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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엉뚱한 욕심이 실패를 부른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는 가수다' 엉뚱한 욕심이 실패를 부른다

빛무리~ 2011. 3.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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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제 생각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가수다'가 오랜 침체의 늪에 빠진 '일밤'을 조금은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1박2일'의 아성을 위협하기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주의 1회 방송이 나름 괜찮았기 때문에 아마도 짐작컨대 2회의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을 듯 합니다만, 저는 솔직히 다음 주에 이어지는 3회 방송을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첫방송이 나간 후 제작진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니터링하여 훨씬 더 좋은 방송을 내보내주리라 기대했던 마음은 삽시간에 배신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청자를 최우선에 놓고 위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김영희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아무래도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에게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은 '1박2일'에 타격을 주거나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섭외한 유명가수들로부터 충분한 방송 분량을 뽑아내는 것도 아닙니다. 예능의 최우선적인 목적은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일입니다. 시청자를 재미있게 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지루하게 만든다면, 이 모든 기획은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고 맙니다. '나는 가수다' 2회가 엄청나게 지루했다고 느낀 것은 저만의 감상이었을까요?

우선 도입부에서 지난 주 순위에 대한 가수들의 감정적 반응이 무려 12분 가량이나 방송된 것은 어이없는 실수였습니다. 꼴찌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도하고 기뻐하는 1위부터 6위까지 가수들의 모습을 한 명도 빠짐없이 상세히 비취주더니, 꼴찌를 차지했던 정엽의 인터뷰는 더욱 길게 이어졌습니다. 사실은 CF처럼 빠르게 편집되었어도 좋았을 장면들입니다. 그들이 진지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싶어서 '나가수'를 시청하는 게 아니니까요.


첫번째 서바이벌의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습니다. 저마다 확고한 특색을 지닌 중견가수들로 하여금 무작위로 노래를 골라 미션에 도전하게 하였으니,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입니다. 정엽의 '짝사랑', 백지영의 '무시로',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 다시', 윤도현의 '나 항상 그대를', 김건모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 김범수의 '그대 모습은 장미', 박정현의 '비 오는 날 수채화'... 모두 기대되는 버젼이었어요. 이소라의 경우는 처음부터 제법 잘 어울릴 듯한 선곡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거의 상상이 되지 않는 새로운 해석의 곡을 들려줄 듯한, 즐거운 예감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자기의 원래 색깔과 맞지 않는 노래를 자기 스타일에 맞게 변형시키는 과정에서, 가수들이 보여준 고뇌의 시간과 편곡의 과정을 너무나 길게 편집했다는 것입니다. 7명의 가수들은 모두 "이 노래를 어떻게 소화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느라 머리가 빠질 지경이었으며, 멋진 노래를 듣고 싶어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시청자들은 줄창 '고뇌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미션에 임했는지, 그 과정 중에 얼마나 고민들을 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비추는 사람마다 모두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볼수록 지루했습니다. 차라리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들이 서툴게 발전해 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흐뭇한 기쁨이라도 있었는데, 이 중견 가수들은 미션곡이 선정된 후 지극히 전문적이며 안정적인 자세로 편곡에 착수했지요. 더구나 그 과정 중에 평소 지인인 최고 뮤지션들과 협력까지 했습니다. 물론 멋있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 음악 프로그램도 아닌 예능에서, 무려 7명이나 되는 가수들의 편곡 작업 과정을 자세히 본다는 것은 지루할 뿐 아니라 만만찮은 이질감까지 느껴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일반인으로서 범접하기 어려운 프로 음악인의 세계에 포함되어 있고 벌써 너무나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이기에, 그래서 이 미션에는 그다지 간절할 것도 없을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오디션의 당락에 목숨이라도 걸고 싶은 가수지망생들과는 확실히 다른 입장이니까요. 따라서 편곡 과정의 너무 상세한 공개는 출연자들의 간절함을 퇴색시키고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 부정적 효과를 불러온 셈이었습니다. 아주 짧게 보여주었어도 충분했을텐데 말이에요.

제가 보고 싶은 것은 '노래' 중심으로 차별화된 예능이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안 보고 있지만 한동안 '도전 1000곡'을 굉장히 열심히 시청했었는데, 많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생각지도 않은 노래 솜씨를 뽐내는 모습들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를 남성 바리톤 버젼으로 완창하던 탤런트 정호근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군요. 가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댄스 가수가 구성진 목소리로 트로트를 열창하거나, 발라드 가수가 춤까지 추면서 댄스곡을 소화하는 등, 자기의 평소 스타일과 다른 노래를 아무런 준비 없이도 너끈히 감당해내는 그 의외의 모습들이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너무 심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노래를 즐기면 되는 것이었지요. 언젠가부터 무슨 커플 게임처럼 변형되길래 시청을 포기했지만, 초창기 '도전 1000곡'은 참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도전 1000곡'과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자체의 성격이 다르지만, 그래도 시청자는 같은 시청자입니다. '나는 가수다'의 시청자들이라고 해서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은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역시 '재미있는 예능'이며 '들어서 즐거운 노래'일 뿐입니다. 결코 '예술적 고뇌에 빠진 가수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거나 '전문적 편곡의 방식'을 한참동안 구경하고 싶은 것은 아니란 말이지요. 가수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백번천번 바람직하고 옳은 일이지만, 그런 모습을 모두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이번에도 편집이었습니다.


