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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흐뭇했던 방시혁의 브로치 선물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흐뭇했던 방시혁의 브로치 선물

빛무리~ 2011. 1. 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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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위대한 탄생'의 본격적 합숙 훈련인 '위대한 캠프'가 시작되었습니다. 훨씬 재미있고 심도있는 방송이 되리라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실망스럽더군요. 아무래도 예선에서 워낙 많은 사람을 뽑아 놓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본선에 들어와서도 당분간은 북적북적 혼란스럽고, 수시로 튀어나오는 발노래(?)의 향연에 지루함을 느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명의 멘토가 만장일치로 호평을 쏟아내며 단박에 합격을 결정지었던 이태권을 제외하고는, 솔직히 '위탄' 8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준 출연자는 전무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거의 모두 예선 때보다 오히려 퇴보한 듯한 인상을 주었어요. 그 이유는 대략 2가지 정도로 짐작이 되더군요. 예선 때는 떨어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또는 멋모르고 출연했을 수도 있는데, 덜컥 1차에 붙어서 캠프에까지 오게 되니 갑자기 부담과 욕심이 늘어나며 긴장백배의 상태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경우라면, 예선에 통과했다는 이유로 어린 마음에 그 새 자만심이 생겨서 속으로 거들먹거리며 연습을 게을리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이유를 파악할 수 없지만, 하여튼 예선 때보다 못한 실력을 보여주는 출연자가 많아서 제가 다 실망스러울 지경이었으니, 멘토들의 심정도 어지간히 답답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마산의 1급수 소녀 김혜리는 왜 멘토들이 요청한 두번째 곡을 부를 수 없다고 했을까요? 첫번째 곡 위주로 더 많은 연습을 했는데도 혹평을 듣게 되자 당황한 나머지, 연습량이 부족한 두번째 곡은 차마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걸까요? 하지만 그건 실수였습니다. 더 못하더라도 일단 시도를 했어야지요. 의외로 좋은 평가를 들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 자리에서 심사위원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프로 입문의 마음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될 테니까요. 김태원은 김혜리를 보고 "지금 약간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인데... 왜?" 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너무 지나친 긴장이 그녀를 넋 나가게 해서 그런 실수도 저지른 것 같았습니다. 다음 주 예고편에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짠하더군요.


예선에서는 가장 부드러운 태도를 보여주던 김태원의 변화된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예선 이후 곳곳에서 많은 호평과 기대를 받았던 데이비드 오의 노래를 듣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평가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 노래를 처음 듣는데... 별로 느낌이 없는데?" 라고 제일 먼저 대뜸 말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지요. 멘토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이겠지만, 본선에서는 훨씬 냉정한 심사가 이루어질 것임을 신호탄처럼 쏘아올린 발언이었습니다. 그룹 '부활'의 보컬들은 음반 작업을 할 때마다 자기 때문에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된다고 했던 김태원의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차라리 때리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말로 긁어댄다고 스스로 표현했을 정도였지요. 이제껏 보여 주었던 부드러운 모습과는 아주 상반된 가혹한 면을 드러냈는데, 저는 아무래도 김태원에게 단단히 반해 버린 모양입니다. 그의 새로운 모습을 생생히 발견하니 그것마저 너무도 멋있어 보이기만 하네요.


김태원은 심지어 권리세의 노래를 듣고 나서 옆의 신승훈에게 "저 분은 어떤 면 때문에 올라오시게 된 겁니까?" 하고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즉 김태원의 판단으로는 전혀 예선을 통과할만한 실력이 아니라는 뜻이었죠. 신승훈은 "원석을 찾기 위해서, 테크닉을 갖춘 친구보다는 하얀 도화지 같은 친구를 선택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저는 왠지 속으로 좀 웃음이 났습니다. 권리세의 예선 통과를 둘러싸고 그 당시 잡음이 많았던 것도 그렇거니와, 제가 보기에도 영 아니다 싶었거든요. 일본 미스코리아 진이라는 타이틀에서 약간의 화제성을 기대할 수 있을 뿐, 남들이 극찬하는 외모도 제 눈에는 그저 평범해 보였고 노래 실력은 더구나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 없었습니다. 춤도 뭐 그 정도 추는 사람은 널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솔직히 김태원의 말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권리세가 다시 본선 1차에 통과하는 모습을 보니 시원했던 기분이 다시 조금 찜찜해졌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방시혁에 관한 것이었는데 너무 서론이 길어졌군요. 일본 예선에서 방시혁으로부터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스타일을 지적당하고 탈락했던 박지연이, 신승훈에 의해 부활해서 본선에 참가했습니다. 그녀의 자작곡을 들은 멘토들은, 작곡 실력을 제외하고 노래 실력만 보았을 때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합격과 탈락을 판가름하는 둥근 원 안에 서 있을 때, 방시혁이 문득 박지연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지난 번 방송에서 보니까 무대 뒤에서 저한테 한 마디 하셨더라고요."

