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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을 엄포스로 만든 드라마 '부활'의 추억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엄태웅을 엄포스로 만든 드라마 '부활'의 추억

빛무리~ 2011. 3.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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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많이 좋아하는 배우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하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그래서 모처럼 이 기회에 배우 엄태웅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드라마, 저를 엄태웅의 팬으로 만들었던 드라마, 그리고 엄태웅에게 처음으로 '엄포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드라마, '부활'을 추억하며 포스팅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현재 입원중이며 수술 후 회복중이(겠)지만, 이 글은 미리 써 두고 예약 발행된 것입니다..^^

엄태웅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배우이고 맡는 역할마다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 주었지만, 솔직히 2005년 여름에 방송되었던 '부활' 이외의 작품에서는 그때만큼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례로 '선덕여왕'에서도 답답하도록 우직하기만 했던 김유신의 캐릭터는 엄태웅의 이미지에 큰 도움이 못 되었지요. 하지만 '부활'의 서하은은 완전히 엄태웅을 위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담담한 표정 뒤에 애끓는 슬픔을 억누르며 잔혹한 복수를 준비하던 엄태웅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이었던 한지민과의 멜로 역시 최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했지요.


서하은의 본명은 유강혁, 그에게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 유신혁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강혁은 7살 때 외딴 곳에서 사고를 당하고 기억을 잃은 채, 서재수(강신일)에게 맡겨져 그의 손에 자라납니다. 서재수에게는 서은하라는 딸이 있었고, 그 딸의 이름을 거꾸로 해서 하은이라는 이름을 강혁에게 붙여 줍니다. 은하는 강혁보다 두 살 정도 어렸는데, 이 둘은 절친한 남매로 자라면서 차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 갑니다. 특히 서은하의 사춘기 시절을 맡았던 아역 박은빈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가냘픈 소녀의 마음속에 오빠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싹트고 있는지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만큼 섬세하게 표현되었거든요.

어린 유강혁은 사고를 당하던 당시,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유건하(안내상)는 유능하고 강직한 형사였는데 의문스런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자기 자신이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져 불타오르던 차 안에서, 유건하는 마지막 힘을 다해 함께 타고 있던 아들 강혁을 밖으로 내보내고 자기는 폭발하는 차와 더불어 연기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던 살인범의 하수인은 생각지도 않은 어린아이가 차에서 기어나오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어린애를 평소 알고 지내던 건달 서재수(강신일)에게 데려가서 키우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 후로 20년이 흘렀고, 유강혁은 서하은이라는 이름으로 강력계 형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죽은 아버지를 꼭 닮은, 강직하고 유능하고 마음 따뜻한 형사입니다.


유건하의 죽음을 사주한 자들은 놀랍게도 그의 절친한 친구 3명이었습니다. 그들은 각자의 야망 때문에 단합하여 살인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친구였던 유건하를 죽인 것입니다. 20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모두 정재계의 거물이 되어 있습니다. 국회의원 이태준(김갑수), 상국건설 대표 정상국(기주봉), 무릉건설 대표 강인철(이정길)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들은 20년 전의 일과 연결되어 다시금 비슷한 살인을 저질렀고, 이번에는 유건하의 아들인 서하은 형사가 그 사건을 맡아 집요하게 뒤를 캐기 시작합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악인 3인방은 서하은마저 제거하려 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그의 쌍둥이 동생 유신혁이 대신 살해당합니다.

