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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역시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미스터 션샤인'에는 재치있고 맛갈스런 명대사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 중에도 최고의 명대사를 꼽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9회에서 고애신(김태리)의 입을 통해 표현된 "나는 불꽃이오"라는 대사를 선택하고 싶다.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사대부 여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라는 유진초이(이병헌)의 말에 고애신은 담담히 미소지으며 그렇게 답했던 것이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죽음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의병으로서의 삶을 그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서글프게도 대부분 존재의 흥망성쇠는 힘의 논리로 좌우된다. 선악이나 옳고 그름과는 별 상관이 없다. 국가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옳고 선한 것이라 할지라..
톱스타 이병헌의 사생활 문제가 50억 협박 사건으로 이어지고 법적 공방으로 번지면서, 이병헌의 아내 이민정은 함께 도마 위에 올라 대중이 휘두르는 모진 칼날을 견뎌내야 했다. 나의 개인적 견해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부남으로서 미혼의 어린 여성들과 의심스런 만남을 갖고 묘한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이병헌이나, 그것을 빌미삼아 50억을 내놓으라며 협박한 이지연, 다희의 경우는 엄연히 잘못이 있으므로 비난도 감수해야겠지만, 죄없는 이민정은 왜 함께 당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신혼의 단꿈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날벼락을 맞게 되었으니, 그녀의 고통을 인간으로서 안타깝게 여긴다면 왈가왈부하지 말고 조용히 마음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이 마땅하련만, 대중과 언론은 그녀를 결코 가만히 내버려두지 ..
하루가 멀다 하고 뻥뻥 터지는 연예인 관련 뉴스들 중 상당수는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에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추한 내용의 가십들이다. 예를 들어 배우 이병헌은 두 명의 여자로부터 50억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은 피해자(?)의 입장이었으나, 그녀들과의 과거 행적이나 문자메시지 등이 속속 언론에 밝혀지면서 오히려 가해자보다도 훨씬 크게 비난받는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이런 종류의 뉴스를 접했을 때, 보통 나는 그저 피식 웃어버리곤 한다. 가끔은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언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크게 관심이 끌리지도 않고 왈가왈부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가십(gossip : 신문, 잡지 등에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하여 소문이나 험담 따위를 흥미 본위로 다룬 ..
'이병헌 50억 협박 사건'이 연예가 핫이슈로 떠오른지도 벌써 몇 주일이 지났다. 20대 여성 연예인 두 명이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들과 이병헌이 함께 음담패설을 나눈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이병헌을 협박하여 50억을 받아내려다가 즉시 고발당하고 구속된 사건이다. 두 여성 연예인 중 한 명은 걸그룹 글램의 멤버로서 올해 21살의 다희이며, 다른 한 명은 25살의 모델 이지연이라는 사실이 뒤이어 밝혀졌다. 이 사건을 두고 초반 네티즌의 의견은 팽팽히 갈라졌다. 한편에서는 결혼 전뿐만 아니라 결혼해서 유부남이 된 후에도 불미스런 염문에 끝없이 휩싸이는 이병헌의 행실을 지탄했고, 다른 편에서는 피해자인 이병헌을 가해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그의 입장을 두둔했다. 이제껏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나의 개인적 ..
개봉 전 기자들의 평점이 낮다고 해서 큰 기대를 품지 않고 관람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서인지, 나에게 '역린'은 썩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평점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면 스토리가 매우 빈약하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만드는 작품이라 어차피 결론은 정해져 있으니 스토리보다는 각각의 캐릭터에 비중을 둔 모양인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영화를 보는 내내 추후의 전개가 거의 궁금하지 않다는 것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스크린 속 인물들은 한껏 비장미를 뽐내며 긴박하게 움직이는데, 관객 중 몇몇은 좀처럼 몰입이 안 되는지 줄곧 킥킥대며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배우들의 연기에 꽤나 몰입하고 있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1777년(정조 1년)에 발생한 '정..
"우리의 경쟁작은 동시간대의 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작인 '아이리스1'이다!" 라고 야심차게 밝혔던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무색할 만큼, '아이리스2'의 출발은 별로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개, 초반부터 과도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NSS 정예요원이라는 설정이 창피할 만큼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작정하고 꼬집어 내자면 정말 수없이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리스1'은 평소 액션이나 첩보물을 즐기지 않는 저같은 시청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만큼 초반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작품이었는데, '아이리스2'의 초반 전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전작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전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
현재 KBS Joy에서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가 화요일 심야에 방송되고 있습니다. 케이블 프로그램을 시간 맞춰서 기억했다가 챙겨본다는 게 제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띄엄띄엄 보고 있지만, 이번에는 김범수와 이소라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또 다른 분위기에서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기다렸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중간평가 무대에서 들었던 그 듀엣의 감동을 좀처럼 잊을 수 없었거든요. '나가수'에서 이소라가 불렀던 노래들이 다 좋았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가장 좋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데, 그 무대를 끝으로 그녀가 최하위를 기록하고 하차하게 되었으니 참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김범수의 등장은 다음과 같은 이소라의 소개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분이 프로포즈에 나오신다..
제가 그를 처음 본 것은 2007년 8월, '아이엠 샘'이라는 드라마에서였습니다. 원래 음악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 데다가 아이돌은 더욱 잘 몰랐거든요. 그 드라마에서 주목받은 인물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컴백한 양동근과, 그 무렵 종영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신예 히로인 박민영이었지요. 터프한 학교짱 '채무신' 역할의 탑은 그저 신인 탤런트려니 하고 봤는데, 연기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역할에 상당히 잘 어울려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요즘 많이 보이는 샤방한 꽃소년들과는 달리 선이 굵은 미남형의 얼굴에 목소리마저 굵고 낮아서, 아주 거칠고 남성적인 매력을 내뿜으니 새로운 멋이 느껴지더군요. 지금 생각해도 겉은 터프하고 속은 따뜻한 학교짱 역할은 탑에게 제격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으로 ..
'밤이면 밤마다' 6회에는 미남배우 주상욱과 신성록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예능감을 뽐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주상욱이었네요. 저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처음 보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습니다. 신성록 또한 노래실력을 비롯해서 여러가지의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최소한 이번 방송에서는 주상욱의 존재감에 확연히 밀린 것으로 보이더군요. 게다가 주상욱의 절친이라는 이종수까지 특별위원으로 초청되어 힘을 실어 주니, '밤밤' 6회는 거의 주상욱을 위한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의 토크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구타당한'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상욱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어머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