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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 청춘합창단, 김성록의 합류가 염려되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격' 청춘합창단, 김성록의 합류가 염려되는 이유

빛무리~ 2011. 7. 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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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합창단'의 감동은 날로 더해만 갑니다. 껍데기만 본다면 오디션만 가지고 무려 한 달이나 우려먹는다는 비판이 충분히 가능할만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방송을 본 사람이라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두 합창단 멤버로 합격시켰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상당수의 지원자들은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방송에 한 장면도 안 내보내고 그냥 버리기에는 그분들이 가져오신 하나하나의 사연이 너무나도 곱고 절절했기 때문입니다. 심사 자체를 아무 의미 없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던 그 감동을, 촉박한 방송 시간을 이유로 모두 잘라내 버렸다면 오히려 그게 실수였을 거예요.

오래 전에 접어 두었던 꿈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날개짓을 시작했습니다. 뒤늦게라도 꿈을 찾고 싶었지만, 그 어디에 지원하려 해도 나이 제한에 걸려서 좌절해야 했던 나날들... 작년의 '남격 합창단'은 거의 신인이나 무명의 연예인들로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평범한 가정주부에서부터 유명 호텔의 CEO까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의 다채롭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도저히 노래에만 집중할 수 없으니, 이런 오디션은 반칙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반칙이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
 

더불어 '청춘합창단'은 놀라운 치유의 장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통해 삶 속에서 받았던 깊은 상처들을 치유하고 싶어서 나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지난 주에는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며 15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들을 추억하는 어머님의 노래를 듣고 한없이 눈물지었는데, 이번 주에는 작년에 외아들을 사고로 잃으신 30년차 부부가 등장하여 서울대트리오의 '젊은연인들'을 부르며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기 멀리서 우리의 낙원이 손짓하며 우리를 부르네~" 그분들에게 '청춘합창단'이 바로 그 낙원이 되어 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약간 염려스러운 멤버(?)가 한 명 등장했습니다. 1993년까지 서울시립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셨다는 김성록씨입니다. 그분의 노래 실력이야 너무나 소름끼치는 수준이었지요.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대책없이 넋 놓고 들을 수밖에 없었던 '그리운 금강산'의 진한 감동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명품 성악가의 콘서트장을 방문하지 않고서야 들을 수 없었을 귀한 노래를 이렇게 방에 앉아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저도 부족한 실력에 합창을 해봐서 좀 알지만, 합창이라는 것이 개인의 특출한 실력만 가지고는 절대 조화롭게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김성록씨는 서울시립합창단 출신일 뿐 아니라 소프라노 조수미의 대학 동기이며 테너 박인수 교수의 수제자로서 촉망받던 젊은 성악가이셨더군요. 성악을 그만둔 이유는 치주질환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아무리 풍치가 성악가에게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아직도 그 정도의 훌륭한 실력이 있는데 오직 그 이유 때문에 그만두었다고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 무렵 뭔가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은 일이 있지 않았겠는가 싶어요. 제작진의 인터뷰에 단답형으로 응하고 "됐습니까?" 묻는 냉랭한 태도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차갑게 닫힌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낙향의 이유를 묻자 김성록씨는 "타인의 시선과 판단, 명예 따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런데 노래를 그만두니까 명예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타인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그분의 '청춘합창단' 합류를 우려하는 이유는, 말기 녹내장으로 실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과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고, 과거의 상처가 올가미처럼 그의 마음을 에워싸고 있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솔로 활동에는 별 지장이 없을지 몰라도 합창에는 큰 걸림돌이 될만한 자세입니다. 심사위원들 앞에서는 제작진의 인터뷰에 응할 때보다 약간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고슴도치 같은 인상은 여전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지금 이 자리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좀 창피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염려가 됩니다." 그 입장을 물론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시작하면서부터 그토록 거북한 마음이 있는데 과연 차후의 활동에 문제가 없을까요? '청춘합창단'은 아마추어들의 모임이고 지휘를 맡은 김태원 역시 클래식 분야에서는 아마추어나 다름 없는데 잘 어울리실 수 있겠는지를 심사위원들이 물었지요. 그러자 김성록씨는 가볍게 미소까지 띠면서 "저는 가장 낮은 자세로 이 자리에 왔습니다. 김태원 지휘자님이 요구하시는 어떤 형태이든 따를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시더군요.

하지만 입으로 말하는 것과 달리 그의 뻣뻣한 태도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가장 낮은 자세로 온 거라면 '이경규씨의 까불까불한 모습을 볼 날도...'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경규는 50대로서 김성록씨와 나이차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남자의 자격' 팀 수장입니다.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초면에 상대방의 우두머리를 눈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찌 자기를 낮추는 태도라 하겠습니까? 김성록씨 퇴장 후에 이경규가 말하더군요. "모두 내려놓고 왔다고 하시지만, 아직은 좀 덜 내려놓으신 것 같아" 그러자 김태원이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완전히 내려놓게 하면 되지. 내가 그렇게 만들거야" 이미 김태원은 김성록씨의 노래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와 합창을 함께 하기로 결심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김태원의 능력은 충분히 인정하는 바이나 이번 경우에는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은 그보다 나이도 많고 온갖 경험을 했으며 최고 수준의 명예까지 누려 본 사람입니다. 결코 '위대한 탄생'의 어린 청년들처럼 말랑말랑하지 않을 겁니다. 바위 틈새로 스며든 물은 결국 바위를 쪼개지게 만든다는 말이 있지요. 김성록씨의 합류가 염려되는 이유는, 바위처럼 견고한 '청춘합창단'의 틈새에 혹시라도 그가 물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까봐서입니다. 또한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를 그토록 싫어하는 김성록씨가 이번 일로 인해서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될까 우려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김태원 혼자서는 어렵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합격이 예상되는 사람들 중에는 아주 따스한 기운을 뿜어내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 따스함으로 김성록씨의 차가운 마음을 녹일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청춘합창단'은 테너 파트에 더없이 든든한 에이스를 확보하게 될 것이고, 김성록씨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상당히 불안하고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쪽으로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앞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언제나 한 줄기 희망을 더 믿고 싶어지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그런데 '꿀포츠'라는 별명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성록씨는 과거에 엄연히 프로 성악가였던 사람인데, 폴포츠와는 전혀 다른 경우가 아니겠습니까? 김태원이 잠시 착각해서 김성록씨를 폴포츠에 비유하기는 했으나, 그 바람에 현재 너무 안 어울리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으니 괜히 민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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