비리경찰이라는 누명을 쓰고 쫓기던 서하은은 우연한 기회에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잃었던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쫓기는 중에도 기지를 발휘해서 동생 유신혁과 몰래 만날 수 있었지만, 20년만에 재회한 형제의 기쁨은 너무 짧았습니다. 서하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를 죽이려는 자들이 습격해 왔고, 신혁의 얼굴을 확인했지만 쌍둥이를 구별하지 못한 채 그의 팔에 대신 독주사를 찔러넣은 것입니다. 재혼한 어머니 슬하에서 어둡고 심약한 성격으로 자라났던 유신혁은 그렇게 한 많은 짧은 생을 마쳤습니다. 엄태웅은 서하은과 유신혁의 1인2역을 맡아 열연했는데, 형제의 상반된 성격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해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모든 비밀을 알게 된 서하은은 복수를 결심합니다. 20년 전에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를 고아로 만들어서 남의 집에 얹혀 살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자들이, 이제는 20년만에 만난 동생마저 죽인 것입니다. 서하은은 죽은 동생과 옷을 바꿔 입고, 동생이 남긴 컴퓨터 속의 자료들을 철저히 분석해 익힘으로써, 거의 완벽한 유신혁으로 변신합니다. 당연히 서하은 형사는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지요. 이렇게 자기 정체를 숨기고 적진 속으로 뛰어들면서 서하은의 복수극이 시작됩니다. 위의 사진들을 보면 유신혁일 때와, 서하은일 때와, 유신혁으로 위장한 서하은일 때의 얼굴이 조금씩 다릅니다. 멈추어진 표정만으로도 캐릭터의 변화를 표현할 줄 아는 엄태웅은 참 괜찮은 배우입니다..^^

얄궂게도 그의 어머니인 김이화(선우은숙)는 무릉건설의 강인철 회장과 재혼하여 신영이라는 딸(이연희)까지 낳고 사는 중이었습니다. 그가 자기 전남편의 살인범 중 하나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로 말이지요. (사실 강인철이 유건하의 살인에 가담한 이유는 그의 아내인 이화를 향해 남몰래 품어 온 연정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서하은의 원수 3명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악랄한 인물이지만, 이화를 향한 평생의 사랑만은 끝까지 진짜였습니다) 유신혁은 의붓아버지 강인철의 회사 무릉건설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제 복수의 화신 서하은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군요.


한편 서하은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서재수와 그의 딸 은하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특히 영혼처럼 사랑하던 오빠를 잃은 서은하는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애끓게 통곡하는데, 몰래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서하은의 모습도 곧 쓰러질 듯 합니다. 그런데 운명처럼 서은하는 무릉건설에 직원으로 입사하게 되고, 죽은 오빠 서하은과 꼭 닮은 부사장 유신혁의 얼굴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얼어붙습니다. 그러나 이미 예전의 자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서하은은 자기의 정체를 숨기는데, 애써 유신혁으로 행세하면서도 너무나 그를 잘 알고 있는 은하에게 자꾸만 서하은의 모습을 들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눈앞에 두고도 모른 척 해야 하는 남자와, 그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그의 얼굴에서 사랑했던 남자의 흔적을 찾는 여자의 모습은 그 자체가 너무 안타까운 비극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스쳐 지나며 단 한 번 따스하게 손을 맞잡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은 참으로 서글픕니다. 그 와중에 이태준의 딸 이강주(소이현)와 정상국의 아들 정진우(고주원)가 끼어들어 아슬아슬한 4각 러브게임이 벌어지는데,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는 서하은의 복수극과 맞물려 드라마의 전개는 점점 더 흥미로워집니다.


서하은은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하나 둘씩 원수들의 숨통을 조여 갑니다. 국회의원 이태준은 명예욕과 더불어 자기 핏줄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인물이었는데, 서하은은 20여년 전에 이태준이 여비서와 더불어 낳았던 사생아 박희수를 찾아내어 복수의 도구로 이용합니다. 이태준은 자기를 속이고 파멸시킨 존재가 사실은 자기 친아들이었으며, 유건하의 아들에게 이용당해 생부인 자신에게 칼을 겨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고통을 견디지 못한 이태준은 강물에 투신자살하고 맙니다. 

