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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붕뚫고 하이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들러서 글을 읽어주시는 벗님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수차례의 정성들인 포스팅을 해왔는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연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는군요. 글쎄 뭐, 러브라인의 방향이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탓할 수야 없겠으나... 그보다도 요즈음 방송되는 에피소드를 보면 대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생뚱맞게 한겨울의 수영장 씬으로 출연자들의 노출을 조장했던 에피소드 역시 그랬습니다. 눈요기,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요. 줄리엔강의 명품 몸매를 보고 열광하며 모여드는 아주머니들의 모습 역..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뚫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제목처럼 지붕을 뚫는 것이 아니라, 땅 속을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간다면 그거야 신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려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이미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즈음 '하이킥'의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인물들이 점점 더 심하게 불쌍해지고 있습니다. 바닥을 치다 못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반이 붕괴된 땅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예요. 지난번에는 세경을 구박하는 정보석이 능력 부족한 소심남일 뿐 아니라 인격마저 하자가 있는 인물로 판명되어 비참함을 더하더니, 이번에는 그러잖아도 가장 불쌍한 인물 신세경을 땅 속에 파묻어 버리는군요. 언제나 사이좋던 자매, 세경과 신애의 모습으로..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라면 아무래도 세경(신세경)과 신애(서신애) 자매를 꼽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어린 그녀들의 인생은 한편 희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언젠가 아빠를 만나서 예전처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으며, 세경에게는 비록 짝사랑에 불과하지만 지훈을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이 깃들어 있어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이미 인생의 찬란한 시절을 훌쩍 지나 노년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하루 하루 삶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한 채, 울분과 컴플렉스에만 시달리고 있는 가엾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순재의 사위 정보석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니 그도 엄연한 가장이련만, 가족들 중 그를 정말 가장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가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하..
'지붕뚫고 하이킥'은 제가 방송 전부터 큰 기대감을 가졌던 시트콤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재미와 작품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조금씩 행보가 비틀거리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우선 너무 식상하고 유치하고 억지스런 에피소드가 많아졌습니다. 정보석이 방귀를 싫어하게 된 추억이라든가, 이순재가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를 내고 가족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이순재 고사' 등은 솔직히 별로 재미도 없었을 뿐 아니라 현실감도 너무 떨어지고 억지스러웠습니다. 김병욱 PD의 시트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지도 못한 초반인데 벌써 소재가 딸리는 걸까요? 게다가 네 명의 청춘남녀를 두고 어떻게든 러브라인이 시작될 것 같기는 한데 계속 낚싯밥만 ..
세경(신세경)과 신애(서신애) 자매의 소원은 '아빠를 다시 만나서 함께 사는 것' 입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46회에서 그 소원의 절반이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아직은 함께 살지 못하고 다시 눈물로 헤어져야 했지만, 그래도 생사조차 알 수 없이 걱정하고 그리워만 했던 아빠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자매는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반드시 장애물이 있게 마련이죠. 언제나처럼 해리(진지희)가 그 악역을 맡았습니다. 세경의 휴대폰을 보자마자 "내꺼야!" 하면서 가져가버린 거죠. 세경이 달라고 하는데도 주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은 방바닥에 던져서 고장내고 맙니다. 하필이면 그때 꿈에도 그리던 아빠는 자매와의 약속장소인 남산에 도착해서 세경이 남겨둔 연락처..
연기자 신세경은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서 완전히 제대로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느낌입니다. 빠지지 않는 외모와 연기력을 갖추었음에도 좀처럼 길이 열리지 않던 그녀에게 그야말로 '하이킥'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 같아요. 순박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의 시골처녀 세경 역할을 그녀만큼 자연스럽게 소화해낼 수 있는 연기자는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TV 시청을 매우 즐기지만 아무리 우스운 장면이 나와도 박장대소를 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그냥 가볍게 웃고 말지요. 웃음코드가 남들과 좀 다른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굉장히 웃기다고 하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한 예로 영화 '차우'가 그렇게 웃기다고들 하기에 일부러 보러 갔는데, 저는 한두번 살짝 웃고는 나머지는 계속..
'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
한동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가장 뚜렷하게 멜로의 기운을 보여주던 인물은 황정음이었습니다. 과외를 해주러 다니는 집에서만도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 정준혁(윤시윤)과 그의 삼촌인 이지훈(최다니엘) 사이에서 묘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거기에 덧붙여서 준혁의 친구인 세호(가수AJ)까지 합세하여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이런 멜로의 분위기에 힘입어 '귀여운 푼수' 캐릭터를 그럴싸하게 표현해낸 황정음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우결'에서의 비호감 이미지를 씻어내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쉽사리 진행될 것 같던 황정음의 러브라인은 요즘 시작도 하기 전에 정체기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물론 시트콤의 방영 기간이 있는데 너무 빨리 진행되면 속도를 맞출 수 없으니까 템포를 조절하는 ..
연기자 이순재씨는 정말 볼수록 대단하십니다. 그분의 연기 열정은 세월을 거슬러 점점 젊어지시는 것 같군요. 제가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그분의 연기를 보아 왔지만 한 번도 노래부르시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는데, 이제 76세의 연세로 이순재 옹은 거침없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열창해 주십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에서 목하 열애중이신 이순재 옹과 김자옥 여사의 대화를 듣자 하니, 소녀 같으신 자옥 여사는 연세는 많아도 미혼이신 듯 합니다. 사귀기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 다가오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는 순재 옹 앞에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치며 "저는 뭐든 선생님이랑 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가슴 설레고 기다려지는데, 선생님은 아닌 것 같으시네요. 하긴 뭐 선생님 마음이 제 맘 같겠어요?" 하는데, 생판..
'지붕뚫고 하이킥' 27회에서는 악동 정해리(진지희)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해리는 어른이 봐도 얄미울 정도로 불쌍한 신애(서신애)를 모질게 구박하는 어린 아역이었지요. 게다가 가족들에게도 안하무인, 학교에서도 종횡무진, 자기만 제일인 줄 아는 이기적인 성격에다가, 머리는 나쁘면서 남을 괴롭히는 술수는 묘하게도 탁월한, 전형적인 '못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해리에게도 의외로 따뜻한 동정심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는 다름아닌 해리의 '변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 모든 인형과 장난감과 동화책은 해리의 것이기 때문에, 학교 숙제를 마치고 나면 언제나 심심해하는 신애를 위해 세경(신세경)은 직접 동화책을 만들어 보라고 권유합니다. 사실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