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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김성오, 잊혀지지 않는 수줍은 미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시크릿 가든' 김성오, 잊혀지지 않는 수줍은 미소

빛무리~ 2011. 1.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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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 스페셜'에서는 시청자들이 주는 특별한 상이 출연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 중 '미친 존재감' 김비서 역의 김성오에게 돌아갔군요. 김주원(현빈)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박상무(이병준), 길라임(하지원)의 액션스쿨 선배로서 재벌인 김주원을 "우리 주원이~"라고 부르던 능청꾸러기 황정환(장서원), 짧은 등장에도 성자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길라임의 아버지 길익선(정인기)이 김비서와 더불어 물망에 올랐는데, 그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김비서가 소박한 영예를 차지한 것입니다.

따로 시상식도 없이 그냥 개인 인터뷰 중에 트로피가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 트로피를 받고 너무나 진지하게 기뻐하는 김성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기 앞으로 쑥 내밀어지는 트로피를 보더니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어, 진짜요? 상을 주시는 거예요? 우와~ 이거 얼마 전에 제가 SBS 연기대상에 가서 다른 배우들이 탄 거 살짝 만져본 건데, 그거 맞죠? 이건 제 것이죠?... 미친 존재감으로 김비서를 뽑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미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시청자가 뽑아서 준 상이니 만큼 굉장히 고맙고 즐거운 일이긴 하겠지만, 진지함보다는 재미삼아서 벌이는 이벤트라고 해도 좋았던 상인데 그렇게까지 기뻐할 줄은 몰랐습니다. '시크릿 가든'에 처음부터 끝까지 적지 않은 분량을 출연하며 감초 역할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렇게 연기를 잘 하고도 연기대상에서는 아무런 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더군요.

다른 배우들이 상 탄 것을 보고는 부러워서 살짝 만져 보았다고 하니 좀 짠하기도 했습니다. 그거하고 똑같이 생긴 트로피를 받고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이건 제 거 맞죠?" 라고 확인하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습니다. 그 수줍은 미소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네요.


김성오라는 배우가 제 머리에 뚜렷이 각인된 작품은 영화 '아저씨'였습니다. '종석'이라는 이름의 악역이었는데 아주 새롭고 독특한 느낌이었어요. 형인 '만석'과 더불어 각별한 형제애를 과시하지만, 타인에게는 한 방울의 인간적 동정심도 느끼지 않는 잔혹함... 항상 뭔가에 홀린 듯한 악마적 눈빛... 여자처럼 곱상하고 하얀 얼굴에 가끔씩 떠오르는 코믹한 표정이 더욱 더 섬뜩한... 종석은 그런 악역이었습니다. 그의 강렬한 존재감은 주인공 '태식' 역의 원빈을 턱밑까지 추격할 정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성오는 종석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피우지 않는 담배까지 배웠다 합니다. 그리고 비록 악역이지만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는군요. "숲은 감독님이 보실 것이니, 나는 내 앞에 있는 나무만 잘 꾸미자고 생각했다." 저 말은 단지 '아저씨'만이 아니라 그가 모든 작품을 맞이하는 자세일 거라 생각합니다. 작은 역할을 맡아도 매번 인상적인 연기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군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거의 완벽한 일치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지요.


1978년생인 그는 이제 34세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가 서른을 넘긴 늦은 나이에 SBS 공채탤런트 시험에 합격했고,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제중원', '온에어', '아내가 돌아왔다' 등 다수의 드라마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다가 '아저씨'의 종석 역으로 인지도를 높인 후, '자이언트'에서는 또 한 차례의 악역 '차부철'로 변신하여 미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김성오를, 악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풍부한 표정과 맛간 듯한 눈빛으로 자기 안의 잔혹성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느낌을 가장 실감나게 살린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시크릿 가든'에서 찔찔이 김비서로 등장한 것을 보고, 의외로 너무너무 잘 어울려서 처음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해피투게더'에 탤런트 선우선이 출연했을 때, 얼마 전에 같은 작품을 연기했던 김성오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의 팬이라며 김숙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습니다. 알고 보니 현재 출연하는 작품에서의 모습이 예전에 자기가 알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더욱 몰라봤던 것이었습니다. 김성오는 그 말을 전해 듣고 "배우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는 답변을 했습니다. 사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가장 큰 능력이고 기쁜 일이지요.

'시크릿 가든 스페셜'에서 '미친 존재감' 상을 수상하며 보여 준 그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작품에서는 냉혹한 악역과 뻔뻔한 코믹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지만 실제로는 진지하고 겸허하고 수줍은 성격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성오는 알면 알수록 더욱 더 매력적인 연기자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정신을 잃어가는 김주원을 보고 "사장님, 눈 좀 떠 봐요~ 우리 사장님 왜 저래요!" 하며 미친듯이 울부짖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평소 그토록 까칠하게 구는 사장의 비위를 맞추느라 무척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속정은 깊어서 김주원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었던 김비서의 착한 성품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장을 어려워하면서도 때로는 깐족깐족 대들기도 하고 말대답도 하던 귀여운 김비서는 '시크릿 가든'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작은 역할이라도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몰입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나무를 최선을 다해 잘 꾸미겠다는 김성오의 연기 철학은, 배우로서 가져야 할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미치겠습니다." 라고 했던 그의 수상 소감처럼, 앞으로도 배우 김성오는 계속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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