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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노인과 아이 캐릭터가 사라진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노인과 아이 캐릭터가 사라진 이유

빛무리~ 2011. 10.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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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인들 쉬운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인들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갈채 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쉬운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가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과 인기 많은 작품이 꼭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명작 예술품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외한도 다 아는 원칙을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에게 칭찬받고 시청률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김병욱 PD가 모를 리는 없습니다.

'하이킥3'는 유난히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고, 또 그만큼 질책도 심한 작품입니다. 김병욱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지요. 노출과 모자이크에 대한 질책이 홍수처럼 쏟아졌음에도 마치 "실컷 더 욕해봐라" 하는 것처럼 11회에서 또 넘어진 박하선의 뒤집힌 치마 속을 스마일 표시로 모자이크 처리했고, 남자 팬티를 입은 상태로 한참 동안이나 노출시켰습니다. 푸힛~

차라리 감탄스러울 지경입니다. 현대인들은 정말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들에는 무감각하면서, 따지고 보면 수치스러울 게 없는 작은 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설을 해야 하고 속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 당연한 사실을 창피스럽게 생각하고 숨깁니다. 차라리 코믹할 뿐 전혀 야하지 않은 모자이크와 속옷 노출에 대해 끊일 줄 모르는 비난 역시 그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TV를 볼 때 그보다 훨씬 더 야하고 퇴폐적이고 민망한 장면이 얼마나 많은가요? 제 생각에는 비난이 멈추지 않는 한, 김병욱의 고집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은 일부러 그러는 것 같기도 해요..ㅎㅎ

이제껏 김병욱 시트콤에서는 매력적인 청춘들보다도 아이들과 노인들 캐릭터가 더욱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히려 극의 중심을 담당하는 젊은 층의 캐릭터는 사람의 예민한 감정을 너무 자극하기 때문에 명백한 호불호가 갈리게 마련이었지요. 대표적으로 '거침없이 하이킥'의 신지와 서민정,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과 신세경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극 중 라이벌 구도일 뿐만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라 모두에게 사랑받기는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들과 달리 폭 넓은 팬층을 확보하며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은 캐릭터가 있었으니, '야동순재'와 '빵꾸똥꾸 해리' 등의 노인과 아이 캐릭터였습니다.

귀여운 어린아이 캐릭터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좀 못되게 군다 해도 역시 어린아이기 때문에 용서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그렇게 만드는 것은 어른이기 때문에, 욕을 먹는 것은 차라리 부모 캐릭터였지요. '순풍 산부인과'의 미달이도 그랬고, '지붕킥'의 해리도 그랬습니다. 막무가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들... 못되게 구는 와중에 한 번이라도 그 순수하고 착한 성품이 드러나면 모두들 "그럼 그렇지, 나쁜 아이는 없어!" 하면서 칭찬하곤 했습니다. ㅎㅎ

그리고 "사람이 나이들면 어린애가 된다"고 했던가요?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이면서 어처구니 없을 만큼 순수한 노인 캐릭터 역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만 했습니다. 실제로 수십년간이나 산부인과 명의로 이름을 떨쳤던 어르신이 은퇴하시고 난 후 처음으로 야동을 접했는데 그 매력(?)에 빠져서 한참이나 헤어나지 못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법 귀엽지 않나요? ㅎㅎ

연출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노인과 아이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조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병욱 PD는 이번 작품에서 그 조커를 과감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콰콰쾅~~!) 노인과 아이의 캐릭터 부재는 벌써부터 시트콤 전체에 심상치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군요. 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노인 캐릭터 부재는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시키는 데 있어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박영규와 정보석 등의 힘없는 중년 남성 캐릭터가 세상의 '루저'였고, 그들을 구박하는 오지명과 이순재 등의 부유한 노인 캐릭터가 '위너'였습니다. 그들의 팽팽한 대결 구도는 김병욱 시트콤의 '등뼈'이며 '척추'였습니다. 그런데 '위너'가 사라짐으로써 '루저' 안내상의 역할마저 허공에 동동 떠 버리고 말았으니, 가히 벗어나기 어려운 '늪'이라고 하겠습니다.

