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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장혜진, 그녀가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장혜진, 그녀가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

빛무리~ 2011. 7. 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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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에서 중간평가의 중요성은 날로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가수 동료들이 서로를 판단해 주는 거라서 좀 더 확실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더 큰 이유는 이제 청중평가단의 투표가 어느 정도 팬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는 앞으로도 탈락할 기미가 거의 없을 듯합니다. '나가수'의 원년멤버로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온 이 세 사람은 이제 각자의 흔들리지 않는 막강한 고정팬층을 확보한 듯 보이거든요.

이번 주 중간평가에서는 장혜진이 바이브의 '술이야'를 불러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장혜진은 지난 주 1차 경연에서 카라의 '미스터'를 불러 나름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지만, 청중의 입장에서는 별로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 무대였기에 7위의 충격을 면할 수 없었지요. 그랬던 장혜진이 이번에는 가장 그녀다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나가수'의 커다란 특징적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중간중간에 삽입되는 가수들의 인터뷰입니다. 노래를 연습하고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고충과 기쁨들이 있었는지, 다른 동료들의 노래를 들으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등등 가수들의 진솔한 속마음을 약간은 엿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런데 저는 장혜진의 인터뷰를 들을 때마다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지나치게 솔직하다고나 할까요? 사실 누구나 마음은 비슷할 것입니다. 아무리 겸손한 사람이라도 경연에 참가한 이상은 누구나 스스로 1등이 되고 싶을 것이며, 경쟁 상대들이 너무 막강해서 안 되더라도 최소한 꼴찌만은 면하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만한 그런 당연한 마음을 장혜진은 처음 출연하는 날부터 인터뷰 중에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특히 "7위를 하면 정말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너무나 여러 번 하더군요. 제가 청중평가단은 아니지만 그런 장혜진의 태도는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어차피 판단은 동정심이나 안스러운 감정 따위가 아니라 그녀가 만들어내는 무대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미리부터 그렇게 징징 울고 있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싶은 생각이 들지요. 그런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그토록 두려워하면서 슬플 것 같다고 노래하던 7위가 그녀의 현실로 닥쳐왔습니다.

7위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어느 날, 창 밖을 보다가 문득 울컥하고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대략 1시간쯤을 울었다는 그녀의 인터뷰를 들으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약하다거나 여리다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그보다 집착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녀와 더불어 경쟁하는 동료들이 대체 어떤 사람들인데, 그 중에서 꼴찌를 했다 해서 그렇게까지 슬퍼하고 자존심 상할 필요는 전혀 없는데, 거의 최고참 선배라는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지나치게 연연하는 모습이 산뜻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역시 실력파 뮤지션이라, 지난 경연에서 자신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곧바로 개선에 나섰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남의 옷이었던 것을 완벽한 자기 옷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심혈을 기울인 스타일의 개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떤 식으로 개조해도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 자신의 스타일과 전혀 다른 패턴의 옷이라면 아무래도 위험성이 크겠지요.

그런데 장혜진은 지난 경연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강한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무리한 선택을 했습니다. 이소라는 보아의 'NO.1'을 완벽한 자신의 옷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장혜진은 카라의 '미스터'를 거의 개조하지 못하고 사이즈만 고쳐서 그냥 입고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도 그 정도에 그친 거라면 아무래도 처음부터 장혜진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장의 무기보다는 진정성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내 이야기인 것처럼이 아니고, 내 이야기여서 그대로 우러나와야 함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모처럼 장혜진의 인터뷰가 제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미스터'를 노래하면서 일종의 '연기'를 했었지요. 이것은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내 이야기인 것처럼 불러보자 하면서요. 하지만 이제 장혜진은 기억 속 어딘가에 잠겨 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결심한 듯 했습니다. 결과는 7위에서 1위로의 도약이었습니다. 비록 중간평가였지만 그녀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개조해야 그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되는지는 확실해진 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주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를 3개만 꼽는다면 장혜진의 '술이야', 박정현의 '나 가거든', 조관우의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 이었습니다. 중간평가여서 본색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지만, 김범수의 '희나리'는 너무 평이한 느낌이었고 윤도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너무 평소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았습니다. 그에 비해 장혜진과 박정현과 조관우는 원곡에 적절한 변화를 주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개조하는 데에 이미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 널 잃고 이렇게 내가 힘들 줄이야~~" 이별을 애달파하며 절절하게 울려퍼지는 장혜진의 목소리는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물론 창법도 훌륭하지만 타고난 음색 자체가 정말 아름답더군요. 중간평가가 이 정도였으니 본 경연에서는 얼마나 더 애절한 무대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장혜진 그녀가 예민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아서 저는 매우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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