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지붕뚫고 하이킥 (8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단풍과 은행잎들... 이 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학창시절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외웠던 김현승 시인의 싯귀가 떠오르네요..^^ '지붕뚫고 하이킥'도 이 설렘의 계절 가을을 사랑이야기 없이 그냥 지나쳐보낼 수는 없겠지요. 바야흐로 그들의 러브라인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왜 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 두근거리는지 모르겠어요. 귀여운 할아버지 이순재 옹은 자옥 여사와의 약속이 깨어지는 바람에, 예매해 둔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수 없게 되자 외손자인 준혁(윤시윤)에게 표를 건네주십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표를 팔거나 처분할 방법이 없게 되..
'지붕뚫고 하이킥'의 출연자 중 아역 서신애는 이순재 옹과 더불어 가장 먼저 김병욱 PD에 의해 캐스팅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촬영을 시작하는 시기조차도 서신애의 스케줄에 맞췄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만큼 서신애는 이 시트콤에서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애의 러브라인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상대는 매우 의외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PD의 귀뜸도 있었네요. 저는 그게 누구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왠지 그 상대는 신애와 같은 또래인 어린 소년보다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되더군요. 그 중에서도 유력한 인물이 있다면,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고, 신애가 늘 '줄리엔 아저씨'라고 부르며 졸졸 따르는 외국인 줄리엔강이 있겠습니다만, 만약 ..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요즈음 나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는 정보석이다. 참으로 한결같은 연기자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배우인데, 이번에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는 좀 다르다. 그는 지독히 슬픈 역할도 많이 맡았었건만, 내 눈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가장 슬퍼 보인다. 내가 정보석이라는 연기자를 기억하는 첫 모습은 1986년 김혜수, 길용우와 더불어 출연했던 드라마 '사모곡'에서의 악역이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소설과 드라마에만 탐닉한다고 매일 야단을 맞던 나는 몰래몰래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 드라마를 보느라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여고생 김혜수의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사모곡'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강'으로 제목을 바꿔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사모곡'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붕뚫고 하이킥'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 옹을 제외하고는 그간 시트콤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터라 약간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청했는데, 의외로 1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카메오였지만 말이다. 반가운 얼굴 첫번째는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머리 나쁜 아들로 나왔던 노형욱 군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김형욱이었는데, 워낙 노형욱이라는 이름으로 인지도가 생기다보니 아예 이름을 노형욱으로(예명)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도 85년생이니까 벌써 25세의 어른인데 아직도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막내 형욱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맨날 샐샐거리고 웃기만 하던 둘째누..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