위너가 루저를 적당히 구박하고 짓밟아 주어야 작품의 주제가 손쉽게 살아나는데, 아무도 루저를 구박하지 않으니 안내상의 캐릭터는 물론이고 메시지도 살아나지 않습니다. 마누라 윤유선이 바가지를 좀 긁는 것 정도로는 안내상이 전혀 불쌍해 보이질 않습니다. 오히려 처남 집에 얹혀 살면서 가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너무 당당하게 이런저런 요구까지 해대는 모습은 얄미울 정도로 염치없고 뻔뻔합니다. 그런데도 처남 윤계상은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형님, 형님~" 하면서 비위를 맞춰 줄 뿐이죠. 하긴 나이 어린 윤계상이 '위너' 역할을 하면서 손윗사람인 자형을 구박한다면 완전 밉상으로 찍힐테니 그것도 안 될 일입니다. 

그러나 이는 김병욱이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결코 아닙니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이 치명적인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그것 때문에 극심한 고민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 전체가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는 끝내 조커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김병욱 특유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차마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빡빡한 촬영 환경 때문에 아역과 노인 배우들에 대한 편의를 전혀 봐줄 수 없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 때문인 듯합니다. 하긴 그것도 사실이긴 하겠죠.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밤잠을 못 자면 키가 안 클 수도 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씩이나 간헐적으로 밤샘 촬영을 시킨다면 그 또한 자식 키우는 아버지로서 어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이순재와 신구 등의 노역도 그렇습니다. 그들 자신은 특혜를 절대 원하지 않는 프로 배우이지만 아무래도 실제 나이가 7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인들인데, 김병욱 PD도 부모를 모시는 입장에서 수개월간 무리한 촬영을 강행하다 보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일일시트콤은 그 특성상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더 일정도 빡빡하고 기한도 긴 편이며, 몸싸움 등의 과격한 장면도 적지 않으니까요. '지붕킥'에서만도 올해 77세의 이순재 옹이 얼마나 수많은 액션(?) 장면을 소화해 냈던가요?

하지만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배우들의 편의를 봐 줄 수 없다 해서 기본적 설정 자체를 포기한다면... 그렇게 따지면 결국은 어떤 작품도 만들 수 없지 않겠습니까? 사실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을까요?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도 교통사고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진 홍수현과 촬영 중 부상으로 중증 디스크 판정을 받은 이민우가, 정식 치료조차 뒤로 미룬 채 붕대를 칭칭 감고 진통제를 한 웅큼씩 먹어 가며 촬영에 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모두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더구나 이민우는 멀쩡한 몸으로도 심각한 부상의 가능성이 있는, 위험천만한 '능지처참' 장면을 본인이 고집해서 찍었을 만큼 열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 심각한 부상을 당한 상태라면, 아역이나 노인배우보다도 더욱 더 휴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핑계가 될 수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입니다. 노역 연기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 진짜 이유라면, 다소 젊은 층의 배우를 섭외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전원일기'에서도 일용엄니(김수미)보다 아들 일용이(박은수)가 사실은 더 나이 많은 선배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초반엔 어색할 수도 있지만 역할에 몰입하다 보면 모두 자연스럽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뭘까요?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은 김병욱 PD의 욕심(?)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손쉽게 갈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버리고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나름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실행에 착수했겠지요. 대책없이 뛰어든 것은 절대 아닐 겁니다. 그래서 저는 김병욱 PD를 믿고 있습니다. 수많은 문제점을 못 본 것은 아니지만, 끝내 극복하고 명작을 탄생시켜 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현재 '하이킥3'에는 노인과 아이 캐릭터가 사라지면서 등장인물의 나이대가 모두 비슷비슷하게 겹치는 상황이 발생했고, 전체적 스토리를 풀어나가거나 주제를 구현하는 데 있어서도 그 방식이 엄청나게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김병욱 PD의 인터뷰 중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어렵다. 지금도 그렇지만 갈수록 이 부분이 얼마나 큰 장애로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많이 불안하다. 솔직히 예전엔 아이템이 없으면 이순재 선생님이 '네버엔딩 스토리' 같은 노래 한 곡만 불러 주셔도 커버가 되었고, 귀여운 해리가 점 하나를 찍고 나와서 '아내의 유혹' 패러디만 해 주어도 손쉬운 코미디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기댈 수가 없게 되었다.....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연 끝까지 완주를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많이 된다."

시청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들을 김병욱 PD가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다 알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뚝심은 강하지만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도 아닙니다. 그도 사람인지라 불확실한 가능성만 믿고 뛰어든 상황에서는 두려워도 하고 불안해도 합니다. 하지만, 행여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저는 이 믿음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나 김병욱 PD의 '하이킥'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도 저 푸른 하늘 높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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