끝없이 돈을 탐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던 J&C 대표 정상국은, 서하은의 지략에 의해 모든 재산을 잃고 삽시간에 알거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기업 비리를 저지른 것이 들통나 철창 신세까지 지게 됩니다. 이만하면 거의 죽은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아니, 죽지도 못하고 가장 처참한 삶을 지속하게 된 셈이지요.

강혁과 신혁의 의붓아버지이며 무릉건설 대표인 강인철 역시 자살을 선택합니다. 그 이유는 서하은을 통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아내 이화가 딸 신영까지 데리고 자기 곁을 떠나갔기 때문입니다. 이화를 영원히 잃은 이상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강인철은 서하은의 원수 중에도 가장 음험한 인물이지만, 그의 어리석은 사랑만 생각해 본다면 무척이나 가슴 저린 캐릭터였습니다.


그리고 서하은의 복수극에 제일 강력한 조력자였던 천공명이라는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명품 배우 김윤석의 이름이 처음으로 제 머릿속에 각인된 것도 바로 그 때부터였어요. 그리고 3대 악인의 손발이 되어 온갖 추악함과 비열함을 한 몸으로 감당하는 최동찬 역의 김규철은 이제껏 제가 보아 왔던 모든 악역 중에 단연 압권이었다 하겠습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에 잔인한 복수의 길을 선택했지만, 천성이 지극히 선량하고 인정 많은 서하은에게 있어 처음부터 해피엔딩이란 존재할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죄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복수극에 휘말려 불행해지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습니다. 이태준의 사생아인 박희수가 차라리 아버지처럼 철면피한이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처음에 사기꾼인 줄만 알았던 그 녀석은 의외로 해맑고 착한 구석을 드러내며 점점 서하은의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이 또한 서하은에게는 송곳과 같은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자신이 서하은의 복수극에 이용당하는 줄도 모른 채, 박희수는 이태준에게 사기를 쳐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게 해놓고는 작전 성공했다며 신이 났습니다. 서하은은 그런 박희수를 외국으로 도피시키려려 하는데, 공교롭게도 출국 직전에 신문기사를 접한 박희수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이태준이 자신의 생부였으며, 이번 일로 상심하여 자결했다는 사실까지 말이지요. 비행기를 타지 않고 되돌아온 박희수는 순간 제정신을 잃고 서하은을 찾아가 칼로 찔러 깊은 상처를 입힌 뒤 달아납니다. 주인공의 죽음으로 새드엔딩이 닥쳐오나 싶은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그런데 제가 뽑은 이 드라마의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그 직후에 연출되었습니다. 복부를 깊이 찔린 채 홀로 남겨진 서하은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손수건을 꺼내어 칼 손잡이에 묻은 박희수의 지문을 닦아내는 일이었습니다. 혹시 자기가 죽더라도 박희수가 살인범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서하은의 마음...... 복수는 끝났지만 남은 것은 고통과 허무뿐이었습니다. 이미 서하은에게는 삶에 대한 미련이 없었지요.
 
하지만 그를 붙잡는 하나의 끈이 있었으니, 바로 사랑하는 은하의 존재였습니다. 병원에 실려갔던 서하은은 홀연히 사라졌고, 그 이후 소식이 끊긴 채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곳곳에서 그의 모습을 보았다는 풍문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 있는 것인지 확신할 길은 없습니다. 단발이었던 은하의 머리카락도 어느 새 많이 길어졌군요.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들림없는 믿음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은의 이름은 '하늘에서 내려온 은하의 천사'니까요...... 열린 결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부활'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완벽한 해피엔딩도 완벽한 새드엔딩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이 드라마에는 최적의 결말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군요.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 그 아름다웠던 '부활'의 추억을 하나하나 깊이 되새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부활'은 정말이지 흠집을 찾을래야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명품 드라마였어요. 이러한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엄태웅은 참으로 행복한 배우입니다. 이제 행복한 그 남자가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군요. 일요일 저녁이 벌써부터 참 많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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