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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서울 한복판, 그 중에도 가장 고급스런 부자 마을 청담동, 그 휘황찬란한 높은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작고 초라한 건물 '청담 만화방' 그 곳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아차, 정체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청년 현우 한 사람은 빼야겠군요. 모든 등장인물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최하위인 14등급을 받더라도 현우만은 1~2등급에 해당될 테니까요. 그리고 스펙은 보잘것없지만 젊고 예쁘장한 여주인공 오지은도 대충 10등급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청담동 살아요' 74회에서는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결혼정보회사의 비인간적 시스템에 빗대어, 이 각박한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청담 만화방' 식구들은 모두 자기 인생에 불만이 가득..
결국 김경호가 단 2회만에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첫번째 경연에서는 살짝 발을 담근 것만으로 4위를 차지하더니, 두번째 경연에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1위의 기염을 토했군요. 오랫동안 '나가수' 출연을 염원해 왔던 김경호로서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 부어도 될지 걱정스러웠을 것입니다. 초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게 되면, 그 이후에는 내면에 잠재된 것을 비틀어 짜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으니까요. 쥐어짜는 고통이란 그야말로 겪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법이죠.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아무리 릴랙스하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가수들 개개인도 그렇겠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시작할 때부터 존폐의 위기를 겪으며 절박하게 살아남아 왔기 때문입..
새로 합류한 3명의 가수와 더불어, 한층 새로운 분위기의 '나가수'가 시작되었습니다. 명예 졸업자인 박정현, 김범수의 듀엣 무대를 보니 왠지 감개가 무량하더군요. 그런데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언젠가 중간평가 무대에서도 선보인 적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다른 노래를 선택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노래는 너무나 임재범의 목소리로 귀에 익은 거라서, 김범수가 아무리 노래를 잘 해도 그만큼의 소울이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8월 21일자로 방송된 '나가수'의 순위는 위의 도표와 같습니다. 이번에는 청중평가단의 선택이 유난히도 흥미롭게 느껴지는군요. 당연하다 싶게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굉장히 뜻밖이라 여겨지는 면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외성도 한 가지 방향이 아니라, 어떤 ..
'나는 가수다'에서 5개월간의 치열한 생존경쟁 끝에 살아남은 3팀에게는 그 이름만으로도 명예로운 '명예 졸업'이 예정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뜻밖에도 YB가 최종 경연에서 탈락함으로써, 명예 졸업은 박정현과 김범수 두 사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보컬 윤도현도 적잖은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명예의 전당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탈락하고 말았으니, 왠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 같은 생각에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YB의 탈락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타인을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마무리한 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3팀이 함께 명예 졸업을 했다면, ..
'나는 가수다' 에서 중간평가의 중요성은 날로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가수 동료들이 서로를 판단해 주는 거라서 좀 더 확실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더 큰 이유는 이제 청중평가단의 투표가 어느 정도 팬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는 앞으로도 탈락할 기미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나가수'의 원년멤버로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온 이 세 사람은 이제 각자의 흔들리지 않는 막강한 고정팬층을 확보한 듯 보이거든요. 이번 주 중간평가에서는 장혜진이 바이브의 '술이야'를 불러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장혜진은 지난 주 1차 경연에서 카라의 '미스터'를 불러 나름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지만, 청중의 입장에서는 별로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 무..
이소라의 '제발'을 불러서 1위를 차지했을 때, 김범수는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데뷔 13년만에 1위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감격했습니다. 김범수처럼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가 13년 동안 어떤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해본 적 없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었지요. 지나치게 아이돌 위주로만 흘러가는 가요계의 현실에 새삼스런 비판이 가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기뻐하는 김범수의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제작진이 바뀐 '나가수'는 한달간의 정비 작업을 거쳐 다시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김범수는 아직도 한달 전에 했던 1위의 추억을 곱씹으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처럼, 제 눈에는 좀 그렇게 보였습니다. 거의 알..
요즘 저의 토요일 저녁은 '무한도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이 약간 매니아적 예능의 느낌을 풍기면서 제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도 많았기 때문에 한동안은 시청하지 않고 지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푹 빠져버렸거든요. '무한도전 가요제'는 '나가수'와 마찬가지로 '음악'과 '예능'의 성공적 결합이면서, '나가수'에 비해 훨씬 웃음이 많이 발생하는 예능적 요소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나가수'는 훨씬 더 진지한 '음악'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하지만 '무도 가요제'의 음악이 진지하지 않고 그저 장난스럽기만 하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술이란 한없이 무겁고 진지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털처럼 가볍고 편안한 것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멋..
이제 '나는 가수다'를 볼 일이 없을 거라고까지 생각했었는데, 지난 번 '놀러와'에 출연했던 조관우의 입담과 노래 실력에 새삼스레 반한 나머지 다시 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또 상처만 남았군요..;; 첫 출연에 꼴찌라는 수모를 겪을 뮤지션은 결코 아니건만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은, 제가 보기엔 선곡이 좀 실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원미연의 '이별여행'은 조관우의 팔세토 창법에 그리 썩 잘 어울리는 노래가 아니었다는 생각입니다. 멋있긴 했지만, 큰 감동은 오지 않았어요. 본인이 꼭 불러보고 싶었던 노래라고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때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지요. 말하자면 첫 출연에 과한 모험을 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키를 변경하지 않고 여성 소프라노의 음역대를 그대로 소화하는 조관우의 ..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조관우, 박완규, 김범수 등의 노래를 들으며 "참 좋다~"고 느끼면서도 저는 "꼭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노래가 좋으면 그뿐이었습니다. 본인들이 원하지 않아서 얼굴 공개를 안하나보다 했지요. 예를 들어 '좀머씨 이야기', '향수'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자신의 얼굴이나 사생활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지극히 꺼려한 나머지, 동의 없이 사생활의 일부 내용을 언론에 유출시킨 지인과는 절교까지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세상에 그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 꽤 많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더군요. 그들 자신은 할 수만 있다면 얼굴을 노출하고 싶었지만 기획사에서 막..
'나는 가수다' 제2기가 출범한 후 첫번째 탈락자가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김연우는 '나가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억울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군요. 김건모의 재도전 당시에는 함께 참여하지도 않았으면서 애꿎게 그 파문에 덩달아 휩쓸려, 기껏 방송국까지 출연하러 갔건만 대기실에서 손발만 화면에 비춰주고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MC 이소라의 언급에 의하면 '두 번' 되돌아 갔었다지요) 본인의 잘못은 조금도 없이 괜히 민망하고 뻘쭘한 상황을 두 번이나 겪어야 했으니, 김연우의 '나가수' 합류는 처음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어렵게 도전이 시작되었으나, 가창력 면에서는 다른 가수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창법과 스타일이 '나가수' 프로그램과 잘 맞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