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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사랑스런 가수들과 짜증나는 제작진

빛무리~ 2011. 6. 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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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의 토요일 저녁은 '무한도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이 약간 매니아적 예능의 느낌을 풍기면서 제 취향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도 많았기 때문에 한동안은 시청하지 않고 지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푹 빠져버렸거든요. '무한도전 가요제'는 '나가수'와 마찬가지로 '음악'과 '예능'의 성공적 결합이면서, '나가수'에 비해 훨씬 웃음이 많이 발생하는 예능적 요소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나가수'는 훨씬 더 진지한 '음악'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하지만 '무도 가요제'의 음악이 진지하지 않고 그저 장난스럽기만 하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술이란 한없이 무겁고 진지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털처럼 가볍고 편안한 것일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멋진 가수들이 예능인들과 한식구처럼 어울리며,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이지 색다르고 즐거운 체험입니다. 특히 이적과 정재형이 아무렇지도 않게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뽑아내는 천재성은 참 신기하더군요.


제목에선 '나는 가수다' 이야기를 한대놓고 엉뚱하게시리 '무한도전' 이야기를 서두부터 한참이나 늘어놓았네요. 원래는 요즘 '무한도전'을 보느라고 '불후의 명곡2'를 못 본다는 말을 하려던 건데 이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별로 보고싶은 생각이 안 들더군요. '나가수'에 대한 여러가지 불만 때문에 오히려 '불명2'를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한두 차례 보고 나니까 마음이 끌리질 않았어요. 나름대로 아이돌 중에서는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한다는 친구들인데, 어째서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해서 말이죠.

그룹의 리드보컬이라면서 악보의 단 두 마디를 한숨에 해결하지 못하고 반드시 중간에 숨을 쉬는가 하면, 자기 능력으로 소화할 수 없는 고음이라는 것을 잘 알텐데 무슨 배짱으로 키를 낮추지 않고 그대로 도전해서 명곡을 망쳐놓는 건지... 수없이 계속되는 음이탈과 너무 티나게 헉헉거리는 모습들이 참 보는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아기의 걸음마를 지켜보는 심정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보아주고 싶었지만... 그게 안 되더라고요..;; 안타깝지만 '불후의 명곡2'를 보면서 제가 절실하게 느낀 것은 나이가 많건 적건 경력이 길건 짧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가수는 역시 노래를 잘 해야 가수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나가수'를 볼 때는 최소한 가수들에 대해서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가수가 끼어있기는 하지만, 그 가수 역시 노래 외의 다른 부분에서 미운털이 박혔을 뿐 나름대로 노래는 잘 하기 때문에 방송을 보다가 얼굴이 화끈거려서 채널을 돌려야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거든요. 현존하는 대중음악 최고의 뮤지션들이 만나서 명곡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훌륭한 편곡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언제 보아도 그저 아름답고 신기합니다.

특히 저는 다음 주의 본경연에서 완성된 모습을 드러낼 조관우의 '하얀 나비'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악 버젼으로 만들어 보자는 편곡자 하광훈의 제안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조관우와 하광훈의 만남을 두고 어떤 이는 "관우가 드디어 적토마를 탔다"고 표현하던데, 그 말이 어쩌면 이렇게 꼭 맞을까요? 더불어 음유시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조관우의 부드럽고 섬세한 카리스마는, 임재범의 강렬함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맏형의 든든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가수들에게는 한없는 믿음과 호감이 가는데, 제작진에게도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훨씬 더 즐겁게, 맘 편히 '나가수'를 시청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임재범이 자신의 콘서트에 참석한 신정수 PD를 일부러 관객들에게 인사까지 시켰다는 기사를 읽었음에도, 제 맘 속에서 임재범의 석연찮은 하차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비롯된 불신과 비호감이 수그러들 기미가 없어서인지, 이번 주에 방송된 중간평가에서 저는 또 한 번 '나가수' 제작진에게 우롱당하는 듯한 지독한 불쾌감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조관우와 장혜진이 투입된 후, 그들에게서 본인의 히트곡을 부를 기회를 차단해 버린 것 때문에 온통 난리가 났었지요. JK김동욱 역시 억울한 케이스였지만 그 당시에는 옥주현의 이슈몰이에 가려져 그 부분이 주목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는 명품 가수를 둘씩이나 불러다 놓고 자기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니, 진작에 터졌어야 할 문제가 뒤늦게 제대로 터져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제작진은 중간평가를 하는 날에 특별 무대(?)를 마련하여 조관우와 장혜진으로 하여금 자기 노래를 부를 기회를 주더군요.

최소한 여론에 귀를 틀어막고 있지는 않았다는 증거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더욱 불쾌하고 짜증스럽기만 했습니다. 시청자가 원한 것은 그 가수들이 자신의 명곡을 제대로 된 '나가수' 무대에서, 500명의 청중평가단 앞에서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제대로 갖춰진 무대 세팅과,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정식 조명과, 제대로 된 하우스밴드의 웅장한 반주에 맞추어, 조관우가 '늪'을 부르고 장혜진이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부르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청중평가단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누군가 추억에 잠겨 눈물을 흘리는지 그런 반응들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뭐죠? 중간평가하는 자리에서 선심쓰듯 마련해 준 기회는 '무대'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뻘쭘하게 마이크만 잡았을 뿐 아무것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청중이라고는 동료 가수들과 제작진뿐이었지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조관우와 장혜진의 노래는 사정없이 '편집'을 당했습니다. 원래도 1절밖에 부르지 못했던 모양인데, 그나마 방송에는 온전히 나가지 못하고 뚝뚝 잘려나갔던 것입니다. 이건 오히려 모욕이라고까지 할만했습니다. 어제 방송을 보고 나서 '늪'과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제대로 들었다고 느낀 분 계십니까? 차라리 그냥 MP3 다운받아서 듣는 게 더 낫겠다 싶지 않던가요? 그 두 가수의 오래된 명곡을 듣고 싶어한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이토록 어처구니없이 툭 던져주는 선심을 바랐던 건가요?

조롱당한 느낌... "그렇게 불만이냐? ... 옛다, 기회 줬으니까 이제 됐지?" 저는 마치 신정수 PD가 이렇게 비웃는 소리를 들은 듯한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무슨 이런 ×같은 경우가 있는지... 하여튼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은 제 마음 속에 끝없는 애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가수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운데, 제작진만 생각하면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오르니 말입니다. 정말 시청자의 여론을 수렴할 생각이 있는 거라면 진지하게 심사숙고해서 룰을 수정한다든가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대충 툭툭 던지는 건 사람을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한단 말이죠. 어쨌든 가수들 입장에서는 '나가수' 덕분에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으니 고마운 프로그램이라 하겠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100% 그렇지만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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