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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박하선과 백진희, 그녀들에게 이 세상은 너무 버겁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박하선과 백진희, 그녀들에게 이 세상은 너무 버겁다

빛무리~ 2011. 9. 2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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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3회...
사기를 당해서 쫄딱 망한 안내상네 식구들은 당숙의 집에 의탁하러 경주까지 갔는데, 어이없게도 당숙이 오래 전에 죽었음을 알게 되었지요. 일가족 네 명은 무일푼으로 길바닥에 널부러진 채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경주에서 제일 큰 한의원집 아들 강승윤을 만나 피자 한 판을 얻어먹습니다. 원래 부자였던 사람들로서는 엄청나게 굴욕적인 상황이지만, 그저 코믹하게 처리되는 바람에 큰 비애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가족들은 천성적으로 그닥 자존심이 강하거나 심각한 타입은 아닌 모양입니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모두들 푼수떼기라고 할만큼 즉흥적이고 주책맞은 편이며, 또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별 고민 없는 듯 상당히 긍정적이군요. 어쨌든 살 길이 막막해진 이들은 결국 윤유선의 동생인 윤계상에게 연락하여 그의 집에 신세를 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원래 중심이 되어야 할 사람들은 안내상네 가족들이건만, 오히려 초반에는 주변 캐릭터들이 더 많은 힘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오늘 제 리뷰의 주인공은 박하선과 백진희, 이 두 명의 청춘 여성들입니다. 참 예쁘고 착하고 성격도 좋은 아가씨들인데, 어쩐지 이 험한 세상에서 살기가 영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모든 현실이 너무 버겁기만 합니다.

가난한 청년 백조, 백진희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등록금이 없어서 3학기째 아르바이트를 하며 휴학중인 그녀는 언제 대학을 졸업이나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쥐꼬리만한 알바비로는 학자금은 커녕 기본 생활비도 충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툭하면 제 날짜에 지급되지 않고 미루어지니, 백진희는 고시원 비용조차 못 내고 방에서 쫓겨날 지경입니다. 설상가상 그녀에겐 몽유병까지 있습니다. 밤중에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냉장고를 열고 남의 반찬을 집어먹는 바람에, 융통성 없는 고시원 동료 고영욱에게 멱살을 잡혀 경찰서에 끌려갈 뻔하기도 합니다.

생활비와 학자금을 벌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취직을 해야 할텐데, 스펙이 딸리는 그녀로서는 이게 또 쉽지가 않습니다. 면접을 보는 족족 그 자리에서 낙방을 하는데, 모처럼 특이한 성격의 사장님 박규(김학철)를 만나 천재일우의 행운을 잡게 되었군요. 짜장면 한 그릇을 10초 이내에 먹으면 합격시켜 주겠다는 말에 백진희는 목숨 걸고 도전하여 해내고 맙니다. 굶주린 생활탓에 강한 식탐이 있는지라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박규 사장님은 어디선가 익숙하게 보았던 분이네요. 바로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의 성격 급한 그 사장님입니다. 수개월만에 다시 보니 반갑군요..ㅎㅎ 하지만 여기서는 고정 출연이 아니고 까메오인 듯합니다. 백진희는 머지않아 그 회사 인턴사원에서도 잘릴 예정이거든요.

몽유병 때문에 홀로 밤거리를 헤매던 백진희는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되어 조폭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고 합니다. 3회의 엔딩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 그녀의 표정에서 멈추어졌지요. 그 이유 때문에 억울하게 회사에서도 잘리고 고시원에서도 쫓겨나, 학교 선배인 박하선의 집에 얹혀 살게 된다는군요. 돈도 학벌도 가진 것이라곤 없는데, 하필이면 특이한 병까지 갖고 있으니 그녀의 미래에 밝은 빛이 비춰지기는 어쩐지 요원해 보이는군요.

이제 고등학교 국어교사라는 멀쩡한 직업을 가진 박하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외면적으로 보았을 때 백진희보다야 훨씬 사정이 좋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도 어쩐지 험한 세상 속에 혼자 내버려 두기에는 불안불안하네요. 갖춘 능력은 많은데 세상 물정을 몰라서 언제나 손해만 보고 사는 이런 사람들이 현실 속에도 가끔씩은 있습니다.

혼자 걷다가 바바리맨을 만났으면 얼른 도망이나 칠 일이지, 박하선은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꼼짝 못하고 비명만 질러댑니다. 마침 그 옆을 지나가던 동료 교사 윤지석(서지석)이 구해주었으니 다행이네요. 다혈질의 윤지석은 내친김에 호신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설쳐댑니다. 박하선 본인이 치한이라 가정하고 자기를 마음껏 공격해 보라면서, 그 때 자기가 어떻게 방어하는지를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머뭇거리며 사양하던 박하선이 드디어 공격을 개시했는데, 어이없게도 윤지석은 그녀의 한 방에 나가떨어져 엠블런스에 실려가는 신세가 되었네요.

알고 보니 박하선은 암벽등반을 취미로 삼을 만큼 각종 운동에 능숙하고 힘이 좋은 아가씨였습니다. 남자 체육교사를 한 방에 무너뜨릴 만큼의 신체적 능력이 있다면 바바리맨이 아니라 강도를 만났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이유가 없건만, 아무리 힘이 세면 뭘합니까? 박하선은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인 줄도 모른 채, 그저 착하고 겁 많고 소심하기만 할 뿐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바보같을 정도로 마음이 약하고 사람을 잘 믿는다는 것입니다. 원어민 교사 줄리엔에게 집을 구해주는 일은 원래 박지선의 몫이지만 박지선은 햇빛 알레르기를 이유로 그 일을 박하선에게 넘겼고, 박하선은 싫다는 소리 한 마디 없이 그 부담스런 일을 떠맡았습니다. 그렇게 어리버리한 사람일수록 정식 부동산에 의뢰하는 편이 좋았을텐데, 우연히 그 앞을 서성대다 만난 사기꾼 아저씨에게 속절없이 당해서 계약금을 털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기막힌 것은 누가 보더라도 100% 속은 사건인데, 이 아가씨는 아직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합니다.

자기 아내가 암선고를 받아서 요양하러 시골에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살던 집을 급히 처분하는 거라고 핑계대던 그 사기꾼의 말을 아직도 철석같이 믿으며, 박하선은 응답 없는 그의 휴대폰에 끝없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저씨, 그런 분 아니잖아요. 연락 주실 거죠? 저는 아저씨 믿고 기다릴게요. 부인 병 나으시라고 기도할게요!" 밤새 울고 불고 난리를 치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못해서, 그게 더 괴로워서 몸부림치는 그녀입니다. 그나저나 남의 돈을 털리고 말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겠군요. 조만간 한솥밥 먹는 식구가 잔뜩 늘어나게 될 모양입니다.

험악한 현실 속에 점점 더 서글퍼지는 백진희와 박하선... 도대체 누가 이 착한 아가씨들을 이토록 살기 힘들게 하는 걸까요? '짧은 다리의 역습'을 계속 시청하다 보면 그 정답과 해결책이 어렴풋이나마 보이지 않을까,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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