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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침몰을 원하지 않는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나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침몰을 원하지 않는다

빛무리~ 2009. 12. 1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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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들러서 글을 읽어주시는 벗님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애정을 갖고 수차례의 정성들인 포스팅을 해왔는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연속적으로 실망을 안겨주는군요. 글쎄 뭐, 러브라인의 방향이 제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탓할 수야 없겠으나... 그보다도 요즈음 방송되는 에피소드를 보면 대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생뚱맞게 한겨울의 수영장 씬으로 출연자들의 노출을 조장했던 에피소드 역시 그랬습니다. 눈요기,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요. 줄리엔강의 명품 몸매를 보고 열광하며 모여드는 아주머니들의 모습 역시 부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과장되어 있는 것이라, 보면서 웃음을 짓기는 커녕 불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위급한 상황에서, 광수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줄리엔이 일부러 배영 이외의 다른 수영은 못하는 시늉을 하면서 버벅거리고 시간을 끌었다는 설정은, 매우 비인간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오늘 67회에서도 두 가지의 에피소드가 방송되었는데, 역시 별로 흥미롭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시청 후에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내용들이었습니다.


1. 이현경(오현경),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해리가 비뚤어지고 있는 원인의 90%는 엄마 현경 때문입니다. 극 중 현경의 직업은 교사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권이 추락했다 해도 실제로 저런 사람이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현경이라는 인물은 집안에서건 직장에서건 지독히 이기적이고 무례합니다.


늙으신 아버지에 대해서도 공경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습니다. 3년 전에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홀로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자식의 마음이라면, 상상만 해도 가슴아프고 애잔한 것이 당연하건만, 어찌 된 셈인지 현경이라는 이 여자는 언제나 톡톡 쏘고 박박 대들기만 할 뿐 아버지에 대한 배려심이 없습니다. 의견 충돌이 있을 때에도 단 한 마디를 지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어디서 저런 후레××이 나왔나 싶을 정도입니다.

아버지에게도 그 모양이니 다른 손윗사람들에게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론 나이 많은 게 벼슬은 아니지만, 별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털끝 만치의 양보도 없이 부모 뻘의 어르신과 티격태격하는 젊은 사람을 본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현경의 나이가 이십대라면 아직 너무 젊어서 철이 없어 그런다고 할 것이지만, 서른 중반을 넘기고 이미 고등학생의 자녀를 둔 성숙한 어른이건만 아직도 그러는 것을 보면 원래 그렇게 타고난 인간이라고 봐줘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송년회 모임에서 현경과 자옥(김자옥)은 우연히 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는 이유로 팀을 이루어 장기자랑에 나가게 되고, 인기상을 받아 오케스트라 모형을 상품으로 받게 됩니다. 세트로 이루어진 상품이기 때문에 낱개로 소장해서는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자옥과 현경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상품을 자기가 갖겠다며 팽팽히 맞섰고, 가위바위보는 끝도 없이 계속되어 훗날 줄리엔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끝나지 않았더라는 씁쓸한 이야기였습니다.


2. 임기사, 결혼을 앞두고 다른 여자에게 치근덕거리는, 그런...

오랜만에 임기사가 등장했습니다. 언젠가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고통받던 정보석이 그 화풀이 상대로 만만한 임기사를 골라서 쥐잡듯이 잡다가, 참다 못한 임기사가 맞짱 뜨자며 벌떡 일어나 대들자 깨깽~ 하면서 소심하게 주저앉았던, 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단역입니다.


그 임기사가 결혼을 하게 되어서 축하도 할 겸 집에서 식사 한 끼 대접한다고 이순재는 그를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임기사는 어린 식모 세경(신세경)을 보고 눈이 뒤집혀 버립니다. 벌써 여기서부터 짜증이 솟구칩니다. 대체 뭐하자는 거임?

노골적으로 치근덕거리기 시작한 임기사는 세경에게 서울 야경을 구경시켜주겠다며 드라이브를 제안하고, 세경은 동생 신애(서신애)가 하도 조르는 바람에 때 아닌 드라이브를 가게 됩니다. 그리고 신애가 중간에 화장실에 간 사이에 임기사는 세경에게 대쉬를 시작합니다. 결혼을 깨뜨리고 세경을 만나고 싶다며 염치도 없이 앞으로 바짝 다가서는 임기사에게 세경은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 도망칩니다.


정신줄 놓은 임기사의  애정공세는 수백통의 문자로 세경을 괴롭혔고, 심지어는 결혼식장에서 자기의 신부를 보며 세경의 모습을 상상하고, 신랑 입장을 앞둔 자리에서 그는 세경에게 문자를 전송합니다. "이제 곧 신랑입장을 하게 되면 끝입니다. 하지만 세경씨가 답을 주시면 저 이 결혼 뒤엎고..." 결국 그의 몰염치한 행각을 알게 된 준혁은 분노하여 세경을 가장하여 거칠게 답문을 보내고, 그것을 본 임기사가 흠칫하여 신랑입장을 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생쇼는 일단락이 됩니다.

세상에 저렇게 몰염치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그래서 세상에 이렇게 어두운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현실적 시트콤의 특징인 것인지, 글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경의 입장에서도 황당스러울 뿐 아니라, 그 임기사와 결혼하는 오늘의 신부는 대체 뭐가 되는 것입니까? 제가 여자 입장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렇게 기분나쁜 에피소드는 근래에 처음이다 싶네요.


요즈음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면 인간에 대한 존중심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등장인물들도 서로를 존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늘 등장한 임기사와 같은 인물을 보면 기본적으로 마음에 품고 있던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까지도 사라지려 할 지경입니다. 인간이란 본래 저렇게 추악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대체 시청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 걸까요?

그냥 한 번 웃고 넘어가면 그뿐인 것을, 제가 너무 심각한 걸까요?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 을 10회 이상 시청하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그렇게 가볍게 웃고 넘길만한 시트콤이 아니라는 점에 누구나 공감하실 것입니다. 시트콤이라고 하기에는 어둡고 무거운 내용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그로 인해 충분히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도 못합니다. 보면 볼수록 우습지도 않고, 마음은 점점 차가워져 갑니다.

나중에 얼마나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려고 지금 이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아무쪼록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내용들이 나왔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저만 그런 걸까요? 


지난 주 금요일에는 지훈(최다니엘)과 황정음의 키스씬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죠.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로 보아 러브라인의 속시원한 진행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점을, 저같이 둔한 시청자도 미루어 짐작하였습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슬쩍 운만 떼어 놓은 채 또 꿀먹은 벙어리 상태로군요.

정작 해야 할 이야기는 하지 않고, 중요 스토리의 진행은 정체시켜 놓은 채, 이런 생뚱맞고도 불쾌한 에피소드로 한 회를 장식한 이유가 뭔지도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놓지 못하고 계속 보는 시청자들로 인해 시청률이 올라갈까요? 오히려 이러다가 침몰하는 게 아닐까 염려스러울 지경입니다. 깊은 애정을 가졌던 작품이기에 실망이 더욱 큽니다. 저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침몰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대체 언제까지 봐줘야 하나?"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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