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위대한 탄생 (6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 등장하던 순간부터 손진영의 앞에 놓인 길은 순탄치 않아 보였습니다. 시원스런 목청은 좋았지만 전혀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기만 하던 노래 실력이 일단 걸림돌이었지요. 아슬아슬하게 예선을 통과했지만, 아무래도 그쯤에서 멈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미끄러졌고, 다음 단계에서 또 미끄러졌습니다. 보통은 한 번 미끄러지면 그것으로 뚝 떨어져 끝이 나는데, 손진영은 미끄러질 때마다 김태원이 손을 잡아 끌어올려 주었기에 탈락과 부활을 거듭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의 스승이 된 김태원은, 진영이가 왜 비장함부터 먼저 배웠는지 그것이 너무 가슴아프다고 말했습니다. 손진영의 거친 노래 속에서 흘러넘치는 처절함을 보고, 김태원은 오래 전의 자기 자신을 느꼈기에 그의 손을 놓..
'위대한 탄생' 17회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려서 도저히 잠을 청할 수도 없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습니다. 셰인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던 '나비효과'가 지금도 귓가에 스며드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하고 좀처럼 냉정을 회복할 수가 없습니다. 저에게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군요. 가사를 또렷이 알아듣지도 못했는데, 노래의 느낌만으로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초창기의 신승훈을 매우 좋아해서 그 무렵의 노래는 모두 알고 있었지만 '나비효과'는 생전 처음 들어 보았습니다. 방송이 끝나고 나서 검색해 보니 2008년에 발매된 음반의 수록곡이더군요. 전체 가사를 읽어 보았는데,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아서 작사자가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사를 쓴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시인..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토록 순수해 보였던 청년 노지훈이 자신의 중요한 경력을 속이고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최종 10인의 엔트리에 포함될 때까지 천연덕스런 연기를 해 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입니다. 지금껏 그의 이미지가 꾸밈없고 거짓없어 보였던 만큼,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모든 모습들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드라마 '허준'에 '예진아씨'로 출연했던 황수정이 불륜과 마약으로 구속되었을 때, 유독 다른 연예인들보다 더욱 큰 질책에 시달렸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올곧고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어필하던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대중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더욱 차갑게 등을 돌렸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보이다가, 점차 놀라운 발..
때로는 무언가를 보고 들은 감동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에 가깝게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일 등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실체에서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턱없이 모자란 표현으로 그 날카로운 감동이 오히려 무디어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윤형주는 평생 수천 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나 오직 육촌형인 윤동주의 시만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멜로디를 입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 다칠라~"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번번이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그래도 부족한 글이나마 지금 남..
'위대한 탄생' 12회는 여러가지로 인상적인 방송이었습니다. 멘토 김태원의 인상적인 선택에 대해서 오늘 이미 1회의 포스팅을 했으나, 그것과는 별개로 참가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군요. '위탄'에서는 현재 수만 명의 참가자들 중 드디어 가장 빛나는 20인의 멘토 스쿨 합격생이 가려지는 중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스타'의 재목들이 거의 확실히 눈에 잡히고 있어요. 지금 말하는 '스타'란 단지 가창력이 뛰어난 뮤지션을 뜻하는 게 아니라, 나이와 외모와 화제성 등 여러가지 면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예비스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나, 일단 12회에서는 제목에서 언급한 두 사람, 황지환과 셰인이 압도적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두 ..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정할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태원이 제자들을 선택하는 데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입니다. 재능과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단지 불쌍해 보여서 뽑았다는 식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보면서 엄청나게 꽂혀버린 단어가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입니다. 고은성(한효주)은 자기 혼자 버텨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진 장숙자(반효정) 할머니를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
회차를 거듭하면서 '위대한 탄생' 참가자들의 면면도 많이 정겨워지고 익숙해졌습니다. 아직은 인원이 많아서 개개인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비추지 못하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오디션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과 짧은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캠프의 생활 자세뿐입니다. 그것만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옳지도 않기에, 지금은 되도록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좋은 모습만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미소년 데이비드 오는 여러가지로 스타성을 갖춘 인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실력에 못지 않은 것이 대인관계입니다. 연습에 여념없는 팀원들에게 일일이 음료수를 배달하듯 나누어 주며 "제가 목이 마르니까, 다른 분들도 목이 마르실 것 같아서요" 라고 말하는 오세훈의 해맑은 미소는 매우 인상..
'위대한 캠프'의 이번 주 주제는 "선곡도 실력이다" 였습니다. 자기 목소리와 스타일을 스스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선택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었지요. 더불어 이전까지의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지적받은 사항들을 얼마나 극복해 냈는지(또는 극복하려 노력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 10회를 보면서 저는 좀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노래 실력이나 재능보다도 더 높이 평가되는 자질이 있는 듯 했거든요. 놀라운 것은 비전문가인 제 눈에도 참가자들의 그런 장점이 뚜렷이 보여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멘토들의 입에서 제 생각과 비슷한 평가가 나올 때마다 왠지 제가 칭찬받은 것처럼 흐뭇..
드디어 '위대한 탄생'의 본격적 합숙 훈련인 '위대한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훨씬 재미있고 심도있는 방송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럽더군요. 아무래도 예선에서 워낙 많은 사람을 뽑아 놓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본선에 들어와서도 당분간은 북적북적 혼란스럽고, 수시로 튀어나오는 발노래(?)의 향연에 지루함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명의 멘토가 만장일치로 호평을 쏟아내며 단박에 합격을 결정지었던 이태권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위탄' 8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출연자는 전무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거의 모두 예선 때보다 오히려 퇴보한 듯한 인상을 주었어요. 그 이유는 대략 2가지 정도로 짐작이 되더군요. 예선 때는 떨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또는 멋모르고..
요즈음 제 개인적 삶의 모든 기쁨 중 대략 30% 정도는 김태원이 책임져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라운관에 비치는 그 사람의 모습과 들려오는 그의 말들이 얼마나 큰 위로와 감동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와 아무 관계도 없는 한 사람의 시청자에 불과한 제가 이렇다면,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그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이란 무척 힘들기도 하겠지만 본인이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참으로 축복받은 직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축복이란, 많은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수많은 타인의 고통받는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언젠가 김장훈이 한 명의 팬에게 받았던 편지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김장훈은 콘서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