
이제껏 안수정(크리스탈)의 캐릭터는 약간 위태롭긴 했어도 나름대로 귀여웠습니다. 매사에 너무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지만, 예쁜 얼굴과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내상의 캐릭터는 밉상이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가장으로서의 쓰라린 심경은 짐작할 수 있을진대, 매사 무뚝뚝한 태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들 안종석(이종석)보다는, 항상 웃는 얼굴과 살살 녹는 애교로 아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딸 수정이가 더 기특한 자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산으로 인한 충격은, 내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공부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종석이가 훨씬 더 크겠지만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하겠다며 그악스럽게 굴 때가 제 눈..
김병욱의 '하이킥' 시리즈에는 언제나 '삼촌'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 '삼촌'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외모의 싱글남으로서 멜로의 중심을 담당했고, 더불어 20~30대 젊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하이킥3'에는 특이하게도 삼촌이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점이 매우 의외였고, 도대체 두 명이나 되는 삼촌 캐릭터를 어떻게 겹치지 않도록 조화시키며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일단 '거침킥' 최민용과 '지붕킥' 최다니엘의 계보를 이어가는 삼촌 캐릭터는 윤계상입니다. 까칠민용, 시크지훈과 달리 윤계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따스한 남자로서 성격은 전혀 딴판이지만, 시트콤 전체를 장악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윤계상-김지원에 이어 또 하나의 러브라인이 예고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박하선-윤지석(서지석)의 러브라인 같지만, 정확히는 박하선-고영욱의 러브라인입니다. 이미 공홈의 인물관계도에 명시되어 있는 관계이므로, 맨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지는 몰라도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 러브라인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저는 인물관계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장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던 러브라인이 박하선-고영욱 커플이었습니다. 박지선-줄리엔강 라인도 좀 뜻밖이긴 했지만, 이들은 어차피 감초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코믹하고 재미있는' 커플로 만들면 오히려 가장 시트콤에 어울리는 조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하선은 제가 보기엔 여성 캐릭터 중의 핵심이라고 할만합니다. 나름 코믹한 면도 있지만, ..
나는 오늘도 홀로 지내시는 노인분들을 찾아가 영양제 주사를 놓아 드린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나 고마워하시는 어른들... 나를 보면 쇠잔한 얼굴 한가득 웃음을 띠며 맞아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들... 그런데 이번에 단행된 기초생활수급자 재심사에서 많은 분들이 탈락하고 말았다. 이 노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삭감된 그 복지예산은 대체 어디에 쓰여지는 걸까? 그 어디에 쓴다고 한들 이 노인들의 한 끼 밥값보다 더 가치있게 쓸 수 있다는 걸까? 참담한 마음으로 걷던 내 눈에 옆집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름이 지원이라던가?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돌리며, 구형 휴대폰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려는 통신사의 결정에 항거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이었다. 볼수록 참 특이한 아이다. 방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