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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왜 노출과 모자이크에 집착하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왜 노출과 모자이크에 집착하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빛무리~ 2011. 9. 29.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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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 PD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리얼하게 표현하려는 듯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먹고 자고 배설하는 문제 말입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봤자 인간도 별 수 없습니다. 안내상 일가가 빚쟁이에 쫓겨다니면서도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굶주림이었습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아빠가 딸의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쯤은 웃어 넘길 정도로 괜찮았으나 배고픔만은 견딜 수 없었지요. 오죽하면 며칠 전까지도 부자였던 그들이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낯선 소년(강승윤)이 사주는 피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을까요.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초반 6회까지 달리고 있는 이 때, 기본적 생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가장 헉헉거리는 인물은 바로 백진희입니다. 그녀는 몸을 누일 방 한 칸이 없어서 혈연도 아닌 생판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라, 눈칫밥을 먹고 눈칫잠을 자야 합니다. 결코 백진희의 성격이 뻔뻔한 것은 아니지만 먹고 잠자고 배설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남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변기에 앉아 있을 때 안내상이 밑에서 땅굴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에 엉덩이를 찔려서 몹시 다치고 말았습니다. 운이 나빠도 이렇게 나쁠 수가 없네요.


생존 욕구들 중에도 이번에 김병욱 PD가 중점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배설 욕구라고 생각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그 중요성을 놓치기 쉽지만, 사실은 배설 욕구야말로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는 가장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물만 마실 수 있으면 열흘에서 수십일 가량도 버틸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몸이지만, 배설이 되지 않는다면 불과 며칠만에 온 몸에 독소가 퍼져서 생명이 위험해질 것이니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이킥3'의 등장인물들이 화장실에 앉아있는 모습을 유난히 자주 보여주는 것이나, 수시로 엉덩이 부위가 강조되는 것이나, 이적을 항문외과 의사로 설정한 점 등이 모두 이러한 의도와 연관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배설이라는 단어에는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육체적 배설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신적 배설이죠.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그 역시 내면적으로 커다란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초반에는 육체적 배설에 치중하는 듯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는 극한상황에 놓인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신적 배설을 하며 힘겨운 삶을 유지해 나가는지가 보여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변기라든가 똥이라든가 엉덩이라는 소재들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리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시트콤)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터부시되는 소재들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참 웃기죠. 매일 똥 싸지 않고는 살아갈 수도 없는 인간들이, 언제나 뱃속에 일정량의 똥을 담고 다니는 인간들이, 그게 화면에 보이면 더럽다고 느낀다는 이 현실이 말입니다. ㅎㅎ 아, 물론 저 자신도 그 웃기는 경우에 포함이 됩니다. 저라고 해서 거부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저는 김병욱 PD의 뜻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설정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원과 윤계상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그야말로 낭만적이었는데, 다음 순간 청순한 여고생 김지원의 입에서 나온 대사는 "아저씨, 저 똥이 마려워서 그러는데 화장실 좀 쓸게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창 감미로운 느낌에 빠져들려는 찰나, 기본적 생존 욕구가 불쑥 튀어나와 분위기를 와장창 깨뜨린 셈입니다. 하지만 그 황당함과 리얼함에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웃음이라니... 불시에 옆구리를 푹 찔러 들어오는 듯한 이 날카로운 의외성... 이것이 바로 김병욱 시트콤 특유의 마력입니다.


'하이킥3' 6회가 방송된 후, 백진희의 엉덩이 노출과 모자이크 처리 때문에 논란이 거셉니다. 여자끼리라고 하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데 치마를 들추고 속옷을 내린다는 것은 성폭력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었고, 그렇게까지 리얼한 장면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는데 너무 민망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나친 모자이크 남발이 작품을 망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장면이 선정적이었다는 의견까지 있더군요. 그렇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번 작품에서 줄곧 강조되어 왔던 '엉덩이'라는 소재가 다시 한 번 리얼하게 비춰졌을 뿐이라 그냥 무심히 보고 넘어간 장면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 아침, 엉덩이 노출과 모자이크를 비난하는 한 두 편의 글을 읽었을 때는 뭐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종일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십 편의 기사들을 보니 좀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뭐 그렇게까지 큰 문제인가요? 더구나 선정적이라는 의견은 정말 황당했습니다. 그저 주책스런 옆집 아줌마가 어떻게든 치료비 배상을 모면해 보려는 생각에 "여자끼린데 뭐..." 이러면서 친근한 척하고 다가와 상처를 확인하는 장면이었는데, 단지 살색 인조 엉덩이가 모자이크 처리되어 화면에 나왔다는 이유 때문에 그걸 선정적으로 느낄 수가 있나요?


