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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팍' 신애라, 입양과 육아에 대한 진솔한 조언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릎팍' 신애라, 입양과 육아에 대한 진솔한 조언

빛무리~ 2011. 7.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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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애라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지만 참 특이하게도 배우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 좋아했던 거였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까지 그녀가 연기를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더욱 미안한 말이지만 최근 '불굴의 며느리'를 보면서 그 느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래 쉬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욱 어색하더군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일단 사람 자체의 느낌이 좋고, 연기도 아주 발연기 수준은 아니어서 무심히 볼만은 합니다. 아이도 없는 34살의 젊은 과부 오영심이 자기보다 4살밖에 어리지 않은 30살의 문신우를 보고 "총각~ 총각~" 하며 부른다는 것도 황당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남 문신우가 그냥 동네 아줌마 느낌밖에 나지 않을 듯한 오영심에게 별 이유도 없이 홀딱 반해버리는 등, 말도 안되는 설정이 너무 많아서 웃기긴 하지만 그게 신애라 탓은 아니죠..;;

어쨌든 오랜만에 브라운관 나들이를 한 기념인지 신애라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피비 케이츠를 닮은 미모로 유명했던 것이나, 차인표를 만나 결혼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 몰랐던 이야기들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제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바로 두 딸의 입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차인표와 신애라 부부의 봉사활동 내역을 보면 그들이 아이를 입양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자기 속으로 낳은 친자식도 키우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진짜로 미울 때도 있고 그런 법인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이를 데려다가 정신적 육체적 금전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키워낸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신애라의 어린시절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녀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였죠)에 입학할 당시 부모님은 사정상 별거생활을 시작하셨고, 어머니 혼자 힘으로 남매를 키우다 보니 경제적으로 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없거나 기타 등등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어머니는 어린 남매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다른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늘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씀해 주셨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에 저것을 살 수 없단다. 하지만 엄마는 너희를 사랑하고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단다."

어린아이로 하여금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교육 방식은 어찌 보면 좀 위험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실행 방법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솔직했지만 절대 냉정하지는 않았던 어머니... 수시로 따뜻하게 안아 주시던 어머니의 교육 방식은 어린 딸 신애라를 지금의 '좋은 사람'으로 키워냈던 것입니다.

신애라는 남편 차인표와 더불어 입양에 대한 생각을 일찍부터 하고 있다가, 봉사활동을 하던 중 특별히 마음이 끌리는 여자아기를 보고 큰딸 예은이를 입양했답니다. 심장에 약간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아이를 보는 순간부터 인연임을 느꼈기에, 치명적인 병만 아니면 괜찮다고 하면서 기꺼이 데려왔는데 다행히 수술하지 않고도 자연치유가 되었다는군요. 그리고 예은이가 외롭지 않도록 1~2년 후에 여동생을 입양할 생각도 미리부터 하고 있던 터라, 지금은 친아들 정민이를 비롯해 예은이와 예진이라는 두 딸까지 거느린 가정이 되었습니다. 한국 정서에는 아직도 공개입양이 좀 낯설게 느껴지는지라, '무릎팍 도사'는 신애라에게 특별히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가 죽을 때까지 평생 모르고 지낼 수만 있다면 숨기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상처가 되는 것은,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보다도, 자기 자신이 그렇게 쉬쉬하며 숨겨야 하는 비밀스런 존재였다는 사실이라더군요. 저는 누군가 제 딸들에게 '너 입양된 아이라며?' 라고 물었을 때 이 아이들이 '응, 나 입양됐어. 그게 뭐?'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 줬지요. '엄마는 예은이를 입양해서 너무 기뻐. 너무 행복해.' 그렇게 '입양'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자주 입에 올리면서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아이도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인표씨가 예은이를 안고 대화하는 모습을 봤어요."

예은아, 왜 자다가 울었어? 무서운 꿈 꿨어?
응. 무서운 꿈 꿨어.
무슨 꿈인데?
엄마가 나왔어.
엄마가 나왔는데 왜 무서웠어?
우리 엄마 말고, 나를 낳아 준 엄마.
음... 그랬구나. 낳아 준 엄마가 예은이한테 뭐라고 말했어?
날 사랑한대.
그래서 예은이는 뭐라고 했어?
그냥 가만히 있었어.
예은아... 낳아 준 엄마 보고 싶어?
응.
그럼... 엄마랑 아빠랑 같이 만나러 갈까?
아니... 안 갈래. 갔다가 길 못 찾아오면 어떡해.
예은이 혼자 가는 거 아니고, 엄마 아빠랑 같이 가는데 왜 못 찾아와?
그래도 나중에 커서 갈래. 엄마 아빠도 길 못 찾아오면 어떡해.

생판 남이 듣기에도 가슴아픈 저 대화를, 피는 안 섞였어도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 듣기에 얼마나 쓰라렸을까요. 어린 것이 자기의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얼마나 슬프고 벅찼으면, 친엄마가 나오는 꿈이 너무나 무서운 꿈이라서 자다가 울기까지 했겠습니까? 한편으로는 친엄마가 그립지만, 혹시 친엄마를 만나게 되면 지금의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예은이의 마음속에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이 부모에게도 깊은 상처가 되지만, 그래도 비밀로 했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그래서 딸 둘을 모두 공개입양했다고 신애라는 말했습니다. 저도 그녀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더구나 차인표와 신애라는 너무 유명한 사람들이라, 비밀로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요.

차가운 현실을 어린아이 눈앞에 대책없이 무작정 들이대는 것은 안될 말이지만, 부모가 일차적인 바람막이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솔직하게 현실을 보여주는 것도 가장 훌륭한 교육방식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너는 엄마가 낳은 아이가 아니야. 입양된 아이야."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하지만 엄마는 너를 입양해서 너무 기쁘고 행복해.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 가 곧바로 따라와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아이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솔직한 말을 해주는 것은 '긴 대화'를 필요로 합니다. 결코 짧게 툭툭 던지는 말이어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끈질긴 참을성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신애라의 진솔한 체험담은 입양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육아에 대한 최고의 조언이었습니다. 현재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은 신애라의 조언을 통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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