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라디오스타' 게스트를 유도심문하는 무례한 토크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라디오스타' 게스트를 유도심문하는 무례한 토크쇼

빛무리~ 2011. 6. 23. 07:32
반응형





'위대한 탄생' 출신들의 MBC 출연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시즌2를 준비하면서 '슈퍼스타K3'와 차별화되는 장점을 제시하기 위해서겠지요. 이번 주에는 백청강, 이태권, 셰인, 데이비드오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군요.

개인적으로 '라디오스타'라는 방송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4MC들의 거칠고 독특한 진행이 때로는 속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때로는 오히려 속을 박박 긁어 놓기도 하거든요.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제멋대로'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라스'의 진행을 무방비 상태에서 시청하다 보면, 가끔은 순식간에 허를 찔려서 몹시 불쾌한 심정이 되곤 합니다.

'라스'의 4MC는 게스트가 있거나 말거나 자기들끼리 찧고 까불며 짖궂은 말들을 한 마디씩 툭툭 주고받는 것이 원래의 특성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랬어요. 오히려 출범 당시엔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지요. 저는 원래부터 그런 특징을 매우 싫어했는데, 특히 이번 주에는 한국말을 상세히 알아듣지도 못하는 셰인과 데이비드오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으니, 대놓고 사람을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만드는 것 같아서 더욱 더 보기 불편했습니다.


게스트를 향한 질문들도 거북했습니다. "숙소에서 멘토를 욕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서부터 눈살이 찌푸려지기 시작하더군요. '친구끼리는 뒷담화가 재미있는 법'이라는 자막으로 포석을 깔긴 했지만, 멘토는 어디까지나 스승이지 친구가 아니죠. 특히 김태원과 신승훈이 제자들에게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대했는지를 방송을 통해 보았던 저는, 굳이 제자들로 하여금 스승의 뒷담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그 질문이 무척 불쾌했습니다.

초반에 이 착한 제자들은 전혀 스승의 뒷담화를 할 의사가 없는 듯 했지만, MC들이 계속해서 다그치자 이태권이 살짝 걸려들었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점은 많았어요... 예를 들면 '두성을 쓰란 말이야' 라고 하실 때 '내가 쓸 줄 알았으면 벌써 썼지' 그런 생각을 했지요. 쓸 줄 몰라서 그런 거니까..." 그러자 MC들은 더없이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동조하더군요. "맞아, 맞아, 두성을 쓸 줄 알면 벌써 썼을 거고, 그렇게 잘 하면 벌써 가수했겠지" 하면서요. MC들이 원한 게 바로 이런 대답이었겠지요.

하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알아듣지 못하면 "그게 무슨 뜻입니까? 두성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다가서면서 배우는 것이 이미 스물을 넘겨 어른이 된 제자로서의 올바른 자세 아니겠습니까? 어린애도 아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스승이 씹어서 입에 넣어 주어야 하나요?


바로 그 다음에 나온 질문은 "나의 멘토를 바꾼다면 누구에게 가고 싶은가?" 라는 것이었는데, 역시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서는 현재의 멘토에 대해 불만이 없는지를 캐묻더니, 바로 이어서는 스승을 바꾼다면 누구로 하겠느냐 물으니, 무슨 이간질도 아니고 참 보기 불편했습니다. 가장 먼저 지목된 이태권이 답하기 곤란해하자, 윤종신은 "그냥 김태원 선생님 다음으로 좋아하는 분을 말하면 된다"고 구슬러 대면서 대답을 유도하더군요.

