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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김범수,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김범수,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빛무리~ 2011. 7. 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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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제발'을 불러서 1위를 차지했을 때, 김범수는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의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데뷔 13년만에 1위를 해본 것은 처음이라면서 감격했습니다. 김범수처럼 가창력을 인정받는 가수가 13년 동안 어떤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해본 적 없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경악했었지요. 지나치게 아이돌 위주로만 흘러가는 가요계의 현실에 새삼스런 비판이 가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기뻐하는 김범수의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제작진이 바뀐 '나가수'는 한달간의 정비 작업을 거쳐 다시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김범수는 아직도 한달 전에 했던 1위의 추억을 곱씹으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처럼, 제 눈에는 좀 그렇게 보였습니다. 거의 알려지지도 않은 '그런 이유라는 걸' 이란 노래를 선곡해 와서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낼 자신이 있다는 듯 전혀 긴장하지도 않고, 이제는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서 여유로운 태도로 인터뷰하는 모습이 거북하게 느껴졌습니다. 더구나 중간에 잔뜩 겉멋을 부리며 "색소폰~"이라고 외치는 모습은 비호감마저 불러일으킬 지경이었습니다. 참가한 가수들 중 제일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짧은 후배가, 1위 한 번 했다고 자만심이 충천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무척 다행히도 김범수는 그 경연에서 꼴찌를 했습니다. 한 달 넘도록 1위의 황홀감에 취해 살다가 갑자기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충격은 만만치 않았겠으나, 결과적으로 김범수를 위해 정말 잘 된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김범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자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부단히 노력하며 나날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올라가기는 무척 힘들고 오래 걸리지만 추락하기는 너무 쉽고 빠르다는 진리를 절실히 깨달은 사람답게,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자기 음악의 폭을 넓히려 치열하게 노력하는 김범수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며 중간에 삽입한 "겟올라잇!"은 예전의 "색소폰~"과 달리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잘난체하거나 멋있게 보이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신명나게 흥을 돋구기 위한 추임새였기 때문입니다. 매번 혼신의 힘을 다 기울여 정성스레 준비한 것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김범수의 무대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관중을 빨아들입니다. 조관우의 '늪'을 부를 때는 상상 초월할 진성 폭발로 사람을 놀래키더니, '님과 함께' 이후로는 가창력에 퍼포먼스까지 더하여 다이내믹한 무대를 꾸미고 있지요. 이제 김범수의 자신감은 지극히 자연스러울 뿐, 결코 부정적인 잘난체나 자만심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4차 경연 첫번째 무대에서는 아이돌의 댄스곡을 선택한 가수가 김범수를 포함해 무려 3명이나 되었습니다. 김범수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옥주현은 핑클 동료였던 이효리의 '유고걸'을 선택했고, 장혜진은 놀랍게도 '카라'의 '미스터'를 선택하여 가장 파격적인 선곡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3명 중 성공적인 변신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는 오직 3위를 차지한 김범수 뿐이었습니다. 옥주현은 6위, 장혜진은 7위에 그쳐 선곡의 실패를 증명했습니다. 뭐 전적으로 선곡 때문만은 아니겠지만요.

기본적으로 '나가수'가 지닌 특성은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라 '들려주는 무대'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아이돌의 노래는 퍼포먼스 위주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라 가창력을 뽐내기에는 적절치 못합니다. 확실히 가창력 면에서는 장혜진이 카라의 소녀들보다 월등히 앞섰으나, 트레이드 마크인 살랑살랑 '엉덩이춤'이 빠진 '미스터'는 속 없는 만두처럼 허전하기만 했고 (장혜진도 나름대로 살짝 흉내는 내보려고 한 것 같은데, 제 눈에는 엉덩이춤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게다가 편곡도 별로 새로운 느낌이 없어서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장혜진이라는 가수의 장점도 가려지고, 노래 자체의 매력도 살리지 못한 셈이 되었습니다.

옥주현은 가슴이 깊이 파인 상의에 허벅지가 거의 끝까지 다 드러난 초미니 하의를 입고 나와서 열정적으로 춤을 추며 '유고걸'을 불렀습니다. 이효리의 귀여운 느낌과 달리 파워풀한 섹시미를 강조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노래 자체가 이효리의 이미지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인지 그 섹시한 동작들이 어색하고 민망하게만 보일 뿐 신선한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윤도현이 목감기에 걸려 최악의 컨디션이었으면서도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완벽하게 록 버젼으로 변화시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면 참 많이 비교되는 무대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김범수는 '탭댄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노래와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움을 창조해냈고, 아이돌의 노래가 지닌 치명적 함정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돌 못지 않은 랩과 춤 실력까지 갖춘 김범수는 가창력과 퍼포먼스가 공존하는 무대를 만들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토록 다양한 끼를 지녔으면서 이제껏 발산할 기회를 찾지 못한 채 숨겨두고만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김범수는 찰리 채플린으로 분장하고 나와서 더욱 경쾌한 버젼으로 편곡된 '외톨이야'를 신나게 불렀고, 물찬제비처럼 무대 위를 날아다니며 춤을 추었고, 중간에는 수준급의 랩까지 선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위를 차지한 김조한보다도 김범수의 무대가 더 좋았습니다. 박정현의 '이브의 경고'와 YB의 '빗속에서'도 좋았지만, 제가 뽑은 우승자는 김범수였습니다.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식상함의 함정을 벗어나려는 그 다양한 노력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야흐로 가수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김범수의 질주는 아직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군요. 그 다채로운 변신의 끝이 어디일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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