제가 같은 여자라서 백진희의 엉덩이 노출에 둔감한 건가 했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영화 '차우'에서 여지없이 노출된 엄태웅의 엉덩이를 보았을 때도 그저 폭소했을 뿐 민망하게 느끼지 않았고, 드라마 '닥터챔프'에서 정겨운의 엉덩이가 노출되었을 때도 그냥 웃기다는 생각만 했을 뿐 선정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상황 자체가 전혀 야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더구나 그 때는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선명하게 보여주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것조차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허구헌날 '음악'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을 걸고 브라운관에서 벌이는 스트립쇼는 괜찮은가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각종 가요 프로그램에 심취했던 저였지만, 아이돌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중음악의 유행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뀐 이후부터는 가요 프로그램 시청을 딱 끊었습니다. '보는 음악' 자체가 제 취향에 맞지도 않았지만, 노출이 심한 복장도 그렇거니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가는 춤의 동작들 하며... 나중에는 보기가 정말 너무나 부담스럽더군요.


갓 스무 살 가량의 소녀들이, 때로는 미성년자인 여고생들이, 거의 팬티에 가까운 짧은 옷을 입고 다리를 쩍쩍 벌린 채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는 그런 춤을 보면서도, 민망해하고 끔찍해하는 사람보다는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 아닙니까? 그런데 시트콤에서 코믹한 장면을 좀 더 리얼하게 묘사하려던 장면은 이렇게까지 비난받아야 하는 건가요?

저는 지난 주의 '위대한 탄생2'를 보다가 그야말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강지안이라는 15세 소녀가 무슨 '수영복'을 입고 오디션에 참가하러 온 것입니다. 본질적으로는 수영복이 아니었지만, 아무리 봐도 수영복 이외의 용도로 쓰이기에 적합한 옷은 아니었습니다. 심사위원 이선희마저 "나이도 어린데... 옷 입은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라고 말하면서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아직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 소녀가, 심사위원들 앞에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서서 태연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린 딸을 그런 차림새로 TV에 내보낸 부모의 정신 상태는 더욱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의 어떤 기사나 포스팅에서도 강지안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글은 볼 수 없더군요.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사회풍조라니,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막힌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시트콤에서 살짝 노출된 진짜도 아닌 가짜 엉덩이는 이렇게 하루종일 성토받아야 하는 일인가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김병욱 PD가 워낙 고집스럽다 보니, 은근히 그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누군가는 '지붕킥'의 결말에 아직도 원한(?)을 품고 있어서, 이번 작품은 마음먹고 "까대기 위해서 볼 거다" 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있더군요. 뭐 어차피 김병욱 PD도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저도 그런 사람들에겐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별 것도 아닌 장면을 갖고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그의 작품을 물어뜯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다니 참으로 씁쓸합니다.


백진희 모자이크 논란에 이어 7회에서는 중견 남자배우 안내상의 노출(?)이 감행되었습니다. 하필 샤워를 하던 중에 빚쟁이가 들이닥쳐서 옷을 입지 못하고 달아나는 장면이었는데,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그의 신체부위 일부를 '신종 모자이크'라 할 수 있는 스마일 표시로 가려놓는 바람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전라의 몸이라고 상상하게 만든 것이죠. 그래봤자 제가 보기엔 아주 낭패스럽게 도망치는 장면을 코믹하고 리얼하게 표현해 놓은, 지극히 시트콤적인 한 장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걸 보고 진심으로 야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기나 했을까요? 하지만 분명히 또 선정적이라는 둥, 노출에 재미들렸다는 둥 하는 식의 기사가 우르르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좀 과하다 싶은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결코 논란을 예상 못했을 리 없는 베테랑 김병욱 PD가 계속 이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다른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그게 뭔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죠. 어쨌든 그냥 잠자코 넘어갈까 하다가 굳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김병욱 시트콤을 오랫동안 사랑해 왔고, 지금도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입니다. ("까대기 위해서 보는 사람"은 제외입니다.)


아무쪼록 겉으로 보이는 장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주제를 찾기 위해서 조금만이라도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훨씬 더 즐겁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고 적잖은 유익함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직 초반인데 벌써부터 실망했다는 소리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게 이상합니다. 김병욱 시트콤은 원래 발동이 늦게 걸린다는 것을 모두 잘 알면서, 이번에는 왜 그렇게들 성급하게 구는 걸까요? 빚쟁이들에게 사정없이 온 몸을 쥐어뜯기는 안내상의 모습에 또 한 사람이 겹쳐집니다..;;

편하게 머리를 식히려고 보는 시트콤에서 뭐 그런 노력까지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웃기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무조건 머리를 텅 비우고 봐야 하나요? 예를 들어 '무한도전 - 스피드 특집'은 굉장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으며, 시청하는 내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미션을 해석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었나요? 오히려 그래서 더욱 재미있지 않았던가요? ... 하지만 정말로 무조건 "까대기 위해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조언도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어지간히 시간도 많고 할 일도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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