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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서인숙의 아들 타령, 기막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서인숙의 아들 타령, 기막히다

빛무리~ 2010. 9. 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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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 선생(장항선)은 인상적인 죽음으로 하차하며 성공적인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했고, 구일중(전광렬)은 시체놀이를 하면서까지 김탁구(윤시윤)를 지키려는 정의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어딘가 신비스런 기운까지 감돌면서 구일중 회장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 중이네요.

파렴치한 구마준(주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자기를 보좌하며 회사에 열성을 다했던 맏딸 구자경(최자혜)에 대한 배려심은 조금도 없이 모든 지분을 김탁구에게 넘기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라든가 등등, 구일중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제가 쓰려는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 방송되었던 '추노'의 경우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사극으로서 모든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었습니다. 드라마의 특성상 당연한 것이었고, 추노의 대부분 여성 캐릭터는 비중은 적었으나 긍정적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거든요. 초반에 민폐언년이었던 이다해의 역할도 후반에는 많이 회복되었고, 열정적 사랑의 꽃이었던 설화도, 뇌성마비 연기를 실감나게 해낸 하시은도, 반란을 꿈꾸던 초복이도 모두 참 예뻤습니다. 

그에 비해 '제빵왕 김탁구'에는 적잖은 수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며 비중도 낮다고 할 수 없는데, 하나같이 극심한 부정적 인상을 주고 있어서 거부감을 일으킵니다.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에 너무 박한 드라마 같아요.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긍정적인 인물은 바로 양미순(이영아)입니다. 그녀는 매우 순수하고 용감하며 영리합니다. 그러나 존재감이 너무 약해서 다른 캐릭터들이 뿜어내는 부정적 포스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군요.


구일중의 죽은 어머니 홍여사(정혜선)는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딸만 낳았다는 이유로 며느리를 극한상황까지 몰고 가며, 엄연히 가정을 지닌 자기 아들과 입주고용인 처녀의 불륜을 조장했던 노인이지요. 그 시대 사람들은 거의 다 그랬다고 하면서, 옳지 못한 캐릭터를 비호할 생각이 저에게는 눈꼽만치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전에 포스팅한 '제빵왕 김탁구, 서글픈 잔혹동화로 망가져 간다' 에서 중간 부분에 땅색 글씨로 충분히 설명해 두었으니 이곳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김탁구의 생모인 김미순(전미선)은 좀 애매하군요. 선과 악의 구도가 분명해진 이 때에 그녀는 분명히 선한 쪽에 속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김미순은, 예전에는 한심한 불륜녀였고 지금은 복수의 화신이지요. 그녀는 능력있는 전문직 여성으로서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구일중의 부적절한 접근을 뿌리치지 않았고, 탁구와 헤어진 후 14년간은 복수심에 칼을 갈며 지내왔습니다. 어린 탁구와 함께 살 때에는 너무 좋은 어머니의 표상이 되어 주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그 부분이 억지스러웠어요. 제 시각에서는 김미순 역시 부정적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신유경, 이 아가씨의 갈팡질팡은 최근들어 가장 많은 불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탁구에 대한 마음을 대략 정리하고 마준 쪽으로 굳힌 듯 싶더군요. 그러나 매력은 빵점입니다. 앙칼지고 서늘한 악녀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저 마준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는 현재의 유경은, 그저 돈과 신분상승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남자를 배신하고도 결국은 행복해지지 못하는 찌질녀 캐릭터에 지나지 않아요.

처음에는 마준과의 관계를 무슨 복수심에서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어디를 봐서 그녀가 복수를 꿈꾸고 있다고 보이나요? 진심으로 마준이를 사랑해 달라고 당부하는 구일중 앞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의 부족함을 미안해 하고, 서인숙 앞에서는 꿇으라면 곧바로 꿇어앉는 순종적 며느리상(?)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해가지고 어떻게, 누구에게 무슨 복수를 한다는 건가요? 초반과 중반까지 꽤나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로 짙은 향기를 뿜어내던 신유경이 이렇게 폭삭 주저앉아 버린 것은 정말 허무한 일입니다.


