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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김경호, 록의 영혼을 불사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김경호, 록의 영혼을 불사르다

빛무리~ 2011. 10. 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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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경호가 단 2회만에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첫번째 경연에서는 살짝 발을 담근 것만으로 4위를 차지하더니, 두번째 경연에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1위의 기염을 토했군요. 오랫동안 '나가수' 출연을 염원해 왔던 김경호로서는,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 부어도 될지 걱정스러웠을 것입니다. 초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게 되면, 그 이후에는 내면에 잠재된 것을 비틀어 짜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으니까요. 쥐어짜는 고통이란 그야말로 겪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법이죠.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아무리 릴랙스하고 싶어도 절대 그럴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가수들 개개인도 그렇겠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시작할 때부터 존폐의 위기를 겪으며 절박하게 살아남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만큼 가장 치열하고 잔인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수가 속에 무언가를 남겨 둔 채로 여유롭게 공연을 하면, 청중평가단은 가차없이 냉정하게 외면해 버리고 맙니다. 대표적으로 자우림이 몇 주간 그런 실수를 범해서 탈락의 목전까지 갔었지요.

더구나 이번에는 가왕 조용필의 노래들로 꾸며지는 무대였고, 좀처럼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필이 직접 방송국까지 와서 그들의 중간평가 무대를 보고 조언까지 해주었습니다. 대선배의 그러한 결단에 후배 가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어떠했을지는 가히 짐작할만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는 특히 모든 가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자기의 모든 잠재력을 꽉꽉 짜내어 무대를 꾸몄습니다. 김경호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을 테니 결코 여유로울 수가 없었겠지요. 조용필의 '꿈'이라는 노래를 색다르게 해석하여 극찬을 받은 자우림이 있었기에 긴장감은 왈칵 더했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 '나가수'를 시청하기 전까지는 록이라는 음악의 장르를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단연 발라드였거든요. 윤종신과 성시경이 불렀던 달콤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의 노래들... 저는 오래 전부터 그런 음악에만 심취해 왔습니다. 록은 너무 시끄럽고 귀 아프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나가수'를 시청하면서 저는 생각지도 않은 록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윤도현과 임재범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는 제 가슴에 쌓여 있던 묵은 감정들까지 모두 일깨워 폭발시켰습니다. YB의 '나는 나비'를 들을 때는 그대로 하늘까지 날아오를 듯 벅찬 희열을 느꼈고, 임재범의 '여러분'을 들을 때는, 애써 억눌러 왔던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 걷잡을 수 없이 솟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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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모든 것을 털어내 보여준 김경호의 '못 찾겠다 꾀꼬리'가 있었습니다. 김경호는 이번 무대를 통해 록이라는 음악이 갖고 있는 절정의 매력을 여지없이 발산했습니다. 가창력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선 외모부터가 록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상의 무기였습니다. 큰 키에 가늘고 긴 다리에 찰랑찰랑 휘날리는 긴 머리에... 폭발적인 샤우팅과 더불어 신나게 흔들어 제끼는(?) 헤드뱅잉까지... 김경호의 '못 찾겠다 꾀꼬리'는 그 자체가 록의 영혼이었습니다.

"만약 1위를 주신다면, 이번만큼은 그저 만끽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더니만, 그대로 되었습니다. 그의 멋진 무대는 모든 청중에게 큰 기쁨을 주었지만, 특히 17년간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크게 빛을 못 본 아들을 염려하시던 노부모님의 마음에도 큰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부디 할 수 있는 만큼, 그 기쁨을 충분히 만끽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불과 두 번만에 이렇게 다 털어서 보여주었으니 다음부터는 쥐어 짜내야 하겠군요..ㅎㅎ '못 찾겠다 꾀꼬리'가 너무 훌륭했기 때문에 과연 이것을 뛰어 넘는 공연이 가능할지, 앞으로의 무대를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게 되기도 합니다.

조관우의 '단발머리'도 참 좋았는데, 탈락하게 된 것은 무척 아쉬웠습니다. 장혜진의 고별 소감이 특히 눈물겹더군요. "명예졸업을 하면서 조관우씨와 듀엣 무대를 가져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김범수와 박정현의 듀엣 무대가 참으로 부러웠던 모양이지요. 같은 시기에 투입된 동기라 서로 더 애틋했나봅니다. 조관우 역시 자신의 탈락을 예감했던 듯, 공연 전부터 매니저 김신영을 카페로 불러 미리 작별인사를 하면서 "혜진씨는 오래 남았으면 좋겠네..." 라는 말까지 덧붙인 것을 보면 말입니다.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보면, 일종의 신기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종종 듭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조관우의 '하얀 나비'가 너무 좋아서 다시 듣고 싶었는데, 의외로 '달의 몰락'이 앙코르로 방송되더군요. 하여튼 음유시인 조관우의 쿨한 뒷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이제 '나가수'에서 자신의 록 스피릿을 마음껏 뿜어내기 시작한 김경호의 무대를 응원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의 진가는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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