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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정일우, 그에게 필요한 것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정일우, 그에게 필요한 것은?

빛무리~ 2009. 10. 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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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우가 보여준 행보는 성공적이라고 하기에는 커다란 무리가 따르는 선택이었습니다.

연기자로서의 일생에 큰 기회라고 여겼을 황인뢰 감독의 '돌아온 일지매'는 별로 강력한 경쟁작이 없었음에도 최하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비록 작품성 면에서는 인정할만한 드라마였으나, 정일우의 연기력은 대작에서의 원톱을 맡기에는 아직 크게 역부족임을 드러내며 그의 네임밸류에 오히려 상처를 입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윤은혜의 복귀작으로 대단한 관심을 모았던 '아가씨를 부탁해' 역시 정일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아부해'라는 드라마 자체가 허술하고 유치한 구성으로, 보는 내내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을 만큼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졌기에, 출연한 배우들 모두에게 타격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원톱으로 앞장선 '아가씨' 윤은혜는 데뷔 이후에 아마도 그렇게 많은 혹독한 비판을 들은 적이 없었을 거라고 추측되며, 유일하게 원숙하고 물 오른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종횡무진 이끌어 갔던 윤상현까지도 그의 경력에 별로 도움되는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윤은혜보다도 어리고 경력이 짧은 정일우가 그 폭풍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윤상현과 팽팽한 대치를 이루어야 했던 정일우는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윤상현에게 턱없이 밀리며 매력을 상실해갔습니다. 물론 대본에서 그려지는 정일우의 배역 자체가 너무 허술했던 게 큰 문제였지만, 윤상현과 어쩔 수 없이 비교되는 연기력의 차이 또한 부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단편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모습으로 시트콤에 특별출연한 정일우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연기자로서 그의 앞날에 도움이 될까요?

황인뢰 감독도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지만, 제가 보기에도 정일우는 천성이 착하고 순한 사람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는 의미 중에는, 그는 타고난 끼가 철철 넘치는 '천상 연예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예술적 끼를 넘치게 타고난 사람들은 대부분 착하고 순한 느낌보다는 어딘가 만만치 않은 독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절대로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독한 매력(?)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가끔 데뷔작에서 주인공을 맡아 신인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일약 연기파 배우로 발돋움하는 배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제 기억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1990)의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었던 당시 스무살의 배우 박상민이 떠오릅니다. '장군의 아들'은 대성공을 거두며 제3편까지 제작되는 기염을 토했고, 신인 박상민의 연기력은 대단한 호평을 받았었지요.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왕의 남자'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이준기가 그런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단한 노력파이기도 합니다만 이준기의 눈빛에서는 만만치 않게 센 기운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저의 판단에 이준기는 끼를 타고난 데다가, 고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연기를 즐길 줄 아는 열정까지 겸비하여 매우 앞날이 밝아 보이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정일우의 순한 눈매에서는 독한 기운을 거의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급하게 올라가려 해서는 안됩니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서 올라가야 합니다. 비록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그의 캐릭터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캐릭터 만들기의 귀재인 김병욱 감독의 이미지 메이킹이 정일우의 이미지와 너무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일우 본인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생각은 없지만, 솔직히 운이 굉장히 좋았던 케이스입니다.

'돌아온 일지매'는 무리한 선택이었습니다. 드라마도 일종의 예술입니다. 예술을 창조하는 것은 오직 노력만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연마해야만 좋은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아직 설익은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뼛골이 빠지게 노력한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가씨를 부탁해' 역시 '돌아온 일지매' 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너무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는 주연급이었습니다. 게다가 대칭점에 위치한 윤상현과 자꾸 비교되는 상황이었기에 그에게 더욱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보기에 정일우에게 필요한 것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좀 더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드라마에서, 보다 비중이 작은 역할을 연기하면서 차근차근히 경력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얼마 전에 종영한 '솔약국집 아들들' 이라든가 최근의 '수상한 삼형제'와 같은 드라마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런 류의 드라마에서는 형제들이 거의 엇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약간 더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이 있지요. 대부분은 맏아들이 그 역할을 맡는 듯 싶습니다. 정일우는 그런 중심을 피해서 둘째나 막내 정도로 비교적 비중이 작은 역할을 맡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반드시 형제들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너무 정일우에게만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 역할이면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비중이 적은 조연은 현재 그의 네임밸류에 비해 너무 초라해 보일테구요.


생각해보면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도 정일우가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야동순재, 오케이해미, 식신준하, 꽈당민정 등등 주워 섬기기도 힘들만큼 많은 사람들, 여러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고 정일우가 맡았던 윤호는 그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정일우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주연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약간 비중 있는 조연 쪽으로 시선을 돌려서, 천천히 단계를 밟아 연기력을 보강해 간다면 그의 앞날은 충분히 희망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돌아온 일지매'를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하면서 '성실하게 노력하는 배우' 정일우의 모습을 저는 충분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앞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여 꿈을 이루고 연기자로 대성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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