그 때 탈락한 박지연은 인터뷰 카메라에 대고, 자기의 스타일을 매섭게 비판했던 방시혁을 향해 손가락을 들고 외쳤습니다. "그 브로치는 정말 아닙니다!" 아직 데뷔도 못한 신인이지만, 대선배 작곡자이며 프로듀서인 방시혁에게 전혀 기죽지 않는 당찬 모습이었지요. "내가 보기엔 당신의 스타일도 별로 대단할 것이 없다" 는반항적 의사 표시를 한 것이었습니다. 본선 무대에 섰을 때 방시혁이 그 말을 꺼내자 박지연은 적잖이 당황하며 얼버무렸습니다. "다시 못 뵙게 될 줄 알고..." 그러자 방시혁이 다시 물었습니다. "진지하게 다시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스타일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신 건가요?"


박지연은 현재 유학생으로서 혼자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스타일에 크게 신경쓰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방시혁은 말을 이어갔습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스타일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은 고금의 필수조건입니다. 모든 싱어송라이터는 패션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어요. 저는 지연씨가 싱어송라이터로 성공하려면 오늘 당락에 관계없이 스타일에 대해 연구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예선 때처럼 마음 상하게 콕콕 찌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어조로 당부하는 방시혁의 말에 박지연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연씨 드리려고 브로치를 하나 사 왔어요." 그리고는 상 밑에서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집어 올렸습니다. "이 브로치를 안 하셔도 좋아요. 그렇지만 최소한 스타일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드리는 겁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선물에 감동한 박지연은 짧은 탄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어나더니 울먹이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노래 실력은 크게 출중하지 않았지만 본선 1차에서 탈락하기에는 아까운 재능을 지녔다 싶었던 박지연은 다행히도 일단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지요.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합격보다도 방시혁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던 모양입니다. 브로치를 가슴에 달고 좋아서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흐뭇했습니다.


사실 저는 음악에 문외한인지라, 싱어송라이터에게 패션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저의 이성적 판단으로는 도대체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른 예로 힙합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랩'이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랩을 따라 하는 것은 일종의 퍼포먼스일 뿐 진정한 랩이 아니다, 정말 래퍼가 되려면 자신의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내야만 한다."는 말을 또한 방시혁이 했던 것 같은데, 그 말은 100% 이해가 되었어요. 그것은 음악 자체에 관한 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작사 작곡과 노래를 겸하는 싱어송라이터에게, 옷을 잘 입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아직도 납득이 잘 안 되는군요.

그러나 어쨌든 그 쪽 분야 종사자들의 현실이 그렇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최소한 이번에 드러난 것은, 그 동안 참가자들을 대해 온 방시혁의 태도가 결코 편견이나 이기심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좀 거칠었던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전문가로서 필요한 조언을 해 주었던 것임을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기에 오히려 현실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놓칠 수도 있어 보이는 박지연을 위해, 일부러 미리 선물까지 준비해 갖고 와서 부드럽게 설득하는 방시혁은 매우 어른다워 보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위대한 캠프' 첫째날의 방송은 전체적으로 기대 이하였지만,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독설을 쏟아내는 김태원과, 배려심 가득한 스승의 자세를 보여주는 방시혁의 각자 달라진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특히 자칫하면 앙숙(?)이 되지 않을까도 싶었던 박지연에게 브로치를 선물하는 방시혁의 반전은 아주 흐뭇했습니다. 이제 차츰 인원이 줄어들고 정예 멤버가 추려지면 '위대한 탄생'도 그 재미를 더해가겠지요. 금요일 밤의 즐거움은 앞으로도 한참 계속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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