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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세경이한테 해도 너무합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세경이한테 해도 너무합니다

빛무리~ 2009. 12. 1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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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은 그야말로 무언가를 뚫을 기세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제목처럼 지붕을 뚫는 것이 아니라, 땅 속을 뚫고 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붕을 뚫고 하늘로 날아간다면 그거야 신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려움에서 벗어나 행복해지는 이미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즈음 '하이킥'의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인물들이 점점 더 심하게 불쌍해지고 있습니다. 바닥을 치다 못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반이 붕괴된 땅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예요. 지난번에는 세경을 구박하는 정보석이 능력 부족한 소심남일 뿐 아니라 인격마저 하자가 있는 인물로 판명되어 비참함을 더하더니, 이번에는 그러잖아도 가장 불쌍한 인물 신세경을 땅 속에 파묻어 버리는군요.

언제나 사이좋던 자매, 세경과 신애의 모습으로 처음에는 훈훈하게 시작했습니다. 언니 힘들다며 고사리같은 손으로 어깨를 주물러주는 착한 동생이 신애였지요. 그런데 신애가 모처럼 사귄 친구를 집에 데려오겠다고 할 때, 세경이 우리집이 아니라서 안된다고 말리자 신애는 급격히 비뚤어지기 시작합니다.


언니한테 바락바락 대들고, 꼭 해리처럼 "이 빵꾸똥꾸야!" 하고 소리칩니다. 세경이 아무리 타이르고 야단쳐도 전혀 수그러들 기세가 아닙니다. 심지어는 감기기운을 억누르고 힘들게 일하는 세경이, 계속 반항하는 신애에게 "신애야, 그러지 마. 언니 너무 힘들어." 라고 애원하는데 신애는 "누가 언니 편하라고 했냐?" 하고 아주 못된 표정으로 약올립니다. 서신애 양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아무리 어린애지만 섬뜩할 만큼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는 그게 현실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꿈이거나 상상이거나 뭐 그런 것 말이지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무리 착한 아이라도 성장 과정에서 가끔씩 저렇게 비뚤어지는 시기가 있더군요.


저의 막내 조카도 아기 때부터 어찌나 순한지 천사가 따로 없다 싶었던 여자아이인데, 몇 살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갑자기 못된 아이처럼 변해 버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얼굴만 보면 실눈이 되며 방싯방싯 웃던 아이가, 별 이유도 없이 만나면 눈부터 흘기더니 괜히 꼬집고 때리고 침 뱉고 그런 미운 짓을 하더군요. 그때는 저도 아직 어렸을 때라서 아기의 그런 행동 변화에 너무 당황했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성장 과정의 일부인 듯 합니다.

아무리 착하고 어른스럽다지만 신애도 어린애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그토록 사랑하는 아빠와 떨어져서, 언니와 단둘이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동갑내기 해리한테 온갖 설움을 당하고 사는, 아주 특이할 만큼 불행한 환경 속에 놓인 아이입니다. 언제나 웃고 있어도 그 속에는 울분이 쌓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애는 전학 온 친구와 모처럼 의기투합하여 좋은 친구가 되었나봅니다. 그러잖아도 신애는 뒤늦게 들어간 학교에서 '굴러온 돌'인데다가 해리가 텃세를 부리며 학교에서도 계속 자기 친구들을 끌고 다니며 구박하는 통에, 친구 하나 없이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전학 온 친구를 만나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말은 안해도 속으로는 해리가 늘 친구들을 집에 불러다가 노는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입니다. 조용히 방에서만 놀 테니까 친구를 집에 데려오겠다고 언니에게 떼를 씁니다.

그러나 동생까지 데리고 더부살이하는 처지에 친구를 불러들일만한 염치가 없다는 것을 세경은 알지요. 그래서 신애를 좋은 말로 타이릅니다. 그러나 신애는 아직 거기까지는 이해 못합니다. 정말 모처럼 친구를 만나게 되어서 한껏 들떠 있는데, 자기도 해리처럼 친구를 집에 불러다가 놀고 싶어서 이미 약속까지 다 했는데, 방에서만 놀겠다고 하는데도 절대 못 데려오게 하는 언니가 갑자기 확 미워집니다.


불쌍하게도 세경은 억눌려있던 신애의 감정이 폭발하는 것까지 모두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지난 번에는 정보석의 가슴 속에 쌓였던 울분이 세경을 향해 폭발하더니, 이번에는 착하던 동생 신애마저 자기의 모든 화풀이를 세경에게 터뜨립니다. 정보석도 신애도, 세경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오직 가장 만만한 세경이가 홀로 총알받이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지요. 부모가 친자식을 키우면서도 가끔은 정말 내 자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미울 때가 있다 합니다. 그런데 세경은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어린 처녀아이에 불과합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버티고 살아가는 것만도 용한 나이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가냘픈 어깨에는 동생이라는 무거운 짐이 지워져 있습니다.

그 동안은 신애가 워낙 착한 동생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세경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도 많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린애는 어린애일 뿐임을, 그래서 어린 동생을 키우고 있는 세경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와 똑같은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잔인한 현실을, 어제 '지붕뚫고 하이킥' 66회에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경이 심한 감기로 끙끙 앓아눕게 되면서 신애는 좀 빨리 뉘우치고 다시 착한 아이로 돌아옵니다. 만약 세경이 아프지 않았다면, 일단 비뚤어지기 시작한 어린아이는 파죽지세로 어디까지 비뚤어졌을지 모를 일입니다. 신애를 잡아줄 어른이 현재로서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언니 세경은 아직 그 역할까지 해주기에는 너무 약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바람에 여유도 없습니다. 어린 신애는 점점 더 비뚤어지며 오랫동안 세경을 괴롭혔을 수도 있고, 어쩌면 불량 청소년이 되는 길로 들어섰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세경이가 심하게 아팠던 것이 다행일 수도 있겠네요.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펄펄 끓는 머리로 진땀을 흘리며 누워 있는 언니를 옆에서 몇 시간 동안 지켜보던 신애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기 안에서 고개를 쳐들던 반항기를 꺾고 다시 뜨거운 연민으로 언니를 끌어안습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다른 한편에서는 세경을 향해 또 다른 아픔이 찾아오고 있었네요. 그녀가 사랑니를 뽑는 아픔으로 그 여린 가슴에 품은 사랑이, 어느 새 다른 여인을 향해 입을 맞추어 버렸습니다. 가엾은 세경에게 든든한 바람막이가 좀 되어 달라고, 저는 속으로 지훈(최다니엘)에게 그토록 부탁을 했었는데, 매정하게도 다른 여자를 안아 버리는군요.

대체 세경이는 언제까지 아파야 하고, 어디까지 아파야 하는 겁니까? 정말 해도 너무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파서 볼 수가 없습니다. 아빠는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기약도 없고, 동생 신애는 일단 착한 아이로 돌아왔지만 앞으로 또 어떤 폭풍과 같은 시기를 거치며 위험하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고, 주인집의 소심한 아저씨 정보석은 계속 가재미눈으로 세경을 째려보고 있습니다.


스무살에 남들은 예쁜 옷 입고 학교에 다니며 연애도 하고 찬란한 시간을 보내는데, 세경은 학교도 못 다니고 예쁜 옷도 못 입고 사랑도 잃고, 그렇게 하루 온종일 남의 집안에서 허리도 못 펴고 일만 합니다. 너무 슬픕니다. 이제 '지붕뚫고 하이킥'을 시청할 때마다 세경이의 고운 얼굴을 보면 눈물부터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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