'나는 가수다' 2회의 방송 시간은 1시간 19분에 달했는데, 청중평가단이 입장하고 진짜 미션이 시작된 시간은 최종 5분을 남겨 두고 1시간 14분이 경과한 후였습니다. 방송은 온통 지난 주 순위에 대한 가수들의 소감 나누기와, 돌림판으로 각자의 미션 노래 정하기와, 그 노래들을 자기 스타일에 맞도록 변형시키는 과정을 담느라 소모되었습니다. 리허설 과정을 일일이 보여주고, 가수들끼리 서로를 평가하는 중간평가 과정까지 참 상세히도 담았더군요. 도대체 어쩌려고 저렇게 시간을 질질 끄나 싶었는데, 결국 2회에서는 첫번째 주자인 이소라의 노래 '너에게로 또 다시' 한 곡 외에는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일텐데, 과연 이러한 편집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요? 지난 주에는 중간에 뚝뚝 끊기긴 했어도 진지하게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7명 가수를 볼 수는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그나마 리허설 등의 장면으로 때워졌습니다. 리허설은 편곡의 완성도를 테스트하는 수준이었으니, 아무리 아마추어에 불과한 청중이라도 그런 노래를 듣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지요. 정식 무대와 리허설은 일단 감정의 몰입도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니까요.

속이 쫀득하게 들어찬 빵인 줄 알고 신나게 한 입 깨물었는데 알고 보니 공갈빵이었던 것처럼 '나는 가수다' 2회를 시청한 후의 기분은 허탈하고 찜찜하고 불쾌했습니다. 이토록 늘어지는 편집의 이유라면, 귀한 가수들을 섭외하느라 온갖 정성과 공을 들인 만큼 그들에게서 최대한의 방송 분량을 뽑아내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너무도 어리석은 욕심일 뿐입니다. 충분히 한 회 분량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을 늘여서 2회로 뽑으면 그 완성도가 떨어지는 거야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시청자는 지난 주에 1위부터 7위까지의 순위를 확인했고, 이번 주에도 그런 식의 빠른 진행을 기대했습니다. 게다가 드디어 첫번째 탈락자가 공개되어 궁금증을 해소해 줄 거라고 기대했기에, 기꺼이 '일밤'으로 채널을 맞춘 것입니다. 그런데 이소라의 노래 한 곡만 듣고 '다음 주 예고편'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분노마저 치밀더군요. 1시간 14분 내내 굶주림을 참으며 멀건 스프만 떠먹다가 드디어 스테이크가 나와서 좀 먹어 보려는데, 고기 한 점을 살짝 입술에 대자마자 접시를 휙 빼앗아가 버린 셈입니다. 어떻게 기분이 좋을 수 있겠어요?

이렇게 하다가는 김영희 PD가 야심차게 공언한 대로 '1박2일'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는 고사하고, 거창했던 기획의도까지 민망해질 만큼 너무 빨리, 너무 쉽게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작진과 가수들 모두 허탈하기 이를데 없을 것이고, 어쩌면 가수들은 이 프로그램 출연 자체를 망신스런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1박2일'은 엄태웅의 성공적인 합류로 인해 재도약의 발판을 아주 단단히 다져놓은 상태입니다. 엄태웅은 첫 출연에 이미 다른 멤버들의 6개월 연수(?) 과정을 거쳤으며, 최고 난이도의 '낙오'까지 경험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해맑게 웃는 엄태웅의 인간적인 모습과, 새로운 형제를 응원하기 위해 기꺼이 겨울 바다에 입수하는 멤버들의 뜨거운 의리가 합쳐져, 아주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무어라 왈가왈부할 필요조차 없이, 그냥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와 눈물이 합쳐지는 방송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6인의 안정적 구도로 돌아온 '1박2일'은 아주 느낌이 좋습니다. 머지않아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나가수'는 1시간 넘게 시청자들에게 멀건 스프만 떠먹인 것입니다. 

가수들을 아무리 힘들게 섭외했더라도 무리하게 방송 분량을 늘려서는 안되었습니다. 그들이 편곡하고 리허설하는 장면을 아무리 열심히 찍었더라도, 아깝다는 이유로 재미도 없는 것을 모조리 정규방송에 포함시켜 한 회 분량을 뽑아내는 자충수를 두어서는 안되었습니다. 가수들끼리의 중간 평가는 시청자의 몰입도가 낮았기 때문에 거의 감동도 없었을 뿐 아니라, 그것만 보고도 대충 본선(?)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했으므로 다음 주 방송에 대한 기대감마저 반감시켰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죽도 밥도 아닙니다.


제발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엉뚱한 데에 욕심부리지 말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쪽으로만 욕심을 부렸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저의 본방사수는 다시 '남자의 자격' 쪽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군요.


* 반갑습니다. 여러분의 염려와 성원 덕분에 무사히 수술을 잘 받고 순조롭게 회복중인 빛무리입니다. 지금은 3월 14일 월요일 새벽입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저는 룰루랄라 퇴원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포스팅은? 당연히 병실에서 넷북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수술 후 이틀째까지는 거의 죽을 것 같더니, 놀랍게도 3일째 되니까 거의 다 나은 것처럼 회복되는군요. 물론 아직도 항생제를 비롯한 갖가지 약을 끼니마다 한주먹씩 먹어야 하고, 출혈도 남아 있어서 조심해야 하지만, 이젠 좀 살 것 같습니다.
약에 취해서 낮잠을 하도 많이 자는 바람에 그런지, 퇴원을 앞두고 설레어서 그런지 밤새 잠도 안 오고 심심해서... 그래서 손바닥 두 개만한 넷북으로 이러고 있습니다. 전체 화면이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좀 어렵네요..;; 그래도 이만큼 회복된게 어딘가요? 위로하고 격려해 주신 독자님들과 이웃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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