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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다니엘 헤니, 배우로서 자격이 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도망자 Plan.B

'도망자' 다니엘 헤니, 배우로서 자격이 있을까?

빛무리~ 2010. 12. 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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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Plan.B' 18회는 시종일관 긴박감이 넘치고 다이내믹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기막힌 반전도 숨어 있었죠. 시청률이 아쉬울 정도로 드라마의 내실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압도적 존재감을 뽐낸 사람은 바로 악의 축 양두희(송재호)의 아들 양영준(김응수)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부터 이 인물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언제나 양두희만 부각되었을 뿐, 그가 모든 가진 것과 인생을 올인하여 뒷받침하려 하는 그 아들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정치인으로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는 것 외에는 말이죠. 대략 16회쯤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양영준은 언뜻 보기에 청렴한 정치인의 대명사 같았습니다. 카이(다니엘 헤니)에게서 자기 부친의 범죄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말했습니다. "아버지를 이용해서 나를 협박할 생각은 마시오.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는 죗값을 치르시면 되고, 나는 정치에서 물러나면 그뿐이오."

꽤나 멋있는 말이었는데, 양영준의 말은 감동이 아니라 엄청난 찜찜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하긴 자식이 아비를 닮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핏줄이 이어져 있고 그 아비에게서 교육을 받았는데, 양두희와 같은 대악마의 아들이 그렇게 신선같은 수준의 청렴함을 보여준다는 게 우선 너무 안 어울렸지요.


그리고 정치인이든 경제인이든 그 정도의 청렴함을 유지하면서는 소규모 활동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제 어느 정도 현실을 알고 있는 저의 생각입니다. 덩치가 커지고 지위가 높아지면 자연스레 풍파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에, 독야청청 버티다가는 결국 떨려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부정부패를 저지르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런데 양영준이 보여 준 청렴함의 정도는 너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그에 속은 카이는 다른 계책을 세우지 않고 "당신 아버지의 계속되는 악행을 당신이 막으라."며 양영준에게만 양두희의 처리를 맡겨 둡니다. 좀 웃기는 설정이었어요. 악마의 아들을 믿고 악마의 처리를 맡기다니요. 그런데 18회에서 드디어 양두희와 양영준 부자가 마주앉아 모든 것을 털어놓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뜻밖에도 양영준은 진짜 청렴한 인물 같았습니다. 따로 아버지의 뒷조사를 하여 그의 악행을 모두 알게 된 양영준은, 그 동안 소신껏 바른 정치를 하려 애써 왔는데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며 탄식하는군요. "아버지를 감싸는 건 인륜에 어긋나고, 아버지를 내치는 건 천륜에 어긋나는데, 저는 어떡해야 합니까? 아버지 죄, 모두 제가 지고 갈게요.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제가 죽어야죠."

차마 아비를 법정에 세울 수 없었던 양영준은 양두희를 외국으로 빼돌리고, 진이(이나영)에게 연락하여 단둘이 만날 것을 청합니다. 하지만 그를 믿을 수 없었던 진이는 지우(정지훈)와 동반해서 양영준을 찾아가지요. 그 자리에서 양영준은 자기가 정치에서 물러날 테니 제발 아버지의 죄를 용서해 달라며 무릎꿇고 사죄합니다. 잠시 후 공개적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사실을 밝히고 물러날 테니, 그 자리에 증거 자료인 금괴를 가지고 참석해서 증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까지 하는군요.


그런데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며 납작 엎드리는 것도 이상하고, 금괴를 가지고 오라는 말 또한 어딘가 석연치 않습니다. 자기 아버지와 단둘이 대화할 때도 거짓말을 했을리는 없으니 심성이 올바른 자는 맞는 듯한데, 그래도 양두희의 아들을 쉽게 믿을 수는 없었어요. 역시 기민한 지우는 양영준을 의심하는데, 성격만 불같고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진이는 전적으로 양영준을 믿으며 그가 나오라고 한 기자회견 장소로 향합니다. 물론 지우는 '고객님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간다는 마음으로 따라가지요.

그러나 진이와 지우가 도착한 장소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양영준의 기자회견은 다른 장소에서 열리고 있었죠. 그 자리에서 양영준은 중대발표를 했는데, 그 내용은 오직 당비만으로 당을 운영할 것이며 절대 기업에서 후원금을 받지 않는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양영준은 모든 사람을 속여 왔던 것이지요. 그는 정계를 사퇴할 의사도 전혀 없었고, 자기 아버지 대신 속죄할 뜻도 없었습니다. 연설 중인 양영준의 눈짓을 받은 부하는 무전기로 지시합니다. "물건 확보하고, 처리해."


