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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노지훈의 가수데뷔는 왜 이제야 알려졌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탄' 노지훈의 가수데뷔는 왜 이제야 알려졌을까?

빛무리~ 2011. 3. 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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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그토록 순수해 보였던 청년 노지훈이 자신의 중요한 경력을 속이고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최종 10인의 엔트리에 포함될 때까지 천연덕스런 연기를 해 왔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입니다. 지금껏 그의 이미지가 꾸밈없고 거짓없어 보였던 만큼,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 모든 모습들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드라마 '허준'에 '예진아씨'로 출연했던 황수정이 불륜과 마약으로 구속되었을 때, 유독 다른 연예인들보다 더욱 큰 질책에 시달렸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올곧고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어필하던 사람이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대중은 배신감에 치를 떨며 더욱 차갑게 등을 돌렸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처럼 보이다가, 점차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여 주었던 것 또한 이제 와 생각하니 모두 연극이고 쇼였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원래 기존 가수로서의 매끄러운 스킬을 지니고 있었는데, 초반에는 아닌 척 하려고 그런 본색마저 숨겼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돌이켜 볼수록 간담이 서늘합니다. 만약 그런 게 사실이라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의도적인 게 아니라면, 말할 타이밍을 놓쳤던 걸까요?  

어쩌면 형식적 데뷔만 했을 뿐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으니, 자기는 데뷔 못한 것과 다름없다고 가볍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탄생'의 참가 자격에 음반을 낸 가수는 안된다는 조항도 없다 하니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처음부터 명백히 밝혀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또 처음부터 다른 출연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리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어도, 엄연히 가수로서 훈련받고 정식으로 음반을 내고 데뷔한 사람이라면 생판 아마추어와는 차별되는 능력을 지녔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연 이러한 사람들의 참가 자격을 모두 동등하게 인정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제작진이나 방시혁 측은 정말 노지훈의 경력을 몰랐는지가 의문입니다. 수십만명의 참가자를 관리해야 했던 제작진 측에서는 놓쳤을 수도 있지만, 방시혁 측은 아무래도 의심스럽군요. 4명의 멘티를 선정하는 최종 작업은 오디션 현장에서 이루어졌지만, 그는 미리 마음속으로 찍어 둔 제자들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노지훈도 그 중 하나였다고, 하지만 같은 회사의 동료들은 아무도 그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방시혁은 직접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멘티 선택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음을 증명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방시혁은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이며, 명실상부한 스타메이커이며 히트곡 제조기입니다. 인품은 몰라도 능력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나름의 철저한 직업관과 프로의식으로 무장된 사람이며, 그의 주변에는 역시 만만찮은 국내 가요계의 실력자들이 사업적 동지로서 포진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무서운 사람들이 겨우 2년 전에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하고 드라마 OST에까지 참여했던 노지훈의 경력을 놓칠 수가 있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고 봅니다. 알아차린 시점이 언제였는가가 문제일 뿐, 그들은 알면서도 묵인한 채 노지훈을 받아들인 거라고 봐야 합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스타성이 탁월한 인재였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노지훈이 2년 전에 가수로 데뷔했다는 사실이 왜 이제야 밝혀졌냐는 것입니다. 참가자가 너무 많아서 방송을 보고도 누가 누군지 몰랐던 초반에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2월 4일자의 방송에서 '죽어도 못 보내'를 부른 이후로 노지훈은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맑으면서도 애절한 호소력이 있는 목소리로,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담백한 창법으로 '죽어도 못 보내'를 멋지게 소화해냈고, 모든 멘토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 노래에 감동받아 칭찬을 했고, '노지훈 죽어도 못 보내'는 삽시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떴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아무도 2년 전에 데뷔했던 노지훈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40일 가량이나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월 11일자 방송이 나간 후부터 갑자기 여기저기서 제보가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한 순간에 방파제를 헐어버린 것처럼, 한꺼번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무리 무명가수였다 해도 노지훈을 알아 본 사람이 그 때는 아무도 없었을까요? 알았다면 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을까요?

자연스런 쪽으로 이해해 본다면, '죽어도 못 보내'를 부를 당시만 해도 노지훈이 이렇게 최종 10인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중간에 떨어지겠거니 하고 말없이 지켜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국의 코니 탤벗이라고까지 불리던 어린 김정인 양이 말도 안 되는 선곡의 희생양이 되어 탈락하고, 기존 가수인 노지훈이 극찬을 받으며 합격자의 자리를 차지하자, 네티즌의 분노가 폭발해서 지금처럼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분명히 누군가는 벌써 한참 전에 발설을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퍼뜨리려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것을 막으면서 지금까지 버텨 온 것이겠지요. 대체 얽히고 설킨 이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요? 지금 방파제를 헐어서 이 거센 논란에 불을 지핀 것도, 단순한 대중의 힘이 아니라 또 다른 세력의 힘이 뒤에서 작용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드라마 '마이더스'에서 탐욕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김희애는 외국 출신의 수많은 최고 전문가들을 곁에 두고도, 국내 출신의 신참 변호사 김도현(장혁)에게 은행 인수라는 거대한 기획을 맡겼습니다. 최측근 중 한 사람이 그에 대해 항의하자 김희애는 대답합니다. "한국에서 은행을 인수하는 일은 원칙대로만 되지 않아요. 온갖 억지를 상대해야 하고 갖은 종류의 더러움에 손을 담가야 하죠. 내 자랑스런 원탁의 기사들은 원칙대로 일을 행하는데는 세계 최고이지만, 그와 같은 종류의 일에는 익숙치 않아요. 아닌가요?... 그리고 한국은 학연에 지배되는 사회예요. 원탁의 기사들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김도현의 학연들은 이미 정재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요. 이런데도 나의 선택에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한가요?" (정확하지는 않으나, 제 기억에 대략 이런 내용의 대사였습니다...)

갑자기 저 말이 왜 생각났을까요? 이번 노지훈 사건은 마치 추악한 권력과 음모가 뒤엉킨 채 몇 겹으로 칭칭 동여매어져, 그 속은 잘 보이지도 않는데 악취만 천지에 진동하는 거대한 누에고치처럼 느껴집니다. 연예계의 현실, 더 나아가서는 한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예시 같기도 합니다. 신뢰를 잃은 '위탄'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즉시 노지훈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김정인을 불러오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칙대로라면 방시혁도 퇴출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면 일이 너무 커지고 복잡해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요.

어쨌든 '위대한 탄생'은 참으로 재미있는 방송이군요. 불과 일주일 전에는 김태원과 외인구단의 통렬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정화시켜 주더니, 바로 다음 주에는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지저분함을 다 보여 주네요. 어쨌든 이 다이내믹함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아서 좋습니다. 세상은 참 요지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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