거성의 장녀 구자경,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지요. 아역 시절의 그 멋진 카리스마를 모두 잃어버리고 병풍 모드로 전락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25~26회에서는 조금씩 그녀의 역할이 살아날 듯한 기미가 보이더군요. 아직까지 별로 하는 일은 없으나 수시로 그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것이 왠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런데 앞으로 어떤 반전이 있을지 모르나, 현재로 봐서는 구자경에게 아무런 힘이 없으니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구마준은 절대 후계자가 될 수 없을 것이고, 김탁구는 구일중이 회복되면 스스로 물러나 팔봉 빵집으로 돌아갈 듯하니, 결과적으로는 구자경이 후계자의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부지리로 야망을 이룬들 어찌 그녀의 역할이 긍정적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요? 남동생들이 동분서주 맹활약을 펼치는 동안 그저 병풍 모드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구자경은 참으로 슬프게 버림받은 캐릭터입니다.

자, 그리고 드디어 서인숙입니다. 시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자기 아들 구마준에게서 협박을 받은 서인숙은 머리끝까지 분노합니다. 신유경을 불러다가 꿇어앉히고, 앞으로 이 집안에서 지금의 굴욕적인 기분으로 살게 해 주겠다며 결혼을 허락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책을 강구하여 결혼을 막을 생각입니다. 청산 공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던 유경의 아버지를 찾아내어 데리고 오는 것이 그 계책의 일환이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군요. 그런데 무엇보다 저를 경악하게 했던 것은 바로 서인숙의 이 대사였습니다.

"네가 아들을 낳기 전에는 절대 혼인신고도 안 할 셈이다. 아들을 낳기 전에는 네가 이 집안에서 어떤 법적 구속력도 갖지 못한다는 뜻이야."

신유경이 못마땅해서 구마준과의 결혼을 막으려는 것도 이해하겠고,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경을 자기 주변에서 몰아내려는 잔인함도 원래 악역이니까 그런가보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들 타령은 정말 아닙니다. 서인숙 본인의 삶을 수렁으로 빠뜨린 것이 대체 무엇이었는지를 잊었단 말입니까? 시어머니와 남편의 아들 욕심이 어떤 비극을 불러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녀가 이제 다음 세대에까지 그 비극을 물려주려 하는 것입니다.

서인숙은 악역이고 뭐고를 떠나서 더할 수 없이 어리석은 최악의 캐릭터였습니다. 그녀는 도대체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자기가 당한 억울함과 수모를 자기 딸들이 당할 수 있다는 것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신유경에게 "네가 이 집안에서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자꾸나" 라든가 다른 말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모양이 우스워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네가 아들을 낳기 전에는..." 이라니, 이건 정말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악역이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망가뜨려야 하나요?


서인숙은 이제까지도 재고의 여지가 없는 악역이었으나, 그 당당한 존재감과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요. 그런데 난데없는 아들 타령, 손자 타령을 하면서 카리스마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극도로 머리 나쁘고 어리석은 아줌마 한 명이 화려한 치장을 하고 앉아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초라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들은 거의 전멸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악역이라도 매력적이면 괜찮은데, 어느 면으로도 좋게 보아 줄 여지가 없네요. 양미순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심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시대극이라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현대적이어야 하지요. 우리가 사극을 감상한다 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제빵왕 김탁구'는 아무래도 수십년 전의 사고방식을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듯 합니다. 황당하게도 성자처럼 묘사되는 구일중과 끝없이 망가져 가는 서인숙의 캐릭터를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들어요. 팔봉 선생이 떠나고 흥미를 잃었음에도 쉽게 놓지 못하고 다시 시청한 것은 애정이 남아서였는데, 이제는 그 애착마저 답답하고 서글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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