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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아리송한 러브라인, 차츰 지겨워진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아리송한 러브라인, 차츰 지겨워진다

빛무리~ 2009. 12. 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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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은 제가 방송 전부터 큰 기대감을 가졌던 시트콤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재미와 작품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조금씩 행보가 비틀거리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우선 너무 식상하고 유치하고 억지스런 에피소드가 많아졌습니다. 정보석이 방귀를 싫어하게 된 추억이라든가, 이순재가 자기 자신에 대한 문제를 내고 가족들에게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이순재 고사' 등은 솔직히 별로 재미도 없었을 뿐 아니라 현실감도 너무 떨어지고 억지스러웠습니다. 김병욱 PD의 시트콤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실망스러웠다고 하겠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지도 못한 초반인데 벌써 소재가 딸리는 걸까요?


게다가 네 명의 청춘남녀를 두고 어떻게든 러브라인이 시작될 것 같기는 한데 계속 낚싯밥만 던지면서 좀처럼 뚜렷한 방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제는 조금씩 짜증을 유발합니다. 처음에는 그 예측 불가능하면서도 아리송한 러브라인이 흥미를 자극하고 설레임을 더해주기도 했습니다만, 너무 오랫동안 그러고만 있으니 이제는 "사람 놀리니? 연애를 하든 말든 너희가 알아서 해라." 이런 냉소적인 기분까지 좀 드네요.

뮤지컬 공연장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이킥, 사랑의 시작은 연민일까, 고마움일까) 처음 공연장에 들어갈 때는 지훈(최다니엘)과 세경(신세경)이 함께였고, 준혁(윤시윤)과 황정음이 함께였으나, 우연히 네 사람이 만나게 되면서 각각 서로의 파트너와 특별한 에피소드를 경험하게 되었었지요.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벌어진 정음과 지훈의 폐소공포증 체험은 그들의 감정을 격발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마주친 그들은 애틋하기는 커녕 예전보다 더한 앙숙 사이로 돌아가더군요. 그것이 10월 초였으니 벌써 2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정음과 세경의 미모를 두고 준혁의 친구들이 벌인 인기투표에서 두 사람은 동점을 기록하게 되고, 지훈과 준혁의 숨겨진 마음은 각각 다른 여인을 향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거기서부터 저는 확실히 느꼈지요. 제작진이 네 사람의 러브라인을 쉽게 공개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지만 끌어도 이렇게 오래 끌며, 헛갈리게 해도 의도적이라는 게 뻔히 보일 정도로 이렇게 여러번 헛갈리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의사인 지훈이 바쁜 와중에도 늘 세경에게 자상하게 마음을 써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설레고 든든합니다. 한편 정음을 만날 때마다 짖궂게 장난을 치면서도 은근히 배려해주는 모습도 확실히 좋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냉정한 듯 따뜻한 듯, 시크한 듯 허술한 듯, 지훈의 캐릭터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현재 본의 아닌 양다리가 되어버림으로써 그의 매력은 충분히 발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준혁의 매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 깡패와 그 패거리들 앞에서 정음의 앞을 막아서서 "내 여자친구,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너희 가만두지 않는다" 하며 보호해주던 모습은 그야말로 학창시절 탐닉하던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 같더군요. 물론 그 여자 깡패를 떼어내기 위해 자기가 일시적으로 여자친구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므로, 당연한 의무감에 그랬다고도 볼 수 있지만요.

한편 준혁이 여자로서든 그냥 누나로서든간에 세경을 매우 깊이 아껴주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언제나 세경의 일을 도와주려 애쓰고, 그녀가 체육특기생으로 스카웃 되자 학교를 함께 다니게 되었다며 기뻐하고, 사나운 닭을 잡다가 세경이 쪼여서 다치게 되자 갑자기 눈이 뒤집힐 듯 흥분하며 닭들을 후려치던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토록 매력적인 준혁의 시선도 누구에게 고정되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제 방송된 58회에서는 정음의 마음이 살짝 드러난 듯 하지만 역시 알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는 주로 남자들인 지훈과 준혁의 마음을 소재로 헛갈리게 하더니, 이제는 여자들의 마음을 감질나게 드러내며 우리를 헛갈리게 할 모양입니다.

이제껏 준혁을 어린 제자로만 대하던 정음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제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생뚱맞더군요. 준혁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가,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세경의 사진을 보고 약간 놀란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 때문에 며칠씩 고민하다가 술까지 마시고 준혁을 불러내어 진실게임을 하자고 졸라대는 것은 완전히 준혁에게 빠져버린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훨씬 더 강렬한 멜로의 조짐을 모락모락 풍겨내던 에피소드 다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던 일이 어디 한두번이라야지요.


한 걸음 전진하는 듯 하다가 두 걸음 후진하고, 반 걸음 나아가는 것 같다가 비스듬히 자리를 옮기는 식의 놀리는 듯한 러브게임은 이제 그만하고, 시원하게 제대로 전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동안... 그들의 달콤한 멜로를 기대했건만 이 느림보 청춘들은 겁이 많아서인지 제각각 먹고 살기에 바빠서인지, 하얀 겨울이 도착했건만 아직도 사랑을 시작하지 못했네요. 머지않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과연 시린 가슴을 달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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