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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하이킥3' 제23회에서 이적은 처음으로 '미래의 아내' 될 사람의 '손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고편에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였죠. 설마 벌써 드러내려는 건가? 그건 너무 김병욱답지 않은데? 그래도 혹시나 하고 시청했지만, 역시 헛된 기대는 금물이었습니다. 윤계상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서 방문한 이적은, 무려 5명이나 되는 여자의 손맛을 골고루 보게 되었거든요. 무슨 막장드라마는 아닐 테니까 유부녀 윤유선은 제외한다 해도, 가능성 있는 후보가 무려 4명이나 되었습니다. 용돈을 뜯어내려고 어깨를 안마해 준 수정이(크리스탈)의 얄미운 손맛, 자신의 치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려고 이적의 입을 틀어막다가 손가락을 밀어넣어 버린 백진희의 짭짤한 손맛, 하이파이브를 하려다가 이적의 뺨..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던 백진희는 윤계상이 근무하는 보건소에 인턴을 지원하여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처음에 인턴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제공해 준 사람도 윤계상이었고, 시험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 두툼한 교재까지 선물해 준 사람도 역시 윤계상이었죠. 그토록 친절한 윤계상에게 호감을 품게 된 백진희는 자신의 대학선배인 사진작가 이켠이 개최하는 '웃는 얼굴 사진전'에 윤계상을 모델로 추천하고, 그들의 설득에 못이긴 윤계상은 결국 사진 모델을 수락하고 맙니다. 시험 당일, 백진희는 감독관으로 들어온 윤계상을 보고 반가워합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윤계상도 "시험 잘 봐요!" 하고 입모양으로 격려하면서 특유의 미소를 지어 주네요. 그런데 문제를 풀다가 막히게 되자 백진희는 잠깐 정신이 나갔는지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
이제껏 안수정(크리스탈)의 캐릭터는 약간 위태롭긴 했어도 나름대로 귀여웠습니다. 매사에 너무 이기적인 면이 있어서 좀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었지만, 예쁜 얼굴과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만한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안내상의 캐릭터는 밉상이지만, 그래도 자기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게 된 가장으로서의 쓰라린 심경은 짐작할 수 있을진대, 매사 무뚝뚝한 태도로 불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다니는 아들 안종석(이종석)보다는, 항상 웃는 얼굴과 살살 녹는 애교로 아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딸 수정이가 더 기특한 자식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파산으로 인한 충격은, 내내 운동만 하다가 갑자기 공부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던 종석이가 훨씬 더 크겠지만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하겠다며 그악스럽게 굴 때가 제 눈..
김병욱의 '하이킥' 시리즈에는 언제나 '삼촌'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 '삼촌'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외모의 싱글남으로서 멜로의 중심을 담당했고, 더불어 20~30대 젊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하이킥3'에는 특이하게도 삼촌이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점이 매우 의외였고, 도대체 두 명이나 되는 삼촌 캐릭터를 어떻게 겹치지 않도록 조화시키며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일단 '거침킥' 최민용과 '지붕킥' 최다니엘의 계보를 이어가는 삼촌 캐릭터는 윤계상입니다. 까칠민용, 시크지훈과 달리 윤계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따스한 남자로서 성격은 전혀 딴판이지만, 시트콤 전체를 장악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윤계상-김지원에 이어 또 하나의 러브라인이 예고되었습니다. 언뜻 보면 박하선-윤지석(서지석)의 러브라인 같지만, 정확히는 박하선-고영욱의 러브라인입니다. 이미 공홈의 인물관계도에 명시되어 있는 관계이므로, 맨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지는 몰라도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이 러브라인의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저는 인물관계도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가장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했던 러브라인이 박하선-고영욱 커플이었습니다. 박지선-줄리엔강 라인도 좀 뜻밖이긴 했지만, 이들은 어차피 감초 역할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코믹하고 재미있는' 커플로 만들면 오히려 가장 시트콤에 어울리는 조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박하선은 제가 보기엔 여성 캐릭터 중의 핵심이라고 할만합니다. 나름 코믹한 면도 있지만, ..
나는 오늘도 홀로 지내시는 노인분들을 찾아가 영양제 주사를 놓아 드린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나 고마워하시는 어른들... 나를 보면 쇠잔한 얼굴 한가득 웃음을 띠며 맞아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들... 그런데 이번에 단행된 기초생활수급자 재심사에서 많은 분들이 탈락하고 말았다. 이 노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면서까지 삭감된 그 복지예산은 대체 어디에 쓰여지는 걸까? 그 어디에 쓴다고 한들 이 노인들의 한 끼 밥값보다 더 가치있게 쓸 수 있다는 걸까? 참담한 마음으로 걷던 내 눈에 옆집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름이 지원이라던가?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탄원서를 돌리며, 구형 휴대폰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하려는 통신사의 결정에 항거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이었다. 볼수록 참 특이한 아이다. 방과 ..
누구인들 쉬운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인들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갈채 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쉬운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가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과 인기 많은 작품이 꼭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명작 예술품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외한도 다 아는 원칙을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에게 칭찬받고 시청률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김병욱 PD가 모를 리는 없습니다. '하이킥3'는 유난히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고, 또 그만큼 질책도 심한 작품입니다. 김병욱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고집대..
김병욱 PD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리얼하게 표현하려는 듯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먹고 자고 배설하는 문제 말입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봤자 인간도 별 수 없습니다. 안내상 일가가 빚쟁이에 쫓겨다니면서도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굶주림이었습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아빠가 딸의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쯤은 웃어 넘길 정도로 괜찮았으나 배고픔만은 견딜 수 없었지요. 오죽하면 며칠 전까지도 부자였던 그들이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낯선 소년(강승윤)이 사주는 피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을까요.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초반 6회까지 달리고 있는 이 때, 기본적 생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가장 헉..
드디어 '하이킥3'에서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고생 김지원이 옆집에 사는 의사 아저씨 윤계상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포를 통해 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예정되어 있음을 알았지만, 그 때는 이 정도로 진지하게 꾸려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고생 시절에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일쯤이야 누구나 경험해 보는 추억이고, 김지원의 사랑 역시 그 정도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30대 중반인 윤계상의 메인 러브라인이 박하선이나 백진희 쪽으로 연결될 것이고, 김지원은 윤계상을 짝사랑하다가 결국은 그 조카인 안종석(이종석)에게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보니, 결코 소녀의 풋사랑 정도에서 끝날 만큼 가벼운 러브라인..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3회... 사기를 당해서 쫄딱 망한 안내상네 식구들은 당숙의 집에 의탁하러 경주까지 갔는데, 어이없게도 당숙이 오래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일가족 네 명은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널부러진 채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경주에서 제일 큰 한의원집 아들 강승윤을 만나 피자 한 판을 얻어먹습니다.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그저 코믹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큰 비애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족들은 천성적으로 그닥 자존심이 강하거나 심각한 타입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모두들 푼수떼기라고 할만큼 즉흥적이고 주책맞은 편이며,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별 고민 없는 듯 상당히 긍정적이군요. 어쨌든 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은 결국 윤유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