텅 빈 장소를 확인하고 위기를 느낀 지우는 진이의 손을 끌고 그 자리를 피하려 하는데, 갑자기 수많은 남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듭니다. 둘이서 감당할 수는 없는 인원이었어요. 지우와 진이는 삽시간에 속절없이 제압당하고, 그들이 가져 온 커다란 여행가방은 놈들의 손에 들어가고 맙니다. 그 안에 금괴가 들어 있다면, 양영준의 계획은 완벽히 성공하는 것이죠. 가방의 뚜껑이 열리는 순간 18회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중견 연기자 김응수는 '추노'의 이경식에 이어 '도망자'의 양영준 역을 맡아, 아주 독특한 악역 캐릭터를 더없이 성공적으로 수행해 주었습니다. 자식뻘 되는 손아랫사람들에게도 절대 말을 놓지 않고 극존칭을 사용하는 등, 겉으로는 아주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이경식과 양영준은 많이 닮았군요. 그렇게 온유한 모습 속에서 갑자기 악마가 드러날 때, 시청자들의 충격은 극대화됩니다. 저는 계속 그를 의심하고 있었는데도, 정작 그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에는 섬뜩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예고편을 보니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더군요. 교통사고로 다리에 큰 부상을 당해 잠정 하차했던 윤손하가, '죽은 줄 알았던 황미진이 살아 있다'는 설정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시 등장했습니다. 아직 부상에서 완치된 것은 아니겠지만 저렇게 촬영을 재개할 수 있을 정도라면 몸 상태가 많이 괜찮아진 모양이에요.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도망자' 18회에서 유일한 구멍을 발견했으니, 바로 다니엘 헤니였습니다. 벌써 이웃 블로거님께서 수차례 그의 '영어 대사'를 지적하셨지만, 18회에서는 해도 너무한다 싶었어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긴 대사를 할 때는 부득이 영어를 사용한다 해도, 한 두 마디의 짧은 대사마저 모두 영어로 처리하는 것은 최소한의 성의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외국을 배경으로 하고, 카이가 애인이나 비서와 대화할 때 스스로 편하게 느끼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 정도는 그래도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배경도 한국이고 그의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도 모두 낯선 한국 사람들인데, 대화 중에 카이 혼자서만 계속 영어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어를 사용한다면 작품의 모양새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카이의 캐릭터가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외국인 설정도 아니고, 카이와 양영준의 대화는 그리 길지도 않았습니다. 그나마 대사가 몇 마디 되지도 않는데, 한국어로 연습해서 나오면 안 되는 거였을까요? 줄곧 자취를 감추었던 자막이 헤니 때문에 다시 등장했고, 한국어와 영어로 주고받는 기이한 대화는 긴장감이 팽배해야 할 드라마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헤니가 영어 대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라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습니다. 하려면야 얼마든지 한국어로 대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주 가끔씩 그가 한 두 마디의 한국어 대사를 할 때면, 그 어눌한 발음 때문에 솔직히 좀 깬다는 느낌이 들긴 하죠. 환상적인 얼굴에 훤칠한 기럭지와 멋진 옷발과 젠틀한 매너까지 겸비한 완벽한 남자 다니엘 헤니가, 한국어만 하면 갑자기 바보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에요. 아마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한국어로 대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배우로서의 자세는 아니지요. 배우라면 작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망가질 줄도 알아야 하는 거니까요. 그건 너무 당연한 기본인데, 현재 헤니는 자신의 이미지를 중시한 나머지 작품에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면 죽어라 한국어 발음을 연습해서 바보스럽게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지만, 그 정도는 안 된다 해도 비록 어눌해서 자기 이미지를 망칠 망정 과감히 한국어 대사에 도전하고 끝없이 노력하는 자세는 보여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니엘 헤니가 다시 한국 드라마에 출연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럴 계획이 있다면, 다음 번에는 최소한의 성의를 갖추기를 바래 봅니다. 현재 그의 태도는 작품에 대해서나 시청자에 대해서나 기본적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지금처럼 할 바에는 차라리 한국에서 배우 활동을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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