그런데 그 질문에 나온 제자들의 대답은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저의 예상으로는 "바꾸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저의 멘토가 최고였어요" 라고 할 줄 알았는데, 어쩌면 모두 곧바로 다른 선생님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참 순진하기는..;;) 더욱 놀라운 것은 백청강, 이태권, 데이비드오가 바꾸고 싶은 스승으로 이은미를 지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유는 스파르타식으로 철저하게 잘 가르쳐 주실 것 같아서였다고 했습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생방송 무대에서 들려준 이은미의 심사평이 매우 편향적이고 감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서 비호감이었는데, 오히려 참가자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참 신기하군요. 이은미는 초반에는 냉정을 유지하는 듯 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귀를 씻고 들어봐도 객관적인 심사평은 들리지 않았거든요. 더구나 특히 이은미가 백청강의 노래에 혹평을 하고 점수를 짜게 주어서 그의 팬덤을 자극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정작 백청강 본인은 그녀를 스승으로 섬기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 참 아이러니하군요.


가장 먼저 지목된 이태권의 대답을 듣자마자 MC들은 또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갔습니다. "김태원씨한테 불만이 많았구만!",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데 설렁설렁~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말야!" 그런 소리를 들으며 21살의 이태권은 속으로 진땀깨나 흘렸을 것 같습니다. 그냥 김태원 선생님 다음으로 좋아하는 분을 말하라 해서 순진한 마음에 곧이곧대로 말한 것뿐인데, 마치 스승에게 불만 가득한 제자처럼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런데 백청강은 희망 멘토로 이은미를 지목하면서 "되게 잘 가르치더라구요!" 하고 감탄까지 했습니다. "김태원 선생님은 음악적인 얘기들을 잘 안 해줘요. 그냥 인간적인 얘기들을 주로 하시는..." 그러자 MC들은 또 신이 나서 "그렇지, 그렇지, 김태원씨는 그저 '아름다워라!',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말이나 하지..." 라면서 박장대소하더군요.


제자들의 속마음을 들으니,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것과 정작 그들 입장에서 느끼는 것은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친구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그런 것 같아요. 김태원은 누가 뭐래도 외인구단의 은인이며 구세주였습니다. 멘토스쿨에 입학도 못하고 탈락 위기에 처한 그들을 (이태권만 빼고) 구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막판까지 그 많은 문자투표의 혜택을 입어 명예로운 자리에 오르게 된 것도 솔직히 7~8할 가량은 김태원의 힘이었습니다. 김태원이 없었다면, 단언하건대 외인구단에게 현재의 영광은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김태원의 음악적 소양이 결코 이은미보다 못한 것도 아니고, 제자들이 스스로 좀 더 강한 훈련을 받고 싶다는 의지 표명을 했다면 충분히 그렇게 해주었을 것입니다. '부활'의 보컬들을 훈련시킬 때, 김태원은 얼마나 지독한지 '녹음실의 악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하지 않나요? '위탄'의 제자들은 아직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일부러 맞춤형으로 부드러운 교육을 해준 것인데, 이 어린 제자들은 스승의 깊은 속을 모르는군요.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싶은데, 오히려 너무 자유롭게 해주어서 불만이었다니 좀 기막히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확고한 자기 색깔이 정해지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자유를 억압받으면서 개성이 말살되고 스승에 의해 로봇처럼 만들어지는 게 어떤 기분인지,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을까요?



이번 주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추궁하고 유도심문하는 그 특유의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난 방송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살살 구슬리고 억지로 추궁해서 뭔가 실토를 받아내긴 했는데, 속이 시원한 게 아니라 무척이나 찜찜하군요. 사실 이 아이들도 꼭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자꾸 한쪽으로 몰고가는 질문에 낚인 거겠지요. 스승에 대한 감사와 사랑에 비하면 작은 불만쯤은 아무것도 아닌데, 말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도 김태원보다 이은미가 낫다는 식이 되어버린 거겠지요. 이렇게 말을 비비꼬아서 사람의 마음을 왜곡시키면 도대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숨만 나는군요.

하지만 제 맘에 들지 않는다고 변화를 바라도 소용없겠지요. 이러한 무례함이야말로 '라디오스타'가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이며,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특화된 부분일 테니까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