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추노 (4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대장금'과 '서동요' 이후 김영현 작가의 사극에 매료된 나는 '선덕여왕'과 '뿌리깊은 나무'를 시청하며 그녀의 필력을 극도로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았으나,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엄연한 창작물이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용인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요즘 시대에 영화나 드라마의 내용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 작품을 감상하다가 실제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외국에 수출될 경우는 좀 더 오해의 소지가 많겠으나, 방영 전에 자막으로 '이 작품은 허구와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물로서 역사적 사실과는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 큰 문제는 되지 ..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
"우리의 경쟁작은 동시간대의 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작인 '아이리스1'이다!" 라고 야심차게 밝혔던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무색할 만큼, '아이리스2'의 출발은 별로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개, 초반부터 과도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NSS 정예요원이라는 설정이 창피할 만큼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작정하고 꼬집어 내자면 정말 수없이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리스1'은 평소 액션이나 첩보물을 즐기지 않는 저같은 시청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만큼 초반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작품이었는데, '아이리스2'의 초반 전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전작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전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
MBC의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방송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경성 스캔들'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원작소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드라마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망작이 되기 십상인데, 진수완 작가라면 안심해도 될 듯 싶었거든요. '해를 품은 달'은 1년 전쯤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정은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입니다. 하여 일각에서는 '해품달'을 가리켜 '경복궁 스캔들'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ㅎ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성스'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로열패밀리'에서 '공순호' 역할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영애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악역으로 돌아왔습니다. ..
'도망자 Plan.B' 18회는 시종일관 긴박감이 넘치고 다이내믹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기막힌 반전도 숨어 있었죠. 시청률이 아쉬울 정도로 드라마의 내실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압도적 존재감을 뽐낸 사람은 바로 악의 축 양두희(송재호)의 아들 양영준(김응수)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부터 이 인물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언제나 양두희만 부각되었을 뿐, 그가 모든 가진 것과 인생을 올인하여 뒷받침하려 하는 그 아들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정치인으로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는 것 외에는 말이죠. 대략 16회쯤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양영준은 언뜻 보기에 청렴한 정치인의 대명사 같았습니다. 카이(다니엘 헤니)에게서 자기 부친의 범죄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
'도망자 Plan.B'의 첫방송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긴 했지만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여주인공 이나영의 캐릭터 '진이'는 영문도 모르는 채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필사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아주 미스테릭하고 역동적이더군요. 그녀의 조부모와 부모, 양부모까지 살해하고 이제는 그녀의 목숨마저 노리는 '멜기덱'이라는 인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지 벌써부터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곽정환 감독과 천성일 작가의 전작 '추노'에서 여주인공 이다해의 배역이 '민폐언년'으로 불리울 만큼 변변치 않았기에, 오랜만에 컴백하는 이나영을 위해 약간의 염려를 했었는데, 결코 '민폐진이'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진이는 언년이와 달리 강인한 여전사의 체력을 지녀서 웬만한 경우라면 ..
이제 바야흐로 수목드라마 대전(?)이 다시 시작되려 합니다. KBS에서는 '제빵왕 김탁구'의 후속으로 '도망자'가 9월 29일부터 방송될 예정이고, SBS에서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후속으로 '대물'이 그보다 일주일 뒤인 10월 6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지요. 한쪽에는 MBC의 '장난스런 키스'가 있지만, 현재 너무 낮은 시청률로 허덕이고 있는 데다가 마땅한 해결책도 없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여친구'가 끝난 후로는 본격적으로 '도망자'와 '대물'의 대결이 될 텐데, 어쩐지 이 새로운 드라마들을 맞이하는 마음이 썩 즐겁지 않습니다. 우선 '도망자'는 로맨틱 코믹 탐정 액션물로 비(정지훈), 이나영, 이정진, 다니엘 헤니 등이 출연합니다. 소재도 약간은 신선하게 느껴지고,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하는 ..
팔봉 선생(장항선)은 인상적인 죽음으로 하차하며 성공적인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했고, 구일중(전광렬)은 시체놀이를 하면서까지 김탁구(윤시윤)를 지키려는 정의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어딘가 신비스런 기운까지 감돌면서 구일중 회장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 중이네요. 파렴치한 구마준(주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자기를 보좌하며 회사에 열성을 다했던 맏딸 구자경(최자혜)에 대한 배려심은 조금도 없이 모든 지분을 김탁구에게 넘기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라든가 등등, 구일중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제가 쓰려는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 방송되었던 '추노'의 경우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사극으로서 모든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별다른 거부감..
이번 주 '해피투게더'의 게스트는 모두 미혼의 배우들이었는데, 1979년생의 윤지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40전후의 나이인 만큼, 조금은 특별한 구성이긴 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모여서 함께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것인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홍보도 전혀 없었습니다. 어쩌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섭외된 조합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개그맨들도 아닌데 모두 유머감각과 말솜씨가 뛰어나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매우 프로다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웃으면서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연 주인공은 김광규와 조미령 두 사람이었지요. 물론 만만치 않